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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36] 조지아 여행 | 저녁 약속, 신기한 하루

김나무 2020. 12. 19. 22:07
 2017.08.15. 수요일

 

 

어제 너무 늦게 자서 오늘은 당연히 늦게 일어났다. 그래 봤자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지만 일어나서 씻고 정리하고 나니 벌써 열 두시가 다 됐네. 어제 늦은 시간까지 얘기를 나누던 한국분은 벌써 체크아웃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늦잠 잔다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ㅠㅠ

그리고 어제 늦게 자서 못 썼던 일기를 쓰고 나니 벌써 한 시가 넘은 시간. 배고파서 주방으로 갔다. 뭐 먹을까 냉장고를 보려고 하는데 전자레인지 위에 어제 만들었던 양배추 김치를 담아 둔 통이랑 메모지가 보였다. 오늘 체크아웃하시는 한국분이 밥 남았다면서 나 먹으라고 메모를 남겨두고 가셨다. 밥 먹기 전부터 감동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밥은 맛있게 잘 먹었어요! 예레반이랑 그리스까지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에휴 나는 언제쯤 좋은 사람이 될런지..


오늘 점심 메뉴는 찌개! 남은 삼겹살에 라면 스프랑 까르푸에서 산 고춧가루 그리고 채소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고추장찌개가 먹고 싶어서 고추장 빼고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역시 라면 스프가 짱짱! 도시락 라면에 있는 스프를 넣고 만들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ㅋㅋㅋ

양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지!
밥도 같이 맛있게 냠냠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어제 블로그에 댓글 남겨주신분이랑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효르님은 내일 트빌리시를 떠난다고 해서 내가 시간 되면 밥이나 같이 먹자고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좋다고 답글을 달아 주셔서 오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고 여섯 시에 리버티 스퀘어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배도 부르겠다 낮잠 한숨 때리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쩌다보니 아까 점심 먹을 때 같은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하던 여행자랑 같이 나오게 됐다. 서로 어색하게 따로 가다가 계속 가는 방향이 같아서 인사하고 서로 이름을 물어봤다. 자기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준'이라고 소개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얘기를 들으니 얼마 전에 숙소에 왔던 한국인 3명이 말레이시아 여행자랑 같이 여행 중이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자기가 맞다고 터키에서부터 계속 같이 다녔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자기는 이번 주말에 체크아웃하고 아제르바이잔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숙소에 있어서 지금 유도를 하러 체육관에 간다고! 신기방기. 조지아까지 와서 유도라니! 나도 운동해야 하는데 허허허. 그렇게 같이 지하철 타고 준은 디두베역에서 먼저 내렸다. 빠이빠이하고 나는 리버티스퀘어역까지 갔다.

여섯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5시 50분 정도에 역에 도착해서 입구 쪽에서 바로 효르님을 만났다. 보자마자 딱 알아봤다ㅋㅋㅋ 트빌리시에는 특히나 동양 사람들이 많이 없다. 일본인이 제일 많고 그다음으로 한국이나 중국인 정도? 아니면 거의 유럽이나 이란 등 그 주변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다. 그래서 동양인 알아보기가 쉬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올드 트빌리시 거리로 갔다. 뭘 먹을까 하다가 지난번에 사람 많아서 그냥 나갔었던 I❤️Tbilisi 조형물 바로 뒤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효르님이 내가 아직 킨칼리를 아직 안 먹어 봤다고 해서 그거랑 하차푸리, 샐러드 그리고 레몬에이드 한 병씩 시켰다. 근데 킨칼리 최소 5개부터 주문 가능하다고ㅋㅋㅋ 이게 뭔 소리? 효르님이 지난번에 왔을 때는 3개부터 주문 가능하다고 했다는데 오는 사람 수에 따라 최소 주문 가능한 갯수가 다른 건가? 허허. 그래서 기본 킨칼리 5개를 주문했다.

이 식당에는 레몬에이드가 지금까지 먹어 봤던 것과 병 모양부터 맛까지 달랐다. 병은 무슨 소주병 같이 생겼고 맛은 늘 먹던 거랑 비슷하긴 한데 약간 쓴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맛이 있어서 영 노노했다.

나는 오렌지. 효르님은 포도를 시켰는데 양은 오렌지가 더 많음. 뭐지?ㅋㅋㅋㅋ


그리고 효르님은 이번 주말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필요 없다면서 된장국이랑 고추장을 선물로 줬다. 나는 그냥 블로그를 통해 만난 한국인일 뿐인데 귀한 고추장이랑 된장국까지 받으니 정말 감동ㅠㅠ 좋았어요 효르님 짱짱 이 글 보고 오글오글 거리시길!

