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7. 화요일
오늘도 게으른 여행자가 될 수 없어서 빨리 씻은 후에 아침을 먹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밖으로 나갔는데 그래도 오전 11시. 역시 오늘도 늦잠을 잤기 때문에 더 일찍 나올 수가 없었다.
오늘은 아브다바리역 근처를 둘러보기로 정해서 지하철 타고 아브다바리까지 갔다. 그래도 오전에 나오니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좋았다.
지하철을 타고 얼마나 갔을까 아브다바리역에 도착했다. 역 근처에 성 사메바 성당이 있다고 해서 성당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얼마나 더운지ㅠㅠ 여름에 트빌리시는 너무 더워요.
교회까지 가는 길은 주택가를 지나가야 했다. 근데 교회가 가까워지니 호텔들이 많이 보였다. 트빌리시에는 정~말 여행객들이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나라가 아니라서 아쉬우면서도 좋다. 트빌리시 여행 중에 아직 한국인을 만난 적이 없다. 러시아에서는 한국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 타면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냥 눈인사를 한 후에 다른데 쳐다본다ㅋㅋㅋ
그리고 사메바 성당에 도착! 카즈베기에서 갔던 사메바 성당이랑 이름이 같은데 정교회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종교 무식자라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조지아 사람들은 독실한 신자가 많은 것 같다. 마르슈카 타고 다시 트빌리시에 돌아올 때 기사 아저씨도 그렇고 타고 있던 조지아 여성분도 그렇고 교회나 십자가가 보이면 손으로 머리부터 십자가를 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부분에서 조지아도 어느 정도는 종교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 것 같다.
트빌리시 사메바 성당은 엄청 컸다. 사람들도 많았고 지대가 좋아서 경치도 좋았다. 근데 너무 더워서 대충 둘러보고 그늘에서 쉬었다. 반바지 노노 하다고 그림이 있었는데 오늘 나는 반바지 차림!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난 들어가기가 좀 뭐해서 안 들어갔다.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인가.
그리고 그늘 아래서 계속 쉼.쉼.쉼. 사실 오늘 아침부터 겁나게 설사를 했다. 그래서 밖에서도 이어질까 싶어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ㅠㅠ 근데 다행스럽게도 별 일 없었음! 내 장 칭찬해!
교회 나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외국에 나오니까 왜 이렇게 화장실 가는 거에 민감한지ㅋㅋ 급하지 않아도 화장실 있으면 그냥 들어가고 본다.
그리고 다시 골목길을 털레털레 걸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다른 길로 갔는데 나도 어딘지 몰라서 계속 걷다 보니 강이 나왔다.
그리고 마주친 표지판! 표지판은 유명한 것 위주로 적어두니까 따라가면 좋아용
그렇게 오늘도 표지판을 따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 지하도를 건너는데 강을 지나는 다리 아래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 길을 따라 강을 지났다. 강은 깨끗하고 맑지는 않았지만 초록초록하니 눈을 즐겁게 했다
다리 건너편까지 잘 도착했는데 그런데.. 너무 더워서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얼마나 걸었을까. 유리로 만든 다리가 보이고 카지노가 보였다. 그리고 그 건너편 하늘에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녁때쯤에 케이블카 타기로 하고 나는 계속 직진!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한 가족이 계단을 올라가기에 나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그랬더니 여기는 신세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식당에 기념품 가게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고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목이 말라서 한 카페에 들어갔다. 근데 생각보다 음료가 비싸서ㅋㅋㅋ 그냥 스페셜 런치로 아이스티랑 샌드위치를 시켰다. 7라리(약 삼천오백원).
아이스티는 파인애플맛으로 시켰는데 아무 맛이 안 났고 빵은 질겼지만 샌드위치는 먹을만했다.
나름 괜찮았던 샌드위치
그렇게 카페에서 여유롭게 샌드위치 먹고 쉬다가 다시 일어나서 거리를 둘러봤다. 근데 너무나 너무나 더워서 얼마쯤 가다가 다시 그늘이 있는 공원에서 레몬에이드 마시면서 쉬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레몬에이드는 조지아 사이다!
오오 여기가 아이 러브 트빌리시!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은 식당인데 사림이 너무 많아서 그냥 나옴ㅋㅋ
처음 앉았던 벤치 옆자리에는 아줌마가 갑자기 꿀 사라고 그러고ㅋㅋㅋ 그 다음에는 어떤 아재가 와서 커피 마시면서 계속 담배 피우고... 여행 초반부터 지금까지 담배 연기가 나를 맴돌고 있어... 담배도 안 피우는데 이러다가 어디 병나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ㅠㅠ
다음으로 옮긴 벤치에서는 괜찮았다. 거기서 멍 때리다가 그림 그리다가 가만히 있다가 너무 더워서 오후 네시쯤 됐나? 그냥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 식당은 시원하구나.. 한국처럼 천국은 아니지만 그래도 밖에 있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식당 가서 메뉴판을 보니 사랑스러운 물가인 조지아서 비싼 편... 그래도 까르보나라 하나랑 프레쉬 레몬을 시켰다. 주문할 때 레몬에이드 같은 거라고 해서 시켰는데 주문한 음료가 나왔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응축된 레몬 빛깔이 마시지 않았음에도 나는 겁나 레몬 원액이다 라고 말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입 마셨더니 우으으에으웹..그냥 레몬이다. 신선한 레몬을 그냥 짜서 줬구낰ㅋㅋㅋㅋ근데 심지어 시원하지도 않구나.... 그래서 얼음 잔뜩 받아서 젓고 또 저었는데 실패함... 레몬 원액은 그리 쉽게 중화되지 않더라... 그래도 까르보나라는 찐한 게 괜찮았다.
