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내 계획대로 흘러간 적이 없다. 더러 나의 선택이 아닌 것에서 혼란을 느끼며 살았고 그래도 돈을 벌 수 있으니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이버대학에 입학한 건 내가 하던 일의 특성상 회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지냈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 공부나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편입으로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세상을 삼켜버렸다. 위태롭던 직장 생활은 끝이 났고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됐다.
백수 생활을 하며 내가 매진한 건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와 사이버대학 전공 공부였다. 그렇지만 공부에만 힘을 쏟지는 않았다. 내가 선택한 것임에도 본가에서 공부를 하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니 나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초조해서 취업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선택한 공부에 더해서 취업준비까지 할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우울한 생각이 들 때면 그래도 내가 선택한 공부가 있어서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꾸역꾸역 공부를 했다. 잘하든 못하든 나는 학교 일정에 맞추어 공부를 했고 시험을 쳤다. 그리고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사이버대를 선택한 건 한국어교원 자격증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부터였다. 예전에 한창 코이카 자원봉사단 모집공고를 찾아볼 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위해서는 교원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보고 한국어 교원 자격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 봉사활동을 간 건 아니지만 늘 내 마음속에는 언젠가 해외봉사활동을 가야지라는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해볼까 하고 학과를 찾아보던 중에 한국어문화학을 알게 됐다. 자격증에 필요한 과목을 전공과목으로 수업을 듣고 실습을 거치면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전공을 선택한 것은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고 언젠가 써먹을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겠냐는 생각이었다. 나는 참 선택을 쉽게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사이버대학도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아직도 매달 학비가 카드값으로 빠져나간다. 백수가 다달이 학비를 갚아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아직은 괜찮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으로 남은 기말고사 과제까지 제출했다. 시험은 모두 온라인으로 치는 것이라 이제 나의 사이버대학 생활 1년이 끝났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수업이나 학회 등이 취소되면서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서 사이버대학에 입학한 것이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물론 성적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2학기 성적이 나오면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다....!
나는 사이버대학 공부를 쉽게 생각했다. 사이버대학이니까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르기 때문에 출석만 잘 하고 시험만 어느 정도 치면 성적이 잘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어떤 일도 쉬운 건 없었다. 직접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사이버대학도 내가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도 함께 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1차만 붙고 2차는 떨어져서 합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이버대학 성적도 1학기 기준으로 만족스러운 학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늘 욕심만 앞서고 열심히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에 속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정도의 노력으로 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무서워진다.
그래도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쓸데 없는 공부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열심히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나는 늘 그 조건에 미달하는 삶을 살았다. 하고 싶은 건 많으면서 정작 제대로 성취해본 적이 없어서 늘 적당히 살아가고 있다. 선택하는 것에는 과감하지만 항상 내 노력은 부족했다.
인간은 자기객관화가 힘든 동물이라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사실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열심히 하냐 그렇지 않냐는 것을 말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선택을 했다고 공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기에 사실 2020년 올 한 해가 조금 많이 아쉽기도 하다.
난 유혹에 취약한 사람이라 공부를 하기 전에 유튜브를 배회하고 넷플릭스를 방황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공부하지 않은 나를 자책하며 공부를 시작한다. 이런식의 반복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서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고 있다. 집에서 나온 지 이제 4개월째, 줄어가는 통장잔고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아직은 버틸만하다.
아,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주제와 다르게 너무나 주절주절 적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은 1년 차 사이버대학생 아직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꽤 재밌다.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어가 어렵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알게 된 것도, 관련된 책을 읽고 잊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또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에 교사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다. 사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나는 한국어 교사로 일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왜 쓸데없이 공부하느냐 묻는다면 순간의 선택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은 언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는 거거든.
아아, 그래 사이버대학생 나쁘지 않다.
1년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려서 곧 2021년이 온다는 것에 조금은 두렵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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