리뷰/영화

[넷플릭스 영화 추천] 에놀라 홈즈(Enola Holmes)

김나무 2020. 12. 14. 15:32

기말고사가 끝나고 편한 마음으로 넷플릭스에 접속했다. 남자 친구와 만나지 못하니 랜선으로라도 같은 영화를 보자며 선택한 영화 '에놀라 홈즈'. 남자 친구가 보고 싶었던 영화라며 먼저 보고 나서 나에게 꼭 보라며 추천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추천했는지 알겠더라.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인데 말하자면 여성이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런 영화다.

뻔한 내용이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에놀라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딱,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들을 하고 있는 영화라서 꽤 재밌게 봤다. 종종 이런 영화같은 모험담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에놀라 홈즈, 16살 소녀로 에놀라라는 이름의 뜻은 'Alone'을 거꾸로 조합해 'Enola'인데 영화는 에놀라를 혼자 두지 않는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에놀라는 특별한 엄마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요조숙녀가 되는 수업을 받는 대신에 서재에 있는 책을 모두 읽었고 체력 단련을 했으며 수를 놓는 대신 과학 실험을 했다. 영화는 그런 에놀라가 16살이 되는 생일날에 그녀의 엄마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시작한다. 에놀라는 엄마를 찾기 위해 살던 집을 떠나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아, 참고로 추리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추리 영화,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참 잘생겼다.

 


내 안에 있는 에놀라 홈즈

 

시대가 변해도 계속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아직도 무언가에 갇혀 온전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내 선택에 얼마나 많은 타인의 생각들을 주입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선택한 것에는 늘 온전한 나의 생각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늘 초조했고 내 선택을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때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고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 적도 많다. 그래도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살아왔다. 이때는 이래서 못했지, 그래 그 와중에도 이렇게 선택한 내 결정에 책임을 져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온전한 내 선택이란 무엇일까. 내가 책임지는 것 외에 누구의 생각도 들어가지 않은 나의 선택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나는 자주 그 대답을 회피한다. 사실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한번에 바꿀 수가 없다. 이것 또한 내가 한 선택이라서 스스로에게 이 정도의 노력을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지금의 선택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나는 항상 나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항상 열심히 산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한 노력도 부족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늘 무엇보다 경제적인 독립을 우선시 했다.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은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하게 되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직 제대로 된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고 정신적 독립을 이루지도 못한 채 그저 바람만 갖고 살고 있다.

 

나는 타인이 정해주는 길에서 결코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정말이지 절망스러웠다. 내가 스스로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냥 하면 되는 것들에 생각을 부여하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힐 때면 그냥 회피해버리곤 했다. 그렇게 살아와서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주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질투했다. 내가 그렇게 살지 않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사실 그건 나를 갉아먹는 일이었음에도 부끄럽지만 쉽게 고치지 못했다. 아직도 종종 나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처럼 마법과 같이 나를 둘러싼 단단한 벽을 뚫고 나아갈 자신이 없다. 그래도 어설프게 살아가면서 내 인생에서 선택을 나의 몫이라고 그렇게 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어설픈 기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적 꿈꿔 왔던 멋진 여성이 되는 것 말이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것. 꿈같은 이야기를 하려니 현실은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어서 무엇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살아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욕심이 많은 나는 아직 포기할 것들이 많다.

 

서른을 앞두고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내 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떳떳한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어쩌면 이게 내 삶의 최종 목표일지도.

 

 

 

 

 

 

(영화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대사 두 문장)

The choise is always yours.

My life is my 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