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2. 수요일
숙소 조식이 9시부터라고 해서 9시에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사람들이 벌써 먹고 있는 중이었다. 내일은 일찍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침을 먹었다. 뷔페식이었는데 별 다른 건 없고 토마토, 오이, 수박, 멜론, 삶은 계란, 고수 등 채소랑 커피, 차, 아르메니아 빵, 잼이랑 버터가 준비돼 있었다. 별 거 없다고 했는데 적으니까 많네ㅋㅋ 아침부터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수박은 한 접시 더 먹음! 예레반 수박이 맛있다길래 사먹을까 했는데 어제부터 계속 수박 먹는 중ㅋㅋ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방으로 갔다. 같은 방을 쓰는 중국인 아줌마가 자기들 투어 가는데 같이 가자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1인당 7,000 드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 돈 없다고 못 간다고 했더니 계속 꼬셨다. 같이 가자고ㅋㅋㅋ
같은 방에 있는 어린 여자애들도 같이 갈 예정이고 5군데 정도 갈 거라고 했다. 어디어디 간다고 말해줬는데 내가 뭐 알아봐 둔 게 있어야 뭘 알지ㅋㅋㅋ 나는 돈 없어서 4,500드람(약 11,000원 정도)밖에 못 낸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같이 투어 가기로 결정했다.
11시에 출발이라 씻고 준비를 했다. 호수에도 갈 예정이라 수영할 거면 옷도 챙기라길래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그리고 숙소 밖에 나가서 투어 차량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남자 2명이 더 왔는데 필리핀에서 왔다고 했다. 근데 같이 숙소 쓰는 아줌마 두 명이랑 계속 자기들끼리는 영어 아닌 언어로 얘기하길래 다 필리핀 사람이냐고 물어보니까 맞다고ㅋㅋㅋ
어제 옆 침대 아줌마가 홍콩에서 일했다길래 중국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 혼자서 넘겨짚기 쩔구여ㅋㅋㅋ 같은 방을 쓰는 아줌마는 지금 아부다비에서 일하는 중이고 이번 주말에 다시 아부다비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어제 속으로 예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겁나 착한 아줌마였어ㅠㅠ 미안합니다ㅠㅠ 역시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법이다. 여행하면서 또 배운다.
같이 투어 가는 사람들은 다 필리핀 사람이다. 같은 방을 쓰는 아줌마 2명, 남자 2명, 여자 3명, 그리고 나까지 총 8명이 승합차를 탔다.
이름 물어보고 인사도 했는데 이름 기억하는 게 너무 어려워 일단 내 옆 침대 쓰는 아줌마는 리바인, 남자애들은 조엘, 로렌스, 여자애들은 벨라밖에 기억 안 남ㅠㅠ 흑흑
벨라는 남자친구가 러시아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러시아어를 엄청 잘했다. 기사 아저씨랑 계속 러시아어로 대화하더라.
11시에 출발해서 예레반 외곽으로 나갔다. 외곽으로 나가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그리고 필리핀 사람들 모두 흥이 많아서 노래도 사운드 빵빵하게 틀고 신나게 갔다.
1시간쯤 달렸을까 관광지처럼 생긴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표지판을 보니까 가르니 템플이라고 적혀 있었다. 예레반 여행 갔다 온 블로그에서 가르니 다녀왔다는 글은 봤는데 거기가 여기였어!
르바인이랑 조엘, 로렌스, 그리고 나 이렇게 4명만 가르니 템플을 구경했다. 다른 사람들은 입장료 있다니까 그냥 쉬더라ㅋㅋ 아끼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못 보고 가면 아쉬우니까 1,500드람 주고 표를 샀다. 심지어 학생증 있으면 학생 가격 130드람 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학생 아니뉘까ㅠㅠ
가르니 템플은 엄청 오래된 신전 같았다. 사진으로 많이 보던 아테네의 여러 신전들 같이 생겼는데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구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주변 경치가 너무 예뻐서 사진 찍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필리핀 오빠들도 사진 찍는 거 엄청 좋아해서 서로 찍어 주고 찍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와서도 한참 동안 경치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40분 정도 구경하고 오면 된다고 했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 금방 시간이 가더라.
