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글/1. 배낭여행

[여행+11] 러시아 여행 | 역시나 밖에서도 줄줄 새는 바가지...그래도 좋음!!

김나무 2020. 12. 15. 22:48
2017.07.21.금요일

 

오늘은 알혼섬에서 다시 이르쿠츠크로 가는 날! 9시 40분 버스라 일찍 일어나서 배낭 싸고 갈 준비를 했다.

 

배낭과 함께 달랑달랑 들고 왔던 봉다리 두 개도 잘 챙겨서 체크아웃을 했다. 러시아 아줌마가 여권도 친절하게 주며 잘 가라고 했다. 안에 보니까 숙소 확인증? 같은 것도 들어 있었다. 신기해하며 밖으로 나왔는데 마른하늘에 비가 조금씩 내렸다. 해가 쨍한 날에 비가 오는 건 이 지역에선 흔한 일인 듯.

 

숙소를 빠져나와 버스 터미널로 행했다. 한 10분 정도 걸었을까. 터미널에 도착해서 예약했던 티켓 확인증을 내밀었다. 러시아 아줌마가 한참을 보더니 여기 후지르 마을에서 출발하는 거 아니고 알혼섬 나가서 바로 있는 마을이라고 했다. 엥?! 이게 뭐야ㅋㅋㅋㅋ역시나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블로그 보고 잘 예매했다고 생각했는데!!ㅠㅠㅠ 그분들은 잘 다녀오신 것 같더구먼 나는 어떻게 된거지...하하핳..

 

직원 아줌마가 오늘은 나가는 버스 다 매진이라고 ㅠㅠ 내가 타고 갈 버스는 이미 8시에 여기서 출발했다고 하더라 또르륵.. 아줌마는 미안하다고 얘기하며 동네에 버스 인포메이션으로 가보라고 했다. 지나가면서 봤던 곳이라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정류장에서 나왔다.

 

혹시나 하고 예상했던 일이 벌어져서 별 생각도 안 났다. 짜증도 안 나고 화도 안나고 그냥ㅋㅋㅋㅋㅋ

그리고 버스 인포에 도착하니 다행히 바로 버스가 있다고! 다행이라며 800루블을 건네주고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보다. 걍 예매 잘못한 거 빼고는 별 일 없었다. 다만 오늘 오후의 나에겐 또 다른 일이 생길 예정이라는 것을 그때는 새까맣게 몰랐다.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9시 40분 정도 돼서 갑자기 러시아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마 버스 타러 안 오냐고 하는 전화인 것 같았다. 전화를 받고 즈드라스뿌이쩨라고 인사만 건넸다. 아저씨가 뭐라 뭐라 하는데 알 수가 있어야짘ㅋㅋㅋ 거기 있는 직원 언니에게 바꿨더니 친절하게 내 사정 얘기해주시는 것 같았다. 러시아 사람들 너무 친절해유ㅠㅠ

 

그리고 버스 티켓 살 때 내 이름 물어봤던 직원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내 이름이 하니라고 얘기해줌ㅋㅋ 그래서 나 떠날 때까지 내 이름 불러주고 조금만 있으면 버스 오니까 조금 더 기다리라고 말해줬다. 완전 짱 친절ㅠㅠ

 

그리고 내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직원 언니 따라서 나갔는데 다행히도 내가 탈 자리가 있었음ㅠㅠ 근데 버스 문이 열리고 어떤 여자분이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대충 이사해줬는데 알고 보니 어제 투어 하면서 만났던 홍콩 언니!! 오늘은 안경을 쓰고 있길래 한 번에 못 알아봤다ㅋㅋ

버스 타고서야 겁나 반갑게 인사했더니 홍콩 언니가 뭐냐며ㅋㅋㅋ 그 언니는 영어를 겁나 잘해서 나는 쭈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같이 와서 좋았다.

 

중간에 배 타는 곳에 내려서 커다란 만두 튀김? 같은 것도 사 먹었다. 60 루블이었나 여튼 안에 고기 들어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많이 먹길래 아침도 못 먹고 배고 파서 맛있게 먹었다.

