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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42] 아르메니아 여행 | 트빌리시에서 예레반으로

김나무 2020. 12. 23. 22:21
트빌리시에서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까지,
예레반 센터 나들이
21.08.2017

 

 

 

어제 숙소에 한국인들이 많아서 같이 술을 마셨더니 아침부터 배가 꾸륵꾸륵.
나는 술 마시고 자면 언제나 그랬듯 일찍 일어난다. 오늘도 6시 30분에 일어남ㅋㅋㅋ 침대에서 조금 멍 때리다가 내 바로 위층 침대 사용하는 아저씨가 씻으러 가길래 나도 화장실 가고 싶어서 나갔다.

숙소에 화장실이 2개 있는데 다 사용중이었다. 그 이른 시간에 벌써부터 씻다니...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기다리는데 한 참 기다려도 안 나와서 진짜 바지에 똥 지릴 뻔했다. 와 진짜 오랜만에 똥 터짐을 느꼈다. 어제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셔서 오랜만에 술이 들어가니까 몸이 놀란 듯. 요즘에 계속 설사하긴 했는데 더 심했던 오늘 아침ㅋㅋㅋ 똥 일기도 아니고 그만해야지.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 챙겨 먹고 가방 잘 챙겼는지 확인했다. 길어야 일주일 정도 갔다 올거라서 배낭은 호스텔에 두고 앞 가방이랑 코끼리 가방만 가져간다.

오전 7시 40분쯤 숙소를 나왔다. 첫 차가 9시에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곧장 지하철을 타고 아브라바리역으로 향했다.

얼마 만에 트빌리시 숙소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는 건지! 오늘이 벌써 트빌리시에 온 지 3주나 되는 날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트빌리시에서 별 거 안 하다 보니 쓰는 돈도 많이 없고 그래서 더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ㅠㅠ


오늘 하늘도 맑음.


아브라바리역에는 8시 20분 정도에 도착했다. 근처 환전소에서 아르메니아 비자피 낼 정도만 드람으로 환전했다. 10달러 내니까 4000드람+1라리 주더라. 생각보다 얼마 안 쳐줌ㅠ 그래도 드람으로 내면 3000드람이라서 라리나 달러, 유로로 내는 것보다 쪼~금 더 싸다.

환전하고 마슈르카 비용으로 낼 라리를 조금 뽑고 버스정류장에서 예레반 가는 차 어디서 타는지 물어봤다. 친절한 조지아 아저씨들이 예레반 가는 차는 길 건너편에 있다고 알려줬다.

이 차가 택시 회사 사무실임
예레반 간다요
내가 타고 갈 차


어제 숙소에 있는 한국인 삼촌이 자기는 예레반 갈 때 25라리 주고 갔다고 해서 그 정도 가격 생각했더니 35라리 였음ㅋㅋ 택시 회사에서 얄짤 없이 35라리라고 티켓에도 적어주고 명함도 보여주면서 35라리 내라고ㅋㅋㅋㅋ

근처에서 예레반 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던 폴란드 커플 언니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예약한 건 아니고 바투미 어쩌고 하면서 원래는 15시 차를 타라고 했는데 자기들 시간 없다고 해서 이 차 타라고 해서 타는 거란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둘이 해서 65라리 줬다고 함.

으아아아 생각했던 요금보다 비싸서 살짝 빡쳤지만 그냥 35라리 냄. 흥정실패ㅋㅋㅋ 그리고 나서 또 배가 부글부글 하길래 화장실에 갔는데 청소 중이라고 나중에 오라곸ㅋㅋㅋ 그래서 10분 뒤에 가서 0.4라리 주고 화장실 사용했다.


명함에는 택시라고 적혀 있는데 그냥 마슈르카임. 정원이 더 작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택시가 아니다. 여기는 봉고차를 택시라고 부르나 봐. 그냥 봉고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중에 타는 사람들을 보니까 예약한 사람도 그렇고 그냥 타는 사람도 그렇고 35라리 내길래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출발. 어제 술 마신 여파로 가는 동안 잠을 겁나 잤다. 차에 탄 사람들은 폴란드에서 온 커플, 아르헨티나에서 온 언니, 아르메니아인, 국적 모르는 언니, 그리고 나까지 총 6명이었다.

폴란드인 커플 이름은 까먹었어 미안해ㅠㅠ 아르메니아인은 데이비드, 아르헨티나 언니는 까를리나였다.

한 시간 20분쯤 달렸을까 국경에 도착했다.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건 처음이라 어떨지 궁금했는데 별 거 없었다. 그래도 국경이라고 면세점도 있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었다.

