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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3] 러시아 여행 | 한가로운 하루, 러시아도 덥다.

김나무 2020. 12. 15. 23:09
 2017.07.23. 일요일

 

 

한국은 지금 폭염에 집중호우에 난리도 아니라는데 지금 러시아도 여름인지라 덥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낮에 돌아다니면 햇볕이 겁나 뜨겁다.

오늘 같은 방에 외국인 언니가 새로 왔는데 바이칼에서 선탠 하다가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허벅지에 왕만한 물집이ㅠㅠ 햇볕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그만한 물집이 생기는지ㅠㅠ 모두모두 선탠 할 때 너무 뜨거우면 옷을 입읍시다!! 겁나 아플 텐데 병원은 안 가고 그냥 약국 가서 약 샀다고 그래도 병원 가보지ㅠㅠㅠ 옆에서 보는데 다리도 겁나 빨갛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같이 아파할 수도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언니 힘내요!!


그리고 나는 오전 8시에 일어나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오늘 같이 방 쓰던 한국인 대학생이 체크아웃하는 날이라 샌드위치 만들어 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샌드위치 빵이랑 치즈, 햄, 피클 찹챱해서 뚝딱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내용물이 별 거 없었음에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사실 어제 같이 노을 보러 강까지 산책하기로. 했는데 내가 그냥 쳐 자는 바람에 같이 못 간 게 너무 미안해서ㅠㅠ 샌드위치라도 만들어줌. 근데 나 화장품 잃어버려서 로션 아직 안 샀다니까 샘플도 챙겨주고 횡단 열차 타서 먹으라고 홍차 티백도 챙겨줬다.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많이 만나는 걸까. 그나마 전생에 착하게 살았나 보다.

그리고 서로 여행 즐겁게 조심히 하라며 빠이빠이 인사하고 나는 다시 잘까 하다가 그냥 샤워하러 갔다. 샤워하고 천천히 준비 후에 숙소에서 나왔다. 이르쿠츠크를 검색하면서 러시아가 시베리아의 대표 도시 이르쿠츠크를 점령하게 된 과정 그리고 이르쿠츠크로 유형을 왔던 러시아 귀족 및 지식인들, 데카브리스트에 관련해서 짧게 읽었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역시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법! 그 시절 이르쿠츠크로 건너가 터전을 잡았던 부부의 집이 지금 박물관이라고 해서 거기에 가보기로 했다.

오늘 같이 햇살 좋고 바람 좋은 싱그러운 날에는 역시나 목적지 가기 전에 다른 길로 한 번 세야지!
구글 지도 보면서 가는데 길거리에 관광지 관련 안내판이 있길래 그냥 그 표지판 따라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교회들이 많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예쁜 공원도 있었고 시청 건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큰 건물도 봤다. 공원에 잠 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공원 건너편의 큰 건물 옆으로 교회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일 안쪽에 자리한 교회로 가면 많이 본 듯한 건물이 나온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부킹닷컴으로 이르쿠츠크 숙소 예약하고 난 후에 예약 확인하는 페이지에 들어가면 지역별로 예약 내역이 나온다. 바로 거기에 있던 이르쿠츠크 대표 사진에 있는 교회가 아닌가!! 사실 거기 가봐야지 생각하고 온 건 아닌데 이리저리 걷다 보니 어느새 거기까지 가 있었다.
역시 여행은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걷다 만나는 곳도 좋은 법!


교회인지 성당인지 별 관심은 없었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향 냄새가 났다.
우리나라 성당이나 교회에서 향 피우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사실 성당은 관광지 말고 가본 적이 없다.)
향 냄새가 좋았다.
내부가 그리 넓지 않아서 빨리 둘러보고 잠깐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해서 내부 사진은 못 찍었다. 근데 건물 자체가 진짜 예뻤다.


