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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67] 조지아 여행 | 다시 트빌리시 그리고 안녕(feat.김밥!!)

김나무 2021. 1. 10. 21:52
2017.09.16
Kutaisi - Tbilisi
다시 트빌리시로
그리고 안녕

 

 

오늘은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날.
여덟 시에 일어나 씻고 배낭을 정리했다. 아침은 먹지 않으려고 어제 사둔 우유를 마셨다. 그런데 메디코가 빵이랑 잼이라도 먹으라며 챙겨줬다. 그래서 빵 하나 집어먹고 숙소를 떠났다.

유카와 메디코랑 빠이빠이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메디코가 집 위쪽 골목으로 나가서 있는 큰길 건너서 34번을 타면 버스정류장까지 간다고 했다. 마트 앞에서 34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니 금방 시내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어제 왜 그리 고생했는지 몰라ㅠㅠ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트빌리시행 마슈르카가 보였다. 비용은 1인에 10라리! 늘 그렇듯 트렁크가 작은 마슈로카여서 차 안에 있는 선반에 배낭을 실었다. 근데 배낭이 선반에 올리다가 반쯤 걸렸다.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서 기사 아저씨도 그냥 놔둠ㅋㅋㅋ 끼여있으니 빠지진 않을 것 같아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트빌리시까지 탔던 마슈르카


마슈르카에는 여행자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탔다. 아홉 시 정도에 바로 출발했다. 세 시간 사십 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시간은 거의 칼 같이 정확했다. 중간에 한 번 휴게소에 들른다. 거기서 간식 하나 사 먹고 화장실에 갔는데 오픈마인드 화장실^^

맨날 보기만하고 처음 사 먹어 봤음! 호두가 아니라 땅콩 같은 게 안에 들어있었는데 호두보다 훨씬 맛있음!!


기사 아저씨가 엄청 천천히 운전한 것 같은데 열 두시 사십 분쯤에 디두베역에 도착했다.

아, 다시 트빌리시에 올 줄이야! 반가워 트빌리시. 친숙한 디두베 정류장.

오늘은 숙소에서 김밥이랑 삼겹살 파티를 할 예정이라 정류장 근처 시장에서 삼겹살을 샀다. 먹고 죽으라며 삼겹살 다섯 덩어리나 삼ㅋㅋㅋ 안 선생님이 예레반에서 김을 샀는데 그래서 오늘 김밥도 만들어 먹을 거라고!

두 손 가득 장을 봐서 지하철을 탔다. 디두베역에서 두 정거장을 지나 구라미쉬빌리역에 도착했다. 여기가 내 제2의 고향인가. 얼마나 친숙하던지 익숙한 거리, 마트, 채소 가게를 지나 숙소를 향해 걸었다.

지하철역 근처 마트가 리모델링 중이라 오랜만에 숙소 근처 마트에 들렀다. 마트 직원 언니들이랑 즐겁게 인사도 하고 물이랑 식용유도 샀다. 익숙한 거리, 친근한 사람들, 트빌리시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 안 선생님이 숙소 밖 의자에 앉아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나나에게 돌아왔다며ㅋㅋㅋ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갔는데 다시 돌아오니 민망쓰ㅋㅋㅋ

삼촌이랑도 인사를 했는데 츤데레 아저씨라 별 반응 없구ㅋㅋㅋ 닭죽 있다면서 닭죽 먹으라고 해서 도착해서 바로 닭죽 먹음ㅋㅋ

그리고 김밥 먹자며 재료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너무 더워서 샤워하고 나왔더니 벌써 김밥을 말고 있었다. 나도 하나 말았는데 김밥을 영 못 썰어서 그냥 삼촌이 쌈ㅋㅋㅋ

트빌리시에서 김밥이라니!!! 엄청 엄청 맛있었다. 존맛탱으로 부족함ㅠㅠ

영롱한 김밥이시여

김밥 너무 맛있어ㅠㅠ 일본인 커플이 김발을 들고 다녀서 그걸 빌려서 김밥을 쌌다. 신기방기!

김밥 먹을 깨 삼촌이 간장에 고추냉이 풀어서 소스도 만들어 줬는데 찍어먹으니 더 맛있어 코가 빵 뚫림ㅋㅋㅋ 그리고 남은 소스로 안 선생님이 메밀 느낌으로 국수 만들어줘서 또 먹었다. 역시 이 숙소는 네버 엔딩 먹방ㅎㅎㅎ

이것도 엄청 맛있음!!

 

그리고 쉰다. 잘 쉰다. 모아뒀던 빨래 두 번으로 나눠서 세탁기 돌리고 탈탈 털어서 햇볕 아래에 널었다. 이 집만큼 빨래하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쉬면서 밀린 일기도 올렸다. 요즘은 매번 다음날에 일기를 쓰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 안 밀리고 잘 쓰고 있다. 게으르게 여행해도 이 점은 참 기특해 나 자신!!

내일 새벽에 언니가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벌써 언니가 떠나는 날이라니ㅠㅠ 메스티아, 바르지아, 보르조미까지 같이 여행했는데 나도 참 인복이 좋다.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찐다는 거ㅠㅠ

느지막이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삼촌은 삼겹살을 가위로 자르고 팬에 감자, 양파, 삼겹살을 넣고 굽기 시작했다. 근데 지난번에 했던 것만큼 맛있진 않았어. 그래도 고기는 언제나 옳다!

와인에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안 선생님이 다시 트빌리시에 돌아온 이유 그리고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여행은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이제 조지아를 떠나려고 바르셀로나행 비행기표를 검색했다. 짧게 터키 여행을 하고 이스탄불에서 10월 9일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기로 했다. 아아, 떠난다고 생각하니 또 마음이 이상하구만.

그리고 계속 이야기 또 얘기하다 술이 떨어져서 술 사러 나갔다. 삼촌은 오늘도 거나하게 취했고 언니는 새벽 4시에 마나나 남편 차로 공항까지 가기로 예약해둬서 그냥 밤을 새우기로 했다.

언니 같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라서 일자리 구하는데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지! 선택도 내 몫, 후회도 내 몫이니까.

다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안 선생님은 먼저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고 언니랑 삼촌 그리고 나는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마나나가 이따가 갈 시간쯤 돼서 자기를 깨우라고 하고 잤는데 깨우기도 전에 일어났다. 새벽 3시 30분 정도에 일어나서 옆집에 남편 깨우러 감ㅋㅋ

아저씨가 나와서 차에 택시 간판?을 올리고 출발 준비를 했다. 언니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즐거운 여행 하라며 나를 꼭 안아줬다. 그때 울컥했는데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난 메마른 사람이라ㅎㅎ

언니가 산티아고 순례길 갈 때 입으라고 긴 티랑 바지를 줬다. 다 등산복이라서 좋은 건데 다 주고 가심ㅠㅠ 용돈도 주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극구 사양함. 근데 잔돈 바꾸면서 나머지는 나 하라고 줬음ㅠㅠ

같이 여행하면서 숙박비에 밥값, 차비까지 언니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얼마나 고맙던지ㅠㅠ 나도 언젠가 또 다른 여행자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언니 한국까지 무사히 잘 돌아가길 바라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고 같이 여행해서 즐거웠어요^^


언니를 배웅하고 바로 쓰러져서 잠ㅋㅋㅋ 내일은 비행기랑 버스 예약해야지!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