안녕, 조지아! 곧 다시 올게


그리고 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차에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내리더니 한 참 동안 안 옴. 그래서 화장실이 급한가 했는데 잠시 후 면세점에서 술을 사들고 오심ㅋㅋㅋ 조지아 도장받은 후 차를 타고 얼마 안 가면 아르메니아 출국심사장이 나온다. 나는 비자가 필요했는데 그냥 줄 서 있다가 직원이 너 사우스 코리아니까 비자 필요하다고 여기 오라 해서 비자받으러 갔다.

며칠 동안 있을 거냐고 묻길래 1주일 정도라고 하니 옆에 중국인 언니가 저기 보면 일자 별로 비자 금액이 나와 있다고 알려줬다. 그거 보고 21일이라 적고 비자 발급 비용으로 3000드람 냈다. 비자는 큰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받고 나니 21일 다 채우고 아르메니아 떠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ㅋㅋㅋ

비자 싱기방기

여기부터 아르메니아!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오늘 내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그리고 다시 차에 타서 겁나 잠잠잠.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긴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을 따로 주는 건 아니고 화장실 갔다가 간식 살 정도의 시간이다. 10분 정도 줌ㅋㅋ 나는 그냥 돈 쓰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데이빗이 프링글스 나눠줘서 얻어먹었다. 더 먹으라고 하는데 너무 짜서 못 먹겠더라ㅠ

그리고 계속 잠잠. 자느라 바깥 경치도 제대로 구경 못함ㅋㅋ 근데 아르메니아는 트빌리시랑 다르게 산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내 고향 청송 느낌이 물씬 났음.

나무가 많은 산을 지나
마트에도 잠깐 들렀다가
경치가 예쁜 바위산을 지나서
에레반 시내로 들어가는 길

생각보다 5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지겨워질 만할 때쯤 예레반에 도착함ㅋㅋ 아르헨티나 언니 까를리나가 자기 숙소가 내 숙소랑 가깝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마슈르카는 정류장에 내렸는데 시내버스 정류장이랑 같이 있어서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타러 갔다.

까를리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르메니아어를 몰라서 지도 보여주면서 버스기사한테 여기가냐고 물었더니 간다고 버스타라고 해서 버스에 탔다. 나는 1000드람이 있고 까를리나는 아직 환전하기 전이라서 돈 없다고 말하니 그냥 타라고 함ㅋㅋ 기사 아저씨 겁나 쿨한 것. 갑자기 트빌리시에 도착한 첫날이 생각 나는 구나. 그때도 버스비 안 냈는데 조지아에서도 그렇고 아르메니아 와서도 버스 무임승차네 허허.

까를리나랑 나랑 둘 다 맵스미 켜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버스는 우리 숙소 근처로 안 가고 예레반 외곽으로 나가는 게 아닌가. 그래서 까를리나가 기사한테 물어보러 갔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더니 이 버스 거기로 안 간다고 함. 헐. 그래서 그냥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내렸다.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가야 시내쪽으로 가는 방향이라ㅠㅠ

내려서 까를리나가 기사 저 스투피드한 놈이라면서 멍청이 같은 게 지도도 못 봐서 이상한 버스 타라고 하다니 그러면서 씹어주다가 택시 타고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기 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둔 아저씨가 우리를 보며 다가오더니 아르메니아어로 뭐라뭐라 혼자서 계속 얘기함ㅋㅋ 우리 둘은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계속ㅋㅋㅋ 그리고 자기 차로 데려가더니 기다려 보라고 뭐 택시? 다른 차 불러준다고 하는 것 같았다. 진짜 말은 안 통해도 대충 뭔 얘기 하는지 눈치로 때려 맞춘 게 신기하다.

그 아르메니아 아저씨는 봉고차에서 멜론이랑 수박을 팔고 있는 중이었다. 자기가 전화해놨으니 일단 기다리라면서 수박 먹을래? (대충 그런 말이었을 듯ㅋㅋ) 갑자기 수박 한 통 잘라 줌ㅋㅋㅋ 내가 수박 좋아하는 건 어찌 알고!

심지어 자기 차에는 칼이 없어서 저 어디 가게인가 주유소에 가더니 칼 빌려옴ㅋㅋㅋ 그래서 작은 수박 한 통 잘라주는 거 맛나게 먹었다. 까를리나랑 둘이서 이게 여행이라면서 수박 먹으면서 기다림.