그런데... 거기 직원인지 아저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그래서 그냥 웃으며 인사했는데 다시 지나가면서 또 보는 거. 그래서 내가 뭐 잘못했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깨달았다. 아, 여자들은 스카프나 수건으로 머리카락 가리고 들어오는구나... 나는 몰랐지...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니 여자들은 모두 스카프로 저리는 두르고 들어왔더라... 나갈 때 보니 가리라고 스카프도 비치해 놨더라. 나는 뭐지... 너무나 당당하게 그냥 들어갔는데... 그래서 걍 남자인 척ㅋㅋㅋ머리도 짧은 편이니까... 휴,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이래서 많이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ㅠㅠ

멘붕 이후에 밖으로 나오니 바로 강이 펼쳐져 있었다. 강 주변으로 산책할 수 있게 잘 만들어 놨더라 그래서 한 바퀴 돌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그리고 내 목적지인 박물관으로!!
걸어서 가도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입장료 200 루블 내고 들어갔다. 영어 안내문이 있긴 했는데 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니.. 그냥 대충 이해했다 치고 눈으로 구경했다. 영어로 설명해주는 러시아 여자분 계셨는데 뭐 들어도 자세히는 모르겠더라 하하.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가족관계도도 보고 그 당시 살았던 집이 어땠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식이라서 구경할만했다. 근데 그것뿐. 자세한 내용을 모르면 그냥 별 거 없네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았다. 나도 뭐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짧게 읽고 간 거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박물관 가기 전에 그 당시 시대 배경이나 누가 살던 집인지, 어떻게 살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정도는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시내에서 가깝고 건물도 찾기 쉽다. 오늘은 내가 가는 곳마다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건물도 예쁘고 마당도 잘 꾸며놔서 작은 공원 같았다. 여기서 결혼식도 하는지 결혼식 광고 사진도 있었는데 결혼식 하면 예쁠 것 같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카잔 성당으로!
사실 카잔 성당은 갈 생각 없었는데 건물이 예쁘다고 해서 가기로 했다. 걸어서 얼마 안 걸리는 곳이었다. 성당 바로 옆에 도매 시장 같이 자동차 용품 판매점이랑 식료품점이 많았다.


오늘 많이 걸었던 지라 목이 말라서 콜라 한 캔 사 먹었다. 생각보다 큰 캔이라 남겼다는... 그래도 콜라 파워 충전해서 성당 구경 잘하고 왔다. 이번에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는데 머리에 씌울 수건이 없어서 걍 쿨하게 안 들어갔다ㅋㅋㅋ
성당이 너무 예뻐서 사진 많이 찍고 왔다능

성당 들어가는 입구에 꽃밭이 있는데 정말 예쁨!!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근데 가는 길이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첫날에 내가 묵었던 숙소가 있던 곳! 버스터미널을 지나서 가는 길이었다. 거기서부터 중앙시장까지는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익숙한 길이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오후의 햇볕은 어찌나 뜨겁던지... 오늘도 얼굴이 더 탔다ㅎㅎㅎ


오늘도 눈 돌아가는 중앙시장!
근처에 주방용품 가게가 있어서 밥통 할만한 통이 있나 싶어서 갔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게 있어서 그냥 샀다. 샤워타월이랑 숟가락도 하나씩 사고 만원 썼음ㅋㅋㅋ

기차에서 요긴하게 슬 밥통!


그리고 중앙시장 과일 노점에서 복숭아 3개 샀다. 저번에 납작복숭아를 샀는데 너무 말랑한 거라서 빨리 무르더라ㅠㅠ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단단한 걸로 살까 싶었는데 다 무른 복숭아... 원래 납작봉숭아는 다 물렁한건지? 그래서 그냥 복숭아 샀다. 내가 원래 과즙이 질질 흐르는 백도를 좋아해서ㅎㅎㅎ
납작복숭아는 유럽 가서 또 사 먹는 걸로!


그리고 바이칼 생수 한통 사서 숙소로 복귀! 오늘 저녁에는 강으로 노을 보러 갈까 했는데 게으른 본성 어디 안 가는지 자시 귀찮아져서 걍 알쓸신잡 봤다. 배고파서 남은 파스타 재료랑 샌드위치 재료 털어서 마지막 파스타 만들어 먹음!! 치즈랑 햄 넣어서 그런지 오늘 만든 게 제일 맛있었다.

근데 사진은 맛없어 보임ㅋㅋㅋ


 그리고 숙소에서 또 한국 사람 만남!! 이번에는 같은 숙소에 묵는 남자분을 만났다. 다른 방인데 공용 주방 겸 휴게실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나눴다. 내일 같이 밥 먹으러 갈 듯하다. 근데 벌써 이르쿠츠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이라니ㅠㅠ

내일이면 또다시 횡단 열차에 오른다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그래도 지나가는 시가 잡을 수 없으니 지금처럼 유유자적 즐겁게 다니자.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