가르니 템플로 들어가는 입구 겸 출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주차장이 있다. 거기에서 동네 주민들이 기념품이랑 먹거리를 팔고 있었는데 꿀이랑 과일청 같은 게 엄청 쌌다. 그렇지만 싸도 나에게는 그냥 짐이 될 게 뻔해서 안 삼ㅋㅋ 무슨 열매에 호두를 넣고 담은 절임 같은 걸 시식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하나 살까 하다가 참음ㅋㅋ 리바인은 그게 뭐에 좋냐고 물어보더니 기침에 좋다고 하니까 하나 사더라. 단돈 1,000드람!
잘 구경하고 다시 차에 탔다. 아르메니아는 너무 좋은 게 숙소에도 에어컨이 빵빵하고 오늘 투어 하는 자동차도 에어컨 빵빵해서 너무 좋다. 원래 에어컨 바람 별로 안 좋아하는데 더운 나라에 오면 어쩔 수 없는 듯.
그리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게하르트 수도원.(숙소 도착해서 찾아봄ㅋㅋ) 자세히 모르니까 그냥 성당으로 해야지. 사실 성당에 볼거리는 없었는데 주변 경치가 진짜 너무 완전 좋았다. 꼭 인디아나 존스에 나올 법한 그런 깎아질 듯한 바위부터 하늘이 맑아서 얼마나 예쁘던지! 한참 동안 사진을 찍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뻤는데 표현할 길이 없다. 내 표현력이 딸려서 슬픔. 하늘은 정말 높고 맑았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을 원 없이 봤던 하루.
그렇게 여기저기 둘러보고 차로 돌아가니 벨라가 자두 같이 생긴 열매를 줬다. 먹어보니 속은 달달하고 껍질은 쌔그러운게 딱 자두맛! 여기 앞에 있는 나무에서 딴 거라며 많이 먹으라고 나한테 더 따서 줬다. 그리고 계속 땀ㅋㅋ
자두 맛있게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탔다. 오늘 좀 피곤했는지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동안 잤음ㅋㅋ 중간에 주유소 들러서 잠깐 쉬었다. 화장실도 갔다가 매점에서 물을 샀다. 다른 필리핀 친구들은 아이스크림을 먹던데 돈도 그렇고 나는 딱히 땡기지 않아서 안 샀다. 그때가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신기하게 배가 안 고프더라.
휴게실에 들어가 앉아서 쉬었다. 근데 갑자기 로렌스가 초코 아이스크림 사서 나한테 줌 그리고 펠리 아줌마가 과자 사줌ㅠㅠ 내가 너무 쭈굴하게 있어서 그랬는지 자기들 아이스크림 먹는 거 넋 놓고 쳐다봐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진짜 고마웠다ㅠ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과자는 나중에 먹으려고 킵해둠.
그리고 차에 타서 또 이동. 다음에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갔다. 근처에 호텔이랑 리조트, 카지노도 있어서 관광지구나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볼거리가 없었다. 케이블카는 2,000드람이라서 안 탔다.
둘러보니까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운영하는 곳 같았는데 별 거 없었다. 왜 투어 코스에 넣어두는지 모르겠음. 케이블카 타고 산을 넘어가긴 하는데 스키장에 있는 그 케이블카를 이 더운 날에 타면 햇볕이 직빵이라 더 덥겠지^^
로렌스랑 조엘만 케이블카를 탔다. 좋았다고 하는데 별 거 없는 것 같더라.
케이블카 타러 간 사람들 기다리면서 펠리랑 리바인 아줌마랑 얘기를 나눴다. 아부다비 돌아간다는 이야기랑 여행한 나라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내 나이도 물어보고 얼마나 여행했는지 물어봤다.