차에서 수박, 메론 파는 아르메니아인 젊은 아재
갑자기 뛰어가더니 어디서 칼을 가져왔다
수박을 확 잘라서
먹으라고 줌ㅋㅋ

잘 먹었습니다. 남은 수박은 쿨하게 버리심ㅋㅋ 버릴 수박 준 건 아니겠지? 수박 농장 아들인가

그리고 자기 브라더 불렀다면서 기다리래ㅋㅋ 까를리나랑 둘이 있어서 별 걱정 안 하고 기다렸다. 까를리나는 차가 안 와서 걱정이 됐던지 30분 기다려도 안 오면 더 기다리지 말고 따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그러자고 하고 얼마나 있었을까. 금방 이름 모를 수박 아재의 브라더가 벤츠를 끌고 등장. 딱 봐도 끈적이게 생긴 아재였는데 우리 숙소 근처까지 태워준다고 함.

아까 수박 아재가 전화하기 전부터 우리 노 머니, 노 머니 외쳤는데 돈 안 받을 테니 걱정 말라는 듯한 말을 해서 기다렸지. 수박 아재의 브라더가 와서도 노 머니 오케이? 라고 물으니까 웃으면서 가라길래 차에 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친절하게 브라더도 불러주고 수박도 잘라 주며 먹으라고 주신 아르메니아 수박 아재 잊지 못할 겁니다.

ㅇㅇ 오래됐어도 벤츠야
까를리나 앞에 타구여

 

아까 수박 아재도 끈적한 느낌의 멘트를 하긴 했는데 노노 하니까 더 이상 치근덕거리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다. 근데 그 수박 아재의 브라더는 어지나 끈질 기던지ㅋㅋㅋ 수박 아재가 외국인 여자랑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차 태워주라는 얘기를 한 것인가. 나한테는 예의상 물어본 거 같고 까를리나한테 자꾸 작업을 걸었다. 자꾸 차이?,커피?하면서 차 마시러 가자고 하질 않나 폰 넘버를 물어보지를 않나ㅋㅋㅋ 그 때마다 까를리나 계속 노노노노(no)로 일관하는 철벽녀. 우리 둘이서 있었으니 망정이지 휴. 혼자 여행객은 늘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수박 아재의 브라더 나쁜 사람은 아니었음. 우리 숙소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까지 잘 데려다주고 목적(?)을 이루지 못해서 그런가 쿨하게 가버림ㅋㅋ

숙소 근처 역에 잘 도착해서 돈도 뽑고 이제는 숙소 찾아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그 근처가 사거리여서 겁나 헤맸다. 맵스미 보면서 따라가는데 자구 다른 방향으로 알려줌ㅋㅋㅋ 똑같은 곳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던지. 까를리나랑 이 번에 마지막이라며 했던 곳이 맞아서 다행이었다.

서로 숙소가 바로 길 건너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숙소 근처까지 같이 걸어갔다. 까를리나 숙소는 길 건너에 있어서 빠이빠이하고 헤어짐. 까를리나가 건너기 전에 까를리나 폰 번호 받아서 연락처에 추가를 해뒀다. 요즘에 유심 안 쓰고 있어서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숙소 가서 왓츠앱으로 연락한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골목으로 들어가니 내가 예약한 숙소가 나왔다. 체크인하고 침대 배정받고(오랜만에 2층!) 짐을 정리했다. 사실 정리할 짐도 없지만ㅋㅋ 숙소는 큰 편이고 내가 도착하니가 우리방은 정원이 다 찼다. 9인실. 아침시간은 9-11시까지. 내일 아침 먹어보고 맛있으면 여기에 며칠 더 있어야지.

같은 방을 쓰는 홍콩 아줌마랑 간단하게 인사하고 너무 배가 고파서 숙소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까를리나한테 왓츠앱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길래 쉬는 것 같아서 더 안 보냄.

카를리나는 오늘 버스도 잘 못타고 조금 고생을 해서 그런지 예레반 첫 인상이 별로라 아마 내일 다른 도시로 떠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까를리나는 여행 한지 7개월 정도 됐고 따로 여행 계획을 세워두지 않고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제대로 연락이 안 돼서 슬픔ㅠㅠ

오늘 아침 일찍 빵 먹고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걸어서 2km 이내에 시내가 있어서 시내로 갔다.

