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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9] 러시아 여행 | 알혼섬으로 가는 날!_러시아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

김나무 2020. 12. 15. 22:01
2017.07.19.수요일

 

오늘은 아침 일찍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는 날이다.
어제 자는 시간임에도 계속 떠들던 외국 아줌니들은 곤히 잘 자고 있더라.

숙소 바로 옆이 버스터미널이라서 6시 40분 쯤에 일어났다. 씻고 배낭 정리를 하고 체크 아웃을 했다. 그 와중에 한국인 부부로 보이는 분들을 만나서 잠시 인사를 나눴다. 그분들도 알혼섬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어제 버스터미널에 갔을 때 오늘 오전에 출발하는 버스가 없다고 들어서 오늘 혹시 자리가 있는지 다시 알아본다고 하더라. 그렇게 즐거운 여행 되라며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은 쿨하게 패스하고 터미널로 갔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았다.버스티켓에 적힌 6번 플랫폼으로 가니 미니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타는 버스는 07번 다른 번호도 알혼섬으로 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거기에서 다시 숙소에서 만난 부부님들을 만났다. 혹시나 버스에 남는 자리 있나 해서 기사님에게 물어보셨다고! 근데 딱 한자리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해서 씁쓸하게 터미널을 떠나신 것 같았다.

나는 기사님에게 티켓을 보여주고난 뒤 배낭을 차에 싣고 버스 맨 뒤쪽 창가 자리에 앉았다. 다들 러시아 사람들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인이 없는 곳에 있으니 기분이 색달랐다. 이 좁은 버스 안에서 장장 6시간을 있어야 한다니!


그래도 생각보다 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창밖에는 거의. 비슷한 풍경들이 계속됐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지겹지 않았다.  오랜만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창밖에 풍경들을 보니 오랜만에 감성 포텐 터져서 좋았다. 그냥 별 심각한 생각 하지 않고 노래가 좋다, 바깥 풍경이 예쁘네 사진 찍어야지 그런 생각만 했는데 좋았다. 러시아가 내 여행의 출발지라는 사실이 더 좋아졌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달렸을까 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다. 기사 아저씨가 나만 외국인이어서 지금 밥 먹는 시간이라고 창밖에서 밥 먹는 시늉을 하며 알려주셨다. 아저씨 버스 탈 때부터 친절하더니 조만간 나를 울리겠다ㅠㅠ

친절한 기사아저씨! 이름은 모르뉴ㅠㅠ

그러고 나서 화장실에 갔는데 겁나 친숙한 푸세식 화장실! 냄새가 그냥 아주 쩔더라ㅋㅋㅋ 그래도 볼일 잘 보고 다행히 똥통에 빠지지 않고 잘 살아서 나왔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왔는데 배가 고프지 않아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평소에는 아이스크림을 잘 안 사 먹는 편인데 이 날따라 먹고 싶어서 하나 샀다. 역시나 휴게소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조금 비싼 느낌적인 느낌 50루블. 안에 블루베리가 들어간 거 밖에 없어서 그걸로 사는데 역시나 블루베리는 내 스타일이 아닌 것ㅠㅠ 블루베리 잼 같은 거 빼고는 잘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휴게소 멍멍이들의 재롱도 보고 잘 쉬었다.


알혼섬 가는 길은 거의 초원이나 산이 계속 이어지는데 나는 그 풍경이 좋았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나무는 거의 없고 잔디나 풀이 자라 있었다. 평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동안 마을은 많이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간간히 풀 뜯어먹는 소랑 말도 볼 수 있었다.



버스는 다시 알혼섬을 향해 달렸다. 한참 달리다보니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버스를 세우더니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뭐지, 생각하며 따라 내렸는데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거기서 배를 타고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잠깐 기다리니 배가 왔다. 배를 타고 얼마쯤 갔을까 눈으로도 알혼섬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다.

바이칼 호수가 보인다!!!

배를 건너가면 바로 알혼섬! 후지르 마을까지는 더 들어가야 한다ㅠㅠ


배에서 내린 후에 다시 버스를 탔다.          그리고 1시간 30분 정도 더 갔을까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가 바로 알혼섬의 종착지 후지르 마을이었다.
알혼섬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계속 비포장 도로인데 어찌나 버스가 덜덜 거리던지 근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다음 날 예정에도 없던 북부 투어는 정말ㅋㅋㅋ 이건 다음 일기에 자세하게 쓰는 걸로!

생각보다 일찍 후지르에 도착했다.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 내가 버스 타기 전에 돌아오는 표 예매한 걸 보여줬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후지르에 도착해서 버스터미널에 그 티켓 예매 확인서 보여달라고 하면서 맞는지 물어봐 주더라 감동ㅠㅠ 근데 거기 직원들도 잘 모르는 표정ㅋㅋ 일단 21일 오전에 출발하는 버스니까 그 때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잘 해결됐다 생각하고 친절한 기사 아저씨랑 셀카 찍음ㅋㅋㅋ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의 멍청 댕청함은 외국에 나가서 더 빛을 바란다. 그건 알혼섬 마지막 날 이야기 쓸 때 적도록 하겠음!!

