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07.20. 목요일
어제 겁나 피곤했었는지 오늘도 완전 꿀잠을 잤다. 오늘 아침 10시에 북부 투어를 시작해서 한 8시 즘 넘어서 일어났다. 대충 씻고 어제 널었던 빨래가 잘 말랐는지 확인하니 아직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뒀다.
숙소 좋았는데 가격 생각하면.. 알혼섬은 이르쿠츠크보다 숙박비가 좀 더 비싼 편
같은 숙소를 사용했던 한국분은 숙소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400루블 받는다고ㅋㅋ 그래서 나는 또 쿨하게 패스! 오늘 투어 할 때 점심 먹으니까 아침은 미리 사서 갔던 요플레 하나 먹었다.
한국분은 오늘 아침에 이르쿠츠크로 가신다고 해서 서로 여행 얘기 조금 하다가 빠이빠이 했다.
그리고 투어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져서 밖으로 나갔다. 주인아줌마가 좀 있으면 출발할 거고 국립공원 입장료 100루블 기사아저씨한테 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100루블 기사 아저씨에게 챙겨주고 미니버스에 탔다.
오늘 여행 메이트는 모두 러시아 사람!
이름이 알렉산드리아, 율라였나 잘 기억 안 남ㅋㅋㅋ 모스크바에 살고 친구끼리 놀러 왔다는 2명이랑 이르쿠츠크에 사는 남자 1명이 나와 같은 숙소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 타고 조금 더 가서 다른 숙소에 있던 러시아 부부 2명과 함께 북부 투어를 시작했다.
지난 글에 포스팅한 것과 같이 알혼섬은 모두 비포장 도로다. 그래서 차가 달릴 때 흙먼지 장난 아니고 후지르 돌아다닐 때도 흙먼지 잔뜩 먹는다. 그로 인해 검은 코딱지로 가득한 코 내부 청소를 꼭 해줘야 한다. 그건 그렇고ㅋㅋㅋ
북부 투어는 여러 코스마다 버스를 세워 구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숙소나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북부 투어와 거의 비슷한 식으로 진행돼서 코스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비슷하다. 그래서 한국인들도 만나고 홍콩 언니도 만났다는!
처음 내린 곳에서 그리 오래 정차해 있지는 않았는데 러시아 친구들 3명이 사진 찍는다고 늦게 옴ㅋㅋ 나랑 기사 아저씨 그리 러시아 부부는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기사 아저씨랑 같이 사진 찍었다. 아저씨 이름은 유라! 예쁜 이름이었다. 아저씨 겁나 친절했음. 어제 버스기사님도 그렇고 러시아에 배가 볼록 나온 아재들은 다 친절한 듯ㅠㅠ
처음 내린 코스는 경치가 말도 안 되게 예쁜 바이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진짜 너무너무 좋았다. 첫 코스에서는 잠깐 내렸다가 바로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신기했던 게 바이칼은 어딜 가나 중국인이 러시아인과 비슷하게 많았다. 한국 사람도 많은 편이었는데 중국인에 비하면 뭐 애기 수준ㅋㅋ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중국어. 중국 사람들이 바이칼 호수를 그렇게나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보다.
두 번째 내린 곳은 정말 시원하게 탁 트인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하나 둘 풍경을 사진에 담았지만 직접 보는 그대로를 담을 수 없어서 오늘도 아쉽ㅠㅠ
거기에는 큰 바위 두 개가 있었는데 아기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곳이라고 했다. 오른쪽 바위로 가면 여자아이, 왼쪽 바위로 가면 남자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기사 아저씨가 얘기해 준 걸 러시아 남자분이 영어로 해석해주셨는데 진자 고마웠다. 몰랐으면 그냥 지나갈 풍경이었는데 이야기 듣고 나니 다르게 보였다.
기사 아저씨가 나는 어느 쪽으로 갈 거냐고 물었다. 별생각 없었지만 그래도 딸이라며 오른쪽이라고 답했다.
러시아어 1도 모르는 철부지인 내가 구글 번역기 써가며 대충 러시아 사람가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구글 번역기, 구글맵은 여행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짱짱 어플ㅠㅠ
사진에 바이칼의 아름다움은 다 담을 순 없었지만 다시 보니 그래도 그 풍경들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북부 투어의 꽃인 섬의 최북단으로 향했다. 거기서 점심 먹는다고 기사 아저씨가 준비하고 있을 테니 1시 30분까지 여기로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 이번에는 러시아 친구들이랑 같이 다녔는데 이 언니들 사진 찍는 거 겁나 좋아함ㅋㅋ 같이 사진도 찍고 또 돌아 다니다보니 힘들더라. 언니들은 지ㅣ지도 않는지 계속 포즈 취하며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러시아 남자분은 계속 사진 기사 자청하며 사진 찍어줌ㅋㅋㅋ
나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풍경 사진을 좀 찍었다. 거기는 안개가 바이칼 끝까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기사아저씨가 돌아오라고 말했던 시간이 가까워져서 도착했던 곳으로 되돌아 갔다. 다른 투어 많이 자리 잡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아까 아저씨가 오늘 점심으로 오물 먹는다고 해서 겁나 기대했는데 기대보다 더 맛있었다. 오물이 뼈가 많았는데 먹기 편하게 살만 발라서 통에 담아 왔더라. 감동ㅠㅠ 아저씨가 살만 잘 바른 오물을 그릇에 옮기고 감자와 야채가 들어있는 따뜻한 육수를 부어 줬다.