한국에 가 본 적 있냐니까 없다고 했다. 비자 때문이 아니라 한국 물가 비싸서ㅋㅋ 그리고 내가 한국 물가 너무 비싸다고 옆에서 부채질해줌. 진짜 요즘 즐겁게 여행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물가가 싸기 때문인데 한국 돌아가면 적응 안될 듯ㅠㅠ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내 왓츠앱 번호도 알려줬다.
그리고 마지막 투어 장소로 이동!
가는 길에 피곤해서 도 계속 잠ㅋㅋㅋ
마지막 장소는 세반 호수였다. 관광지라 그런지 놀러 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바다가 아닌 호수라서 해수욕장처럼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지는 않았는데 수영하기에는 좋았다. 호수 물이라 짠내는 나지 않았다. 다만 물이 엄청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는 해수욕장 근처에 솔밭이 많은데 여기도 호수 입구에는 나무가 많았다. 거기에 테이블이랑 의자가 많이 설치돼 있었는데 놀러 온 사람들이 바베큐도 해 먹고 쉴 수 있는 장소였다.
샤워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고 해서 수영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필리핀 언니들(나보다 어리지만ㅋㅋ)이 먼저 물에 들어가서 들어오라고 하길래 옷 갈아 입고 들어감ㅋㅋ
오랜만에 물놀이해서 신났음ㅋㅋ 물이 엄청 깨끗하진 않았지만 더러운 건 아니라서 잠깐 동안 잘 놀았다. 수영은 안 하고 그냥 배영으로 잠깐 누워 있었는데 좋았음. 수영 배울 때 누워서 물 위에 떠 있는 걸 좋아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수영하는 법을 까먹었는지 아직 시험해 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배영은 뜨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ㅋㅋ
수영하고 나서 벨라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나보고 처음에 21,22살 정도인 줄 알았다며ㅋㅋㅋ 자기는 모스크바에서 2년 정도 일했고 남친은 러시아 사람인데 지금 한국 대학에서 공부중이라고 했다. 원래 어제 필리핀으로 가는 비행기 탔어야 되는데 뭔가 꼬여서 못가고 있다고ㅠㅠ 필리핀 가서 가족들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2년 정도 더 일할 것 같다고.
벨라는 정말 대단한 게 나이도 17살인데!! 러시아어, 영어 다 잘한다. 역시 외국어를 배우려면 외국인 남친 사귀는 게 답인가ㅋㅋ 나는 한국인 남친 사귀는데 한국어 실력 왜 안 늘어? 흑흑
수영 잘하고 나서 챙겨간 옷으로 갈아 입고 호수 옆에 있는 성당으로 올라갔다. 성당 이름은 잘 모르겠다ㅠㅠ
근데 여기도 경치가 너무너무 좋았음! 성당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라서 진짜 짱짱!
내려오는 길에 택시 아저씨들이 예레반이라면서 호객행위하던데 얼마 하는지 물어마 볼 걸 아쉽네ㅠ
구경 잘하고 내려와서 다시 예레반으로 고고씽! 다들 피곤했는지 가는 길에 전부 다 자더라ㅋㅋ 나도 쿨쿨 잤음.
친절한 필리핀 친구들 덕분에 오늘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투어비가 비싸긴 했지만 내가 계속 돈 없다고 그래서 투어비도 적게 내고 먹을 것도 얻어먹고 정말ㅠㅠ 필리핀 사람들 너무 친절해요.
숙소 도착해서 샤워하고 쉬는데 같이 마트 갈래? 물어봤는데 블로그 일기 쓴다고 안 갔다. 그랬더니 리바인이 먹을 거 사 와서 줬다. 겁나 고맙다고 내가 너무 부끄럽다고 그랬더니 괜찮다고 먹으라면서ㅠㅠㅠ 오늘 저녁 굶으려고 했는데 뜻밖의 먹거리도 받고ㅠㅠ 그리고 펠리는 과일 잘라 와서 먹으라고 줌ㅋㅋㅋ 왜 아래층에 안 내려오냐면서ㅋㅋㅋ
오늘도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렇게 먹고 삽니다.
뜻밖의 일들이 가득한 여행.
예레반은 정말 계획 없이 왔는데 좋은 사람들 덕분에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다.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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