 

배를 타고 드디어 알혼섬을 나왔다. 이제부터는 계속 포장도로라 한결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는 버스에서는 계속 잠만 잤다. 그리고 중간에 밥 먹는 타임! 식당에서 보르쉬랑 만두 같이 생긴 거 하나 시켜서 먹었다. 러시아어 메뉴판에다 자필로 서져 있어서 구글 번역기가 인식을 못했다. 그래서 러시아어로 수프 번역해서 보르쉬 시키고 메모장에 만두 같이 생긴 그림 그려서 만두도 하나 같이 시켜서 먹었다. 거기 주문받는 아줌마도 웃긴지 겁나 웃고ㅋㅋㅋ

 

홍콩 언니한테 내가 주문한 방법 알려주니까 나보고 지니어스라곸ㅋㅋㅋ 여기서 내가 그린 만두 그림 인증!

 

보르쉬 안에 고기도 많이 들어 있고 진짜진짜 맛있었다!! 만두는 그냥 쏘쏘 했음.

 

그리고 다시 버스 탐. 이르쿠츠크 다 와갈 때까지 계속 잠.잠.또 잠. 목베개 하니가 너무 더워서 그냥 목베개 없이 잤다. 목 아팠는데 그래도 나름 잘 잤음ㅋㅋ

 

늘 기사 아저씨는 겁나 빨리 달려서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3시 30분에 버스터미널 근처에 도착해서 홍콩 언니랑 같이 트램을 탔다. 홍콩언니는 오늘 5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간다고! 그래서 늦을 까봐 겁나 걱정하며 트램을 탔다. 나는 이르쿠츠크 도착한 날에 트램을 한 번 타봐서 15루블이라도 요금을 알려줬는데 잘 못 알아듣고 아저씨에게 50루블을 냈다는 거! 그래서 돈 걷는 아재한테 50루블 줬으니 35루블 달라고 하니 그냥 15루블만 줌ㅋㅋㅋ 응? 뭐지 주려면 다 주던가ㅋㅋㅋ 그래도 얼마 안돼서 홍콩언니는 쿨하게 포기했다. 나는 4정거장 정도만 가면 숙소 근처라 먼저 내렸다. 홍콩언니에게 즐거운 여행하라고 인사를 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홍콩언니 이름은 소피! 페북 친추도 했다. 사실 나보다 어린 거 같음, 나이는 안 물어봤지만ㅋㅋ

 

그리고 배에 탔을 대 소피가 어제 만났던 한국사람들 얘기를 하며 한국인은 왜 그렇게 초면에 나이를 물어보는지 물어보더라ㅋㅋ 그래서 내가 한국인들은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다고 답했는데 근데 왜 나는 자기한테 나이 안 물어보냐고ㅋㅋㅋ 나는 외국인들이 서로 처음 만났을 때 나이 물어보지 않는다고 해서 잘 안 물어본다고 답했다. 근데 잘 전달됐을지는 모르겠네ㅋㅋㅋ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나는 트램에서 내렸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소피가 기차 잘 탔다고 보내줘서 다행히다 싶었다. 근데 내가 다행이 아니었다. 숙소 체크인하고 여기가 좋아 보여서 1박 더 추가했다. 다른 숙소 예약해 뒀는데 다행이 오늘까지 취소하면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취소했다.

 

그리고 방에 짐을 풀었다. 내가 체크인할 때 오늘 첫 체크인 한 사람이 나여서 나 밖에 없었다.

 

천천히 짐 풀고 씻을 준비 하는데 헐, 내 소중한 봉다리!! 봉다리가 없어진 것ㅠㅠ 사실 없어진 게 아니고 내가 버스에 두고 내렸다. 트램 탈 때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헐...헐,..이라며 ㅠㅠ 사실 샤워용품이랑 먹을 것들은 새로 사면 된다. 그런데 먹는 거 들어있는 봉다리에 목이 언니가 준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도 있고 이네사가 준 맛있다는 라면이랑 아침용으로 받은 거랑 또 블라디보스톡에서 마리나가 챙겨준 숟가락이랑 포크도 있어서ㅠㅠㅠ

 

진짜 얼마나 미안하던지ㅠㅠㅠ나는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지 정말....하... 대책 없는... 그래도 배낭이랑 돈 잃어버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샤워용품이 없어서 대충 물샤워 하고 옷 갈아 입고 쇼핑하러 쇼핑몰로 향했다.