테이블에는 같이 곁들일 오이, 파프리카 샐러드와 빵이 있었다. 국이랑 같이 먹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진짜 감동의 맛ㅠㅠ 그러고 오랜만에 너무 많이 먹어서 진짜 배터지는 줄 알았다. 러시아 친구들은 국물 안 남기고 다 먹었는데 나는 너무 배불러서 국물만 조금 남김ㅠㅠ 흑 자존심에 금이 간다.
그리고 나서 후식으로 차랑 잼 들어 있는 빵도 줌. 흐아~ 진짜 배 터지게 잘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버스에 탔다. 배가 부르니 잠이 솔솔 오는데 차가 좀 덜컹거려야지ㅋㅋㅋ
다음에는 작은 마을 같은 곳에 내렸는데 몽골사람들의 후손인지 신기하게 물 연주할 수 있는 세숫대야 같은 것도 있고 활을 쏠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세숫대야 같이 생긴 거에는 물이 담겨 있었다. 거기에 손을 담그고 옆에 있는 손잡이를 문질문질 하면 울이 통통 튀어 오르면서 신기하게 소리가 나는데 이름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ㅋㅋ 같이 버스 탔던 러시아 언니들은 신나서 막 시도하는데 잘 안되고ㅋㅋ
그리고 거기 있던 기념품 점에서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러시아 아줌마가 신기한 악기도 연주하는 거 보여줬다. 입에 물고 튕기는 식으로 연주했는데 소리가 진짜 신기했음!!
조금 쉬다가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
근데 여기가 마지막이었다ㅋㅋㅋ 차를 타고 산을 넘어가는데 올 때보다 더 심하게 덜덜 거리고 조금 무서웠다. 근데 겁나 피곤했던지 그 와중에 잠이 오서 조금 잤다ㅋㅋㅋ 그리고 러시아 부부님들 숙소 앞에 도착해서 내리고ㅠㅠ 나는 비몽사몽 해서 바이바이 손만 흔들어 줬다는. 친절한 부부님들 아저씨가 겁나 사랑꾼이라서 둘이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더라 아주 그냥 꿀이 뚝뚝 흘러넘치더라.
그리고 4시 40분쯤에 우리 숙소에 도착! 생각보다 더 좋은 시간이었다. 북부 투어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안 했으면 이런 풍경을 못 봤을 거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투어 신청하길 백 번 잘했다 싶었다.
숙소에 돌아오니까 어찌나 피곤하던지 친대에 가만히 누워서 쌈마이웨이 마지막회랑 효리네민박을 몰아서 봤다.
쌈마이웨이는 역시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래도 오랜만에 챙겨 본 드라마였는데 너무 전개가 휘리릭 된 거 같아서 아쉬웠음ㅠㅠ 숙소에 와이파이가 간당간당해서 데이터 써서 봤는데 생각보다 얼마 안 썼더라 다행ㅋㅋ
8시쯤 밖으로 나와서 마트로 갔다. 누가 후지르에 마트랑 식당 많이 없다고 했니!! 지나다니면 다 식당이랑 카페가 있고 거기에 제법 큰 마트 하나랑 작은 마트도 곳곳에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알혼섬에 가는 여러분들은 이르쿠츠크에서 뭐 겁나 많이 사서 가진 마세요 짐입니다 짐!! 이 짐 때문에 나는 또 정신줄을 잠깐 놨는데 그 이야기는 내일 일기에 쓰는 걸로ㅋㅋ
마트 가서 구경 좀 하다가. 생크림빵, 징징이 음료수랑 요플레 하나를 샀다.
바이칼 호수 가까운 언덕에서 노을 보며 빵이랑 요플레를 냠냠했다. 근데 숟가락 없어서 요플레 통째로 마셨다는ㅋㅋㅋ 생크림빵은 내가 생각했던 부드러운 크림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빵 먹고 있으니까 어디서 예쁜 멍멍이가 한 마리 다가와서 먹을 거 없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래서 빤 조금 떼서 줌ㅋㅋ 그랬더니 내 옆에 털썩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여기 멍멍이들은 사람들한테 먹을 거 얻어먹고 자유롭게 다녀서 그런지 덩치 큰 멍멍이라도 겁나 순하고 사람 안 무서워함.
오늘은 꼭 바이칼 호수 위에 뜬 별을 보려고 해 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뭐야 왜 이렇게 춥노 여기ㅠㅠㅠ 바람막이 걸치고 나왔는데도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다.
열 시가 다 돼서야 깜깜해지기 시작하는 너란 곳. 하하, 결국 너무 추워서 감기 걸릴까 봐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11시쯤 됐을까 그 늦은 시간에 중국 언니들 3명이 체크인해서 내가 있는 방에 들어왔다. 나는 오늘 이 방 혼자 쓰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밀린 일기 쓰고 중국 언니들은 피곤했는지 씻고 나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 나도 바로 불 끄고 잠ㅋㅋ
새벽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아침에는 괜찮았다. 그리고 다음날, 역시나 바이칼에서 별을 못 보고 섬을 떠나게 되는 나란 사람ㅠㅠ
그리고 섬을 떠나는 날 아침, 결국 예상했던 일이 터지게 되는데...
그건 내일의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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