까르보나라 뒤로 보이는 저 레몬 원액... 덜덜....
레몬 원액은 도저히 못 먹겠어서 아까 다 마시고 물 뜨려고 안 버리고 뒀던 레몬에이드 통에 넣었다. 가게 직원 몰래 넣느라 겁나 고생함... 어글리 코리안이 된 것 같지만 7라리를 그냥 버리고 싶지 않았어.. 레몬 원액으로 레몬 디톡스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분할 것 같아.. 화장실도 두 번이나 썼지만 결제할 때 금액 보고 한 번 더 놀람ㅠㅠ 10% 부가세까지 붙어 21라리를 내고 부들부들 떨었다... 내 2일치 숙박비가 그렇게 쉽게 나가다니... 가난한 여행자는 이렇게 웁니다. 내가 들어간 식당마다 거의 실패라서 오늘도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실패, 레몬 원액이라니... 그냥 콜라나 시킬 걸ㅋㅋㅋㅋ
그렇게 오늘도 여행 중 깨달음을 얻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경치는 좋았으나 더운 관계로 빨리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로 했다. 내려와서 바로 길 건너편이라 가기 편했다. 케이블카를 타러 가니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줄이 길어서 언제 다 타나 싶었는데 빨리 줄이 줄어서 금방 탈 수 있었다. 근데...그런데!! 한 번 타는데 2.5라리! 작년에 여행 다녀온 메밀꽃부부님 블로그 글에는 1라리라고 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가격이 오르다닠ㅋㅋㅋ 트빌리시 물가 살벌해서 편도 2.5라리도 왕복하면 5라리(약 2,500원)정도지만 그냥 뭔가 지는 기분이 들어 내려올 때는 걸어오기로 했다.
케이블카 이용할 대도 교통카드가 필요한데 나는 사용하는 게 있어서 돈만 충전했다. 하나만 있으면 돈 충전해서 여러 명 분은 계속 찍어도 돼서 여러명 갈 때는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다만 없으면 2라리 주고 사야 함. 카드 반납하면 보증금 돌려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반납하지 않아서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케이블카에 탑승! 6인용인지 알았는데 7명이 타도 별 얘기 안 했다. 내가 탔던 케이블카에는 7명이 탔다.
케이블카 타고 거의 바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금방 도착했다. 조지아의 어머니상을 보고 너무 더워서 그냥 야경 안 보고 내려가야지 그러고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길에 나리칼라 요새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리칼라 요새로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마트가 있어서 1라리 주고 엄청 시원한 물 한 병 샀다. 목이 말랐던 터라 벌컥벌컥 마셨는데 이 거 물이 너무 달다? 살 얼음이 살짝 있어서 더 시원하고 더 맛있었다.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당연히? 물!! 니가 음식이 아니라서 슬프다ㅠㅠ
그렇게 둘러보고 금방 내려갈까 하다가 야경까지 보고 가기로 했다. 갈대 같은 여행자의 마음ㅋㅋㅋ 그리고 곧 해가 질 것 같아서 타임랩스를 켰는데...그런데... 한 시간 정도 찍었을까 아직도 해지고 빛이 남아 있어 밝더라. 눙물ㅠㅠ
그래서 그냥 내려옴ㅋㅋㅋ 오늘은 늦게 숙소에 돌아가는 날! 지하철 타러 가니 9시가 다 됐다. 콜라 한 캔 사서 벌컥벌컥 드링킹하고 숙소로 고고씽했다.
내일은 숙소에서 쉬면서 맛난 거 만들어 머을 거라서 감자랑 양파 사고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도 샀다. 그렇게 숙소에 돌아오니 러시아 아저씨네가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느라 주방이 분주했다. 나는 장 봐 온 재료 냉장고에 하나씩 넣고 있었는데 러시아 아저씨가 갑자기 와인 맛보라며 컵에 따라줌ㅋㅋㅋ 그렇게 고맙다고 마시면서 통성명했다. 아저씨 이름은 미카엘, 마샤라고 부르라몈ㅋㅋㅋ 그리고 아저씨 아내로 추정되는 분은 례나, 마지막으로 가스레인지 앞에 있던 언니는 미안한데 이름이 기억 안 나요ㅠㅠ
벌써 술 취했는지 ㅠㅠㅠ
그리고 샤워하는데 수도에 문제가 있는지 물이 겁나 쫄쫄졸....그래도 잘 씻고 나와서 일기 쓰는 중. 오늘 하루는 진짜 수고 많았다. 내일은 쉬자!!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