 

아까 버스 타고 오면서 봤던 큰 쇼핑몰에 가려고 구글맵을 확인했다. 한 30분 정도 걸으면 된다기에 괜찮겠지 하고 나갔다. 아까 체크인 하면서 1박 추가하는데 돈을 다 써서 은행에서 현금 인출도 할 겸 쉬엄쉬엄 걸어갔다. 쇼핑몰 가는 길은 시내를 지나는데 쇼핑몰에 ATM기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은행 들리지 않고 바로 갔다. 근데... 쇼핑몰 도착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은행이나 현금인출기는 없는 것....

 

그래서 다시 시내로 돌아감ㅋㅋㅋㅋ 진짜 숙소에서 슬리퍼 질질 끌고 나왔는데 얼마나 걸었던지 엄지발가락 위쪽이 겁나 쓸려서 까져 있더라. 어제 버스 타고 5시간 넘게 있었는데 이르쿠츠크 와서 12킬로미터를 걸었다. 그럼 말 다했지 뭐ㅋㅋㅋㅋ

목이 언니가 준 슬리퍼 신고 쇼핑하러 가는 길!

러시아의 제일 큰 녹색 은행 갔더니 6시인데 아직 은행 창구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한국이랑 넘나 다른 것. 한국은 짤 없이 4시면 끝인데ㅠㅠ ATM기에서 루블을 넉넉히 뽑아 쇼핑몰로 갔다.

 

큰 마트여서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일단 필요한 생리대랑 바디워시, 폼클렌징, 치약, 칫솔을 카트에 담았다. 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생각보다 지출이 늘어나서 이르쿠츠크에 있을 때는 숙소에서 밥을 만들어 먹을 생각으로 음식 재료도 샀다. 기차에서 먹을 라면이랑 메쉬 포테이토도 몇 개 샀다. 그리고 숙소에서 만들어 먹을 파스타면이랑 소스, 양파, 샌드위치용 식빵이랑 치즈, 햄, 피클까지 샀다. 그리고 파스타에 넣어 먹을 소시지를 샀는데 싼 걸로 고르다보니 실패... 흑흑흐규휴 옛날 학교 앞 문방구에 팔던 소세지 맛.. 파스타용은 아닌 듯.

 

그렇게 쇼핑백 2개 가득 들고 다시 숙소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24시간 마트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서 목이 언니가 말해줬던 할머니 샴푸인가 그걸 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니 8시 정도였다.

 

대충 쇼핑한 짐을 정리하고 저녁 먹으러 주방으로 갔다. 파스타 만들어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하는 요리라 양 조절에 실패해서 거의 한 시간 동안 먹고 그래도 조금 남아서 버렸다. 아깝지만ㅠㅠ

소세지만 빼면 나름 괜찮은 노맛....

 

그리고 겁나 신기했던 만남!! 알혼섬 숙소에 있을 때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도 여기 숙소에 왔던 것. 알고 보니 한국 분이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저녁을 먹었다. 아저씨는 등산이랑 여행을 좋아해서 혼자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셨다고 한다. 이번 여행도 우즈베키스탄이었나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지금 이르쿠츠크까지 왔다고 한다. 여행해본 나라도 많아서 얘기를 들이니 재밌더라. 아직도 가볼 곳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시면서 즐거운 여행 되라고 말해주셨다.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즐거운 만남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이제 밀린 일기 끝!!

 

아! 그리고 같은 방 쓰는 사람 한 명이 들어왔는데 한국분!! 여자분 혼자서 여행 왔다고 했다. 같이 이런저런 얘기 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서 오늘도 늦게 잠ㅋㅋㅋ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