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나는 인생 처음으로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3박 5일 동안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대만은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였고 나는 대만 정도라면 혼자서 충분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대만에 관련된 여행책을 구매하고 인터넷으로 여행지 관련 정보도 알아봤다. 짐을 싸고 환전까지 하고 나서 나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대만으로 떠나는 날, 평소 퇴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마쳤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러 갔다.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길, 그때의 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첫 여행의 흥분으로 바리바리 싼 배낭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던 그 찰나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티켓을 받아들고 사진을 찍었다. 부산에서 출발해 타이페이에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탔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처음 타본 비행기는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나는 비행기 체질인지 비행기에서 꽤나 잘 잤다. 한숨 푹 자고 나니 도착한 대만. 여권에 대만 입국 도장이 찍히고 나는 설레는 마음과 떨리는 마음을 함께 안고서 공항 노숙을 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혼자 보내는 날인데 공항 노숙이라니!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공항버스를 타려고 공항에서 첫 차 시간까지 기다렸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새벽 편의점 만찬을 마치고 어디 누울만한 곳이 없나 배회했다. 그때 한숨 푹 잤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동이 틀 때가 돼서 나는 버스를 탔고 꽤 이른 시간에 타이페이 시내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가기 위해 MRT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내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신기했다. '나 정말 대만에 왔구나!'
숙소 주인에게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더니 쿨하게 알았다며 잠시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다. 잠시 후 덜덜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깡마른 집주인은 꽤나 젊었고 영어를 잘했다. 숙소에 관해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고 나서 숙소를 구경했는데 대만의 가정집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물론 숙소는 2층 침대가 방을 채우고 있었지만 숙소 뒷문을 열고 나가면 영화에 나올 법한 가정집의 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숙소에서 빨래를 널며 옆집 구경을 하곤 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한 숙소에 머물면서 타이페이와 타이페이 근교를 여행했다. 처음 먹는 음식, 낯선 문화, 습하고 더운 여름날의 대만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놓쳐서 당황했던 일,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던 일, 우육면을 먹으러 꼭 다시 대만에 올 것이라 다짐했던 순간, 대왕 바퀴벌레를 보고 놀랐던 것,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던 것까지 짧은 여행 동안 나는 참 많이 돌아다니며 내 마음에 여행의 순간을 채웠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때로 심심했지만 나는 혼자서 꽤 잘 노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색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고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되는 것도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내 모습이었다. 나는 때로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그저 걸었는데 그렇게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만난 풍경은 모두 대만이었다.
대만 여행은 나에게 여행에 대한 용기를 심어줬다. 대만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게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준 그날의 여행이 나를 다른 여행으로 이끌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읽던 책을 통해 알게 된 해외여행, 그렇게 한동안 여행에 관련된 책만 읽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성인이 되면 꼭 배낭여행을 갈 것이라 다짐했다. 나는 어린 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1년 뒤, 나는 돈이 다 떨어지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여행을 떠났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블라디보스톡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7년 7월, 내 나이 스물여섯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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