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시작하면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도전한 사이버대학이었는데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올 한 해는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4월에 퇴사를 당하고(아마도 4월은 퇴사의 달인가 보다. 2019년에도 4월에 퇴사를 당했는데 2020년에도 퇴사를 당하다니 내년 4월에는 다행히도 회사에서 잘릴 일은 없지만 백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취업 준비생과 백수 그 사이의 어딘가에 서 있는 나는 2021년에 서른 살이 된다. 중학교 시절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 듣던 내가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 맞는 나이가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 아아,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려니 자꾸 주절주절 다른 얘기를 늘어놓게 된다.
사이버대 학생으로 1년을 말하자면 참,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잘 나온 것도 아니고 학생으로 보람찬 학교생활도 한 적도 없으니 머릿속에는 왜 내가 공부를 하고 있지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는다.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서 언젠가 코이카 해외봉사 단원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 아닌 목표를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충동적인 선택을 해 온 사람이라 언제쯤 이런 충동적인 선택을 멈출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고치기 어려울 듯하다.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에 편입한 이유 또한 너무나 간단하게도 이 학교가 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중에 가장 오래됐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선택했다. 나처럼 선택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름 괜찮다. 강의 퀄리티는 수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직까지 엄청 별로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다만 강의 업데이트 주기가 1년 단위가 아닌 강의가 있다는 것에 대한 찝찝함이랄까 올해 코로나로 인해 그 부분이 더 도드라졌는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사회 현상, 오프라인 수업이 1번이라도 포함된 강의 같은 경우에는 아, 이 강의가 올해 제작된 게 아니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니 등록금을 내고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일반 4년제 사립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등록금은 싸지만 그리 싸지 않다. 1학점당 8만원 돈인데 나는 무슨 학교 연계 할인인가 그런 게 적용돼서 등록금 중 30% 감면을 받는다. 그래도 18학점 기준으로 백만 원은 드니 백수에게 다달이 나가는 할부금은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나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지...크흡,,,,
결과적으로 아슬아슬하게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분위를 벗어나 국장을 받지 못했다. 오롯이 내 쌩돈이 나가고 있다. 8년 전, 학교 다닐 때는 국가장학금 받았는데 그래서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음 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뒀지만 역시나 남은 1년도 등록금 그대로 내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성적 장학금도 못 받는다ㅠㅠ
사이버대 수업 듣고 과제랑 출석만 잘하면 그냥 에이쁠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참으로 바보 같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으니 납작 엎드려 겸허히 받아들이고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다짐해본다)
이번 학기는 1학기보다 성적이 잘 나왔지만 교양 과목 버프를 받았다. 한 과목이 생뚱맞게 B가 나와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시험도 잘 못 쳤지만 리포트 과제가 아쉬웠다. 거의 수업 내용 베끼기 수준이라 작성하면서도 이게 뭔가 했다. 관련 논문 찾아 읽으며 침만 줄줄 흘리고...ㅠㅠ
나는 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는데 이 정도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니 졸업까지 달린다. 내년에도 등록금 카드 할부는 계속되겠지만 괜찮다. 아직 모아둔 돈이 조금 남아 있는 백수는 지금 다방면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멍을 찾아다니고 있다.
아, 올해 성적을 블로그에 시원하게 공개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2021년은 열심히 달려야겠다.
블로그에 하는 다짐이 되었는데 이렇게라도 적어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할 것이기 때문에 적어봅니다.
사이버대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도전하세요!
조금만 열심히 하면 성적은 잘 나올 거예요. 저는 열심히 하지 않았음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전공과목을 자격증에 필요한 필수 영역별로 이수하면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자격증을 쓰게 될지 어떨지 그것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저는 뭐라도 강제로 해야 할 것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목표를 적어둡니다.
다들 할까 말까 할 때는 그냥 해보세요.
아직 저는 그게 좋다!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보고 내 선택에 후회하는 게 낫더라고요.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치관이랄까 생각은 많이 바뀌겠지만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쓴 글이 길어졌는데 다들 2020년 마무리 잘하시고 코로나로 힘들지만 그래도 즐겁게 2021년 시작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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