그리고 내가 알혼섬에서 이틀 동안 묵을 숙소를 차자 갔다. 생각보다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웠다. 걸어서 10분 정도 가니 바이칼 호수가 가까워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곳에 숙소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숙소였고 도미토리 보다는 개인룸이 많은 숙소였다.

리셉션에 체크인하러 들어갔는데 풍채 좋은 러시아 아줌마가 반겨줬다. 그리고 내 여권은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자기가 맡아두겠다고 얘기했다. 근데 뭔가 못 미더웠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맡기고 간다고 여권 보여주더라ㅋㅋㅋ 그래서 오케이 하고 맡겼음ㅋㅋㅋ

여기는 4인 혼성 도미토리 싱글침대였는데. 오늘 같이 방을 쓰는 사람이 한국인 같았다. 내가 체크인 할 때는 없었는데 소지품에 한국어가 있어서 알게 됐다. 그래서 러시아는 어딜 가나 한국인이 참 많은 걸로ㅋㅋ
그리고 후딱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바이칼 호수로 향했다. 시원하게 탁 트인 경치가 예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다. 사진에 바이칼의 아름다운 풍경이 다 담기지 않아서 아쉬울 뿐. 사진보다 내 눈에 더 많이 담고 가자며 호숫가로 내려갔다.


바이칼 호수에 가면 꼭 수영을 해보고 싶었기에 여행에서 처음 래쉬가드를 장착하고 호숫가에 앉았다. 사실 마이칼 호수가 너~어~무 넓어서 호수라기 보단 바다 같다. 다만 짜지 않은 바다일 뿐. 파도도 친다ㅋㅋ 심지어 햇살은 뜨거운데 호수물이 너무 차가워서 수영할 엄두도 못냈다ㅋㅋㅋ 진짜 들어갔는데 동상 걸릴 정도로 차갑더라. 그래서 몸만 잽싸게 담그고 걍 옷 마를 때까지 선탠함ㅋㅋ 미련 곰탱이는 바이칼 호수에서 수영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음 진짜 너무 차가웠거든!!

혼자 여행하는 셀카고자는 오늘도 운다 엉엉ㅠㅠ
그래도 바이칼 호수는 넘눔늠 예뻤다.


그리고 그냥 보래사장에 누워있었는데 잠이 솔솔 오더라. 그래서 그냥 잠ㅋㅋ 근데 진짜 꿀잠 자서 완전 상쾌했다. 신기한 건 러시아 사람 그 누구도 내 물건에 손을 데지 않았다. 러시아 치안 완전 짱짱 좋아요! 아직은 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 까지만 왔지만ㅋㅋ
여튼 그렇게 낮잠 잘 자고 언덕 하나를 넘었다. 바위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세탁기 사용하려고 했는데 웬열 세탁기 사용하는데 300루블 ㅋㅋㅋㅋ 그래서 응 안 해 하고 속옷이랑 래시가드 손빨래 잼ㅋㅋㅋ 그리고 횡단 열차에서 입었던 아직도 세탁망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한다... 이르쿠츠크 숙소 가서 빨래할 예정! 내 옷들 썩지만 말길ㅠㅠ

그리고 숙소에서 한국인 남자분을 만났다. 나와 같은 나이에 혼자 여행 왔다고! 러시아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나에게 내일 북부 투어 가냐고 물어보길래 그게 뭐냐고ㅋㅋㅋ 그랬더니 알혼섬 오면 다들 꼭 가는 투어라고 했다. 미니버스 타고 알혼섬 북부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일정으로 하루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사실 아까 체크인 할 때 숙소 아줌마가 노스, 사우스 어쩌고 물어보길래 나는 남한, 북한 물어보는 줄 알고 사우스! 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노스가 더 유명하고 더 많이 간다고ㅋㅋㅋ 그래서 아~ 투어구나 그랬는데 가격이 1000루블이라길래 비싸다고 바로 안 간다고 했지. 근데 한국분이 좋다고 꼭 가보라길래 또 귀가 팔랑팔랑해서 그러면 신청하고 와야겠다며 바로 신청했다. 북부 투어는 오전 10시에 숙소에서 출발하고 오후 5시 정도에 돌아오는 일정이라고 했다. 투어 일정에 점심도 포함돼 있어서 맘에 들었다ㅋㅋ

일단 신청했으니 북부투어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결론은 진짜 좋았다!! 안 갔으면 그냥 몰랐을 건데 다녀오니 알혼섬을 다 둘러보고 온 느낌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일기에서!!

그리고 오늘 버스에서 5시간 30분을 보내고 차가운 바이칼 호수에 몸을 담그고 나니 겁나 피곤했다. 그래서 밀린 일기 쓰고 일찍 잠ㅋㅋㅋ 여행하면서 바른생활 어린이? 가 된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남ㅋㅋㅋ

덕분에 결과 적으로 알혼섬에서는 별을 보지 못했다... 또르르르ㅠㅠㅠ 그래도 호수 실컷 봤으니 다음엔 겨울에 와야지!!

오늘도 수고했어^^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