어느 식당에 갈까 하다가 유명한 피자 체인점으로 갔다. 가서 피자 두 조각에 콜라 500미리 하나 시킴.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역시나 흡연 가능한 식당이라 담배 연기 맡으면서 피자 먹음ㅠㅠ

저기 보인다!!
피자는 한 조각씩 파는데 한 판 시키는 게 훠어어얼씬 쌈ㅋㅋ 뭐지
샐러드도 먹으려고 하다가 참음ㅋㅋ

 
그리고 콜라랑 피자 나와서 냠냠쩝쩝. 아메리카노 도우로 시켰는데 토핑도 많고 빵도 폭신함. 이탈리아 도우는 물어보니까 한 조각씩은 안 주는 듯? 뭐 어쩌고 말하던데 제대로 못 알아먹어서 걍 아메리카 스타일로 시킴ㅋㅋ

피자 양 진짜 많음!
피자는 역시 콜라랑 함께 먹어야지!!

콜라가 조금 비싸긴 했지만(그래 봤자 한국돈으로 1,100원 정도) 저렇게 먹고 서비스 피인지 택스인지 포함해도 ,1,370드람 나왔음. 한국돈으로 약 3,500원 정도다.(1드람=2.5원으로 계산 중)진짜 천사 같은 물가ㅠㅠ 로컬 식당 가면 훨씬 싸다는데 이 것도 싸다. 물가는 트빌리시보다 좀 더 싼 듯! 볼거리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가가 싸서 예레반에 오래 있고 싶네ㅋㅋ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오페라 극장을 지나갔다. 오늘도 공연이 있는지 공연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연 보고 싶어서 티켓 판매부스에 갔는데 따로 공연 스케줄표는 없다고 했다. 오늘 공연 볼 건지 묻길래 아니라고 했더니. 오늘 거 아니면 뭐 없다는 식으로 얘기함 제대로 못 알아들음ㅋㅋ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니까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공연은 없었다. 내일 가서 내일 공연은 뭔지 물어봐야지!

그리고 계속 걸었다. 숙소 가는 길에 반가운 얼굴을 만남. 그냥 지나칠뻔 했는데 선글라스를 쓴 언니가 날 보고 활짝 웃길래 봤더니 까를리나였다! 자기가 숙소에서 내 메세지를 못봐서 센터 가는길에 내 숙소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내가 없다는 얘기 듣고 그냥 나왔다고 하더라. 어찌나 미안하던지ㅠㅠㅠㅠ

흐엉 ㅠㅠ 까를리나 너무 착해. 내가 아까 지나가는 얘기로 도착해서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그거 기억하고 있었어. 흐엉ㅠㅠ 나는 뚱땡이라 연락 안 되니까 배고파서 바로 먼저 먹고 왔는데ㅠㅠ 근데 내가 눈치 없는 사람이라 거기서 까를리나랑 빠이빠이 하고 숙소에 들어왔다. 미안해 까를리나...ㅠㅠ 일기 쓰는 지금에야 후회중,...

같이 사진도 한 장 못찍었네. 그래도 인연이면 예레반에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까를리나 번호 받아 뒀으니까.(+2020년에 더하는 이야기, 그 후 까를리나는 만날 수 없었음... 이렇게 여행기 다시 쓰니까 생각나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 참으로 고마웠다.)

숙소 돌아와서 지금 글 쓰는 중. 내가 블로그 일기 쓰는 와중에 옆 침대 2층 쓰는 홍콩 아지매 뭐 먹고 계속 트림 하면서 노래를 이어폰 안 끼고 소리 크게 해서 듣네 민폐 갑이요 아지매^^ 역시 중국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


내가 한국에서 겁나 트림할 때 성주니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갑자기 미안하고 또 민망해지네ㅠㅠ 여행 와서 많은 걸 배운다.

여행은 언제나 예상을 뒤집는다. 내가 계획을 꼼꼼하게 짜거나 예상하고 다니지는 않아도 숙소 찾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이야.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것만으로 오늘은 충분히 즐거웠다.

여행 중에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좋았다. 내가 더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더 용기를 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억지로 내 성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이 필요한 것에 꾸준한 노력을 하지 못하는 내가 이런 말하니까 웃기지만.

노력 없이 바뀌는 건 없다. 여행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건 사람 본성 어디 안 간다는 것. 트빌리시 숙소에서 죽치고 쉬었던 것도 내 본성 어디 안 간다는 걸 증명해 줬다.

그대로의 나로 살고 있지만 여행하면서 나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게 있을까?

사람이 변하는 게 어디 쉽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너무나 느긋하고 편한 여행을 하고 있다. 오늘 수박 아재도 좋은 사람이었고 숙소에도 잘 도착했다.

까를리나는 센터 구경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오늘도 좋은 사람들 만나고 즐겁게 여행하고 있다.

내일은 어딜 둘러볼까? 근처 걸어 다니거나 버스 타고 여기저기 둘러봐야지.

예레반의 하늘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