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4. 월요일
오늘은 다시 횡단 열차에 몸을 싣는 날이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기차가 출발하기 때문에 오늘 숙소에 짐을 맡길 수 있는지 먼저 물어봤다. 친절한 호스텔 주인이 오늘 체크인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후에 내가 쓰던 사물함 계속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에도 감동ㅠㅠ
숙소에서 천천히 준비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내가 밖에 나오자마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많이 올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나갔는데 웬열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더니 오후까지 계속 비가 왔다.
다행히 내가 가려던 쇼핑몰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서 남방으로 리 가린채 쇼핑몰까지 갔다. 이르쿠츠크에서 꽤 큰 쇼핑몰인 것 같았는데 가는 길에 식당도 많고 작은 마을처럼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쇼핑몰로 고고!
오늘 쇼핑몰에 들른 가장 큰 이유는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다. 화장품과 샤워용품이 들어 있는 봉다리를 통째로 버스에 두고 내려서 어쩔 수 없이ㅠㅠ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러시아에서 돈을 많이 썼다. 이러다가 집에 정말 빨리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ㅠㅠ
여튼 쇼핑몰에 들어가니 우리나라와 별반 다른 게 없었다. 화장실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아서 무척 좋았다! 내가 쇼핑몰에 도착했을 때가 딱 점심시간이라서 밥 먹으러 식당에 갔다. 거기에 '앙트레 코트'라는 식당이 있어서 거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 식당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첫날에 목이 언니랑 같이 거하게 식사를 했던 식당인데 체인점이라서 이르쿠츠크 내에서도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샤슬릭은 이미 먹어 봤으므로 나는 다른 메유를 시켰다. 햄버거랑 파스타 중에 엄청 고민하다가 파스타랑 러시아에서 먹는 국?을 시켰다. 이름은 잘 모르겠다ㅎㅎ
원래 파스타, 햄버거, 수프 이렇게 세 메뉴를 다 시키려고 했는데 너무 많을까봐 2개만 시켰는데 배부르더라. 크림 파스타는 느끼하고 수프는 짜고 허허. 정말 환상적인 조화였다. 다른 메뉴 시켜서 같이 먹었으면 더 좋았을 건데 혼자 가면 역시 많이 못 시키는 게 싫다. 시켰다가 남기는 것도 싫고 여행 중에 끼니는 잘 챙겨 먹는데 한 번에 먹는 양이 줄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보다 많이 못 먹는다는 느낌이 확확 온다.
샐러드, 햄버거를 시킬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휴, 같이 안 시키길 잘했지만 그냥 햄버거 먹어도 될 뻔했다. 느끼했는데 돈 아낀다고 음료수는 안 시키는 미련 곰탱이가 바로 나다ㅋㅋㅋ
그래도 배부르게 잘 먹고 쇼핑하러 감.
쇼핑몰에서 구경할 건 오로지 화장품 가게! 근데 우나라로 치면 올리브영 가은 가게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다 백화점에서 파는 비싼 브랜드밖에 없었다. 그나마 산 게 로레알, 그리고 니베아 정도.... 그래서 걍 안 삼ㅋㅋㅋ 선크림만 작은 거 하나 샀는데 그것도 얼마나 비싸던지 겁나 작은데 5-6천원 정도ㅋㅋ
그리고 빡쳐서는 앞에 있는 마트로 직진. 애기용품 코너에서 곰돌이 푸가 그려져 있는 베이비로션 득템! 그리고 알로에가 그려져 있는 선크림이 싸서 그것도 하나 집었다. 충동구매 쩜ㅋㅋㅋ
그리고 기차에서 먹을 것들도 같이 샀다. 왜 그리 무식하게 생수를 두통이나 샀는지 모르겠는데 여튼 무거운 봉다리 들고 30분 동안 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근데, 그런데, 마트에서 계산하고 이제 쇼핑몰 밖으로 나가려는데.. 아직도 비가 오고 있는 거. 그래서 조금만 기다리다가 가면 그치겠지 싶어서 쇼핑몰 다시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나갔다. 근데 비가 더 많이 내렸닼ㅋㅋㅋ 아... 우산도 우비도 없는 몸뚱이 비 맞고 가도 되는데 기차 타는 날에 그렇게 비를 맞고 싶진 않아서 H&M에서 우산 하나 샀다.
아니, 옷가게에서 우산이라닠ㅋㅋ 그것도 작고 귀여운 우산이라 바람 불면 그냥 날아가 버릴 그런 느낌의 우산인데 만 사천원ㅋㅋㅋ 러시아 다른 건 싼데 옷이랑 화장품은 싼건지 잘 모르겠다... 부들부들거리면서 우산 값 계산하고 머리에 비 맞지 않고 숙소까지 힘들게 걸어갔다.
마트에서 장본 게 생각보다 무거워서ㅋㅋ 욕심을 부렸더니 무거워졌어ㅠㅠ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당근 된다고! 너무나 착한 호스텔 주인 부부님 잊지 못할 것이에요!