먼저 샐러드가 나오고 그다음으로 하차푸리가 나왔다. 내가 조지아 샐러드에 마요네즈 있는 걸로 추천해서 시켰는데 역시 내 입맛에는 이 샐러드가 짱짱! 효르님이 괜찮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하차푸리는 스몰로 시켰는데 겁나 큼ㅋㅋㅋ 치즈가 들어있고 위에 계란이 올라간 기본으로 시켰는데 조지아 치즈는 많이 시큼하다. 그래도 맛있게 먹음ㅋㅋ

역시 샐러드에는 마요네즈!
빵 위에 그냥 날계란 얹어 줌ㅋㅋ

생각보다 하차푸리가 커서 그것만으로 배부르다고 얘기하면서 먹고 있는데 킨칼리가 안 나옴ㅋㅋㅋ 킨칼리는 만두 같이 생긴 음식인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리가 없다고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얘기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아까 주문 받은 직원이 지나가길래 킨칼리  안 나온다고 얘기했더니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해서 계속 기다림. 아까 하차푸리 다 먹고 삼십분? 한 시간?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킨칼리가 나왔다. 음료는 다 먹은지 오래라서 레몬에이드 한 병 더 시키고ㅋㅋㅋ

너가 킨칼리구나 사진으로 많이 봤어
너는 손잡이도 있구나ㅋㅋ

사실 킨칼리는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한 입 베어물면 고기 육즙이 팡하고 터지는데 안은 고기가 한 가득. 근데 만두피는 조금 두꺼운 편이라서 애 스타일 아님ㅋㅋ 킨칼리도 종류가 다양했는데 우리는 고기 킨칼리를 시켰나 뭐 시켰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뭐 치즈나 감자, 양고기 등등 종류가 많았는데 직원 추천 메뉴로 시킴ㅋㅋ 이건 그냥 한 번 먹은 걸로 족하다. 고기소에는 고수랑 야채가 아주 조금 들어 있고 다 고기 밀가루에 그냥 고기맛!! 한 번 먹어 봤으니 다음에는 생각 안 날듯ㅋㅋㅋ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킨칼리가 겁나 늦게 나와서 식당에서 한 두 시간은 있었던 것 같다.

킨칼리 기다리면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리 자리가 2층 테라스 끝 쪽이라 비를 맞아서 중간에 의자 위치도 조금 바꿨다. 근데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음. 밥을 다 먹고 까르푸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기념품 점에도 들렀다가 야경이 예쁜 다리를 보고 시계탑도 봤다. 나는 시계탑이 뭔지도 몰랐는데 효르님이 가는 길에 들러줘서 시계탑도 보고 다리도 보고 까르푸까지도 잘 찾아갔다. 내가 살 거 있어서 대충 사고 효르님은 아까 까르푸 왔다 갔다고ㅋㅋ 나 때문에 무리한 거 같아서 미안했음ㅠㅠ

시계탑!


효르님은 내일 예레반으로 넘어 가서 이번 주말에 바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대학생이라 방학기간 동안 여행 왔다고 했는데 얼마나 멋있던지! 남은 여행 동안 즐거운 시간 보내기 바라요!

효르님은 그 근처가 숙소라서 숙소 앞에서 빠이빠이하고 나는 지하철을 타러 갔다. 어제, 오늘 늦게 숙소로 들어가는데 트빌리시는 진짜 늦은 시간까지 거리에 사람도 많고 웬만하면 시내 쪽에는 경찰들이 건물 곳곳을 지키고 있어서 안전한 느낌이 확 든다. 그래서 더 편하게 돌아다니는 건지도 모르겠다.

효르님한테 들었는데 지금 한국에 무슨 프로그램에서 조지아 여행기 방송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 얘기 듣고 방송 중에 여기 와서 엄청 다행이라고 말했다. 방송에 나온 여행지는 그다음부터 그냥 한국인들이 바글바글 하니까ㅠㅠ 아마 방송 후에는 조지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엄청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뒷모습이 보였다. 바로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불가리아인 메테타였다. 얼굴 맞는지 보려고 겁나 빨리 걸어가서 봤더니 맞았음ㅋㅋ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사실 숙소에서는 인사만 했지 얘기는 잘 나누지 않아서 서로 이름도 까먹고ㅋㅋ 잘 몰라서 다시 물어봤다. 나도 그렇고 메테타는 영어를 못해서 손짓 발짓해가며 얘기를 나눴다.

내가 불가리아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니까 불가리아 사람들 별로라고ㅋㅋ 혹시나 가면 돈 얼마 있는지 얘기하지도 말고 짐 조심하라고 하더라. 아, 불가리아가 그런 나라였다니... 불가리아인에게 그 얘기를 들으니 더 슬펐어ㅠ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현지인이 그렇게 말했으니 조심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사실 불가리라에 언제 갈지 모름ㅋㅋ

그리고 메테타는 여기서 직접 만든 기념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매번 똑같은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어제, 오늘은 므타츠민다에서 팔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 어제 거기 갔었다고 막ㅋㅋㅋ 그리고 까르푸 봉지 들고 있어서 나도 갔었다니까 리버티 스퀘어 까르푸라고! 그래서 나도 거기 갔다가 오는 거라고 막ㅋㅋㅋ 흑흑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빠이빠이 하고 나는 씻었다.

메테타는 여름에 3,4달 정도씩 이 숙소에 머무르며 기념품을 판다고 했는데 드림캐쳐나 팔찌 등을 판다고 했다. 여름이 지나면 불가리아로 돌아가고 매년 여름 트빌리시에 온다고 했다. 그때마다 이 숙소에 온다고 정말 좋다고 하더라.

나중에 메테타가 만든 기념품 구경해보고 예쁘면 하나 사야지!

오늘도 즐거운 하루!

여행 중에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나는 아직 더 많은 수행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강박이 아니라 내가 남들에게 받았던 친절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그냥 그런 바람이지만!

오늘은 무궁화!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