바로 샤워하려다가 조금 쉬려고 시트 다 걷은 침대에 누워서 효리네 민박을 봤다. 역시 와이파이 짱짱한 호스텔이 짱임ㅠㅠ mtc 핵 쓰레기!! 비싸고 인터넷도 잘 안 터지고 뭐니 너!! 여러분 러시아 사람들은 mtc 많이 안 쓴데요 그 꿀벌 모양의 통신사를 많이 쓴다니까 참고하시길!
효리네민박 다 보고 시원하게 샤워 후에 짐 정리하려고 하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군가 하고 보니 어제 숙소에서 만났던 한국 사람! 같이 저녁 먹자고 했던 한국인 유학생도 같이 있었다. 여학생이었는데 그분도 대구사람! 이번에 여행하면서 대구 사람을 제일 많이 봤다. 대구 사람들 여행과 사람 만나는 거 참 좋아하는 듯!
그래서 같이 어디 갈까 얘기하다가 중식당으로 고고! 중국식당이라니ㅠㅠ 오랜만에 밥을 먹겠구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중식당이 있었다. 들어가니 의 다 러시아 사람. 러시아 유학생이 있어서 편하게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볶음밥, 꿔바로우, 소고기 야채볶음, 러시아 전통음료 이렇게 시켰다. 세 명이라서 충분히 다 먹겠지 싶었는데 헐, 양이 왜 이렇게 많은지ㅠㅠ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남기는 거 싫으니까ㅋㅋㅋ
볶음밥 하나 시켰는데 양이 겁나 많음ㅋㅋ
오랜만에 중국음식 먹었는데 정말 한 끼 식사 제대로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숙소로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한국분들이랑 같이 벨기에 맥주집으로 갔다. 러시아에서 왜 벨기에 맥주 마시냐고 물으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자고 해서 따라감ㅋㅋ
원래 맥주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고 벨기에 맥주라길래 한 잔 시킴. 근데 러시아 치고는 약간 술 값이 비싼 편. 역시 벨기에 맥주는 다르구나 하며 맥주 나오기를 기다렸다. 맥주 주문받을 때부터 겁나 친절했던 직원 아저씨는 우리가 맥주만 시키니까 자꾸 안주 안 시키냐고 물어 봤다. 그래서 안 시킨다고 ㅋㅋㅋ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한 잔 마셨는데도 약간 취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맥주 도수도 6.7도인가 그 정도로 높은 편이었고 근데 딱 그 정도. 역시나 맥주는 내 취향이 아니다ㅋㅋㅋㅋ
소주는 작은 잔에 캬! 하고 한 번 마시면 끝인데 맥주는 맛도 없고 양도 많아...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8시 30분쯤 숙소로 돌아갔다.
한국 분들은 좀 더 논다고 다시 나가시길래 오늘 덕분에 즐거웠다고 앞으로도 즐거운 여행 되라고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나는 오늘 장 봐온 것들과 배낭을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나갈 때 보니 또 다른 한국 분들이 숙소에 체크인했더라. 체크아웃할 때 주인 부부 중 남편이 마중 나와 줬다.
이 호스텔이 생긴 지 1년 남짓 됐는데 그중에서 한국인 비중이 거의 50%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 이르쿠츠크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 보다 한국인이 적은 편이라서 얼마 없구나 했는데 바이칼 호수 보러 또 횡단 열차 중간 지점 겸 사람들이 많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르쿠츠크 호스텔은 #호스텔3952 추천!! 그리 크지 않은 호스텔이라서 주인 부부가 엄청 관리 잘해주고 숙박객 편의도 잘 봐준답니다! 대신 이르쿠츠크 다른 호스텔보다 조금 더 비싼 편! 그 비 싸다는 게 1-2천 원 정도밖에 차이 안 나지만요ㅎㅎ
3일 동안 정들었던 내 침대 안녕!
그렇게 아쉽지만 기분 좋게 호스텔을 나와서 트램을 탔다. 역에 도착하니 아직 10시도 안된 시간. 대합실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다가 문득 포크 생각이 났다. 내가 잃어버린 그 봉다리에 마리나가 준 포크와 숟가락 그리고 목이 언니가 챙겨준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이 있었다. 근데 잃어버렸으니 기차 타기 전에 포크는 사야 할 것 같아서 역 근처 마트로 갔다. 근데 마트 너무나 작은 것 일회용 포크밖에 없어서 그냥 나왔다. 그리고 역 안에 있는 매점에 가니 거기도 일회용 포크... 그래서 그냥 그거라도 하나 샀다.
11시 58분에 출발하는 기차인데 역에는 11시 15분쯤 도착해서 일찍 기차에 탈 수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울란우데에서 출발한 기차라서 2층에는 벌써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내 침대칸 밑에는 벌써 가방이 들어 있어서 그 옆에 공간에 대충 배낭을 욱여넣고 시트를 깔았다. 대충 보니 내 주변에는 다 여자뿐이라서 안심! 늦은 시간이라 대충 주변 사람들과 인사만 나누고 잠들었다.
이르쿠츠크를 떠나는 날.
평화로움을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또 러시아에 오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
오늘도 고생한 나 토닥토닥, 앞으로 4일 동안 기차에서 자야 하는데 한 번 해봤으니까 괜찮겠지?
기차가 출발하기 전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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