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반 여행 마지막 날.
25.08.2017
벌써 예레반에 온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원래 오늘 트빌리시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더 있고 싶어서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오늘도 부지런히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아침 먹으면서 오늘도 이야기 꽃을 피웠다. 리바인은 아니고ㅋㅋ 누구냐고?? 바로 트빌리시에서 같은 숙소를 썼던 일본인! 바로 어제 지금 내가 예레반에서 머물고 있는 이 숙소에 반가운 얼굴이 체크인을 했다. 트빌리시에서 같은 숙소를 썼던 일본인이 예레반으로 여행을 왔는데 나와 같은 숙소를 예약했던 것! 겁나 신기방기. 외국도 참 좁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트빌리시에 있을 때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이 아니라 이름도 까먹어서 다시 물어봤다. 내 이름도 알려주고, 일본인 이름은 '쇼'.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예레반에는 4일 정도 머물다가 다른 나라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아침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즐거운 여행 하라며 빠이빠이 함.
오늘 아침은 어제와 똑같아~ 근데 수박이 별로 없어서 슬펐음ㅠㅠ 대신에 삶은 계란 두 개나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 식당에 출입문 말고 밖으로 나가는 문이 하나 있어서 밖으로 나갔다. 근데 거기에 고양이들이 있었다. 꼬물이 5마리랑 어미 고양이 1마리! 어제도 숙소에서 고양이랑 새끼들을 봤었는데 걔네 같았음!
지금 예레반에서 묵고 있는 숙소의 좋은 점. 그건 바로 숙소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 다른 건 뭐 다. 시내랑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그리고 겁나 맛있지도 특별히 맛이 없지도 않은 조식.
고양이들 너무 예뻐서 한참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꼬물이들 중에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애기가 있었는데 다른 애기 냥이를 보니까 눈을 떴길래 어디 다쳤나 하고 걱정되더라ㅠㅠ
고양이들 계속 보다가 심장이 약해질 것 같아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근처 대학교에 있는 도서관에 놀러 갈 예정!
어제 리바인한테 엽서를 줬는데 오늘 안 간다는 거 아님?? 나는 왜 어제 엽서를 줬을까ㅋㅋ 다른 게 아니고 아부다비 비자가 아직 안 나와서 못 간다고 ㅠㅠ 이번 주 일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일요일에만 비자 발급 발표를 하는데 리바인은 계속 미뤄져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리바인은 아부다비에 일하러 가는 건데 워킹 비자가 아니라 그냥 관광 비자라서 3개월 후에는 또 다른 나라 갔다가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러 나라에서 일했었는데 아직 한국은 가본 적 없다고! 리바인 보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어느 나라든지 돈 벌기는 힘들다.
내가 오늘 도서관 갈 거라니까 리바인이 자기도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숙소를 나왔다. 사실 오늘은 혼자 다니고 싶었는데 거절하지 못하고ㅋㅋㅋ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거절 못하는 병에 걸렸는지 원ㅠㅠ 거절해야 할 때는 잘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는 너무 잘해서 탈이다. 에휴, 어떻게 하면 잘 거절할 수 있을까.
오늘의 날씨도 맑음. 어제 갔던 대학교 건물로 들어가서 도서관 방문 출입증을 받았다. 대학교 건물 들어가면 입구에서 아르메니아 언니가 왜 왔는지 물어봄. 도서관 방문증 받아서 도서관 구경하고 책상에 앉아 책 좀 보려는데 갑자기 도서관 직원이 오더니 방문객은 도서관 구경하는 것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음? 그래서 리바인이랑 아아ㅠㅠ 그러면서 밖으로 나왔다.
역시 대학교 건물은 달라. 학생들 아니면 시설 이용은 안된다네. 하긴 우리나라도 그런데 뭐ㅋㅋ 그래서 슬프지만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 계속 쉼. 여기 숙소 와이파이가 되긴 하는데 오락가락해서 예능이나 영상을 보기가 힘듦ㅠㅠ 그래서 책 읽다가 낮잠 좀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예능 보다가 잘 놀았다.
그렇게 두 시쯤 됐을까 숙소 직원들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방을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님? 그래서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예약이 돼 있어서 옆 방으로 옮기는 거 괜찮은지 물어보더라. 나는 딱히 상관없어서 ㅇㅇ함.
사실 방은 구조랑 침대가 똑같아서 별다를 게 없었다. 다만 베개랑 침대 시트, 수건이 새 걸로 바뀌어서 좋았음ㅋㅋ
새로운 방에 짐을 옮기고(바로 옆 방이라 시간도 얼마 안 걸림) 누워서 예능 보다가 다섯 시쯤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도 리바인과 같이 나옴. 나는 시내로 갈 예정이었고 리바인은 교회에 갈 거라고 했다. 맵스미로 근처에 있는 교회를 찾아서 리바인을 교회까지 데려다 준 후에 빠이빠이 했다.
오늘은 예레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서 기념으로 맛있는 음식(비싼 거) 먹자고 해서 레스토랑에 갔다. 트립어드바이저 찾아보고 갔는데 역시나 비쌌음 그래도 예레반 물가에 비해 비싼 거지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하면 아주 싼 편이었다.
오늘도 혼자 식당을 찾았지만 메뉴는 두 개 시킴 거기에 음료수까지!
양배추 롤을 시켰는데 속 재료에 소고기랑, 쌀 등이 들어있고 스파이시라고 적혀 있어서 별 고민 없이 바로 시켰다. 다만 양배추 롤이랑 같은 요리인데 양배추 대신 포도잎으로 만든 것도 있어서 1초 정도 고민했다는ㅋㅋ
거기에 감자 바베큐랑 아르메니아 레몬에이드를 시켰다. 역시나 레몬에이드는 사이다였음. 배맛으로 나왔는데 맛있었다. 요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여행하면서 들렀던 식당 중에 제일 괜찮은 편에 속한다. 역시 비싼 음식이 짱짱인 것인가?! 모스크바는 비싸도 그저 그렇던데ㅠㅠ
양배추 롤 양 많다! 음식 이름이 기억 안 남ㅋㅋ 한 접시에 2,000드람! 예레반 하루 숙박비야ㅋㅋ
요렇게 잘 싸 먹으면 존맛탱!! 진짜 맛있다ㅠㅠ
혼자서 두 메뉴 모두 싹싹 깨끗하게 비웠다. 아까 메뉴판을 보면서 샐러드는 비싸서 안 시켰는데 잘한 듯. 3개나 시켰으면 다 못 먹었을 거야ㅠ
이렇게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은 후에 나온 금액은 3,080드람! 내가 예레반에서 먹었던 밥 중에 제일 비쌈ㅋㅋ 근데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7,700원... 진짜 물가 후덜덜하구여. 예레반 식당치곤 비싼 편인데도 이렇다. 내가 이 식당에서 싼 메뉴를 시키긴 했지만ㅋㅋ
배부르게 먹고 어제 갔던 공원으로 향했다. 오늘 같은 방 쓰는 외국인 언니가 그 공원에서 저녁 7시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다 같이 춤춘다고 하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소비에트 기념탑을 어제 제대로 못 봐서 보러 갈 겸 갔다. 공원 이름은 잘 모름. 소비에트 기념탑 올라가기 전에 있는 공원, 그리고 오페라 극장 있는 길 건너편이라 찾기 쉬움!
저녁 먹고 공원에 도착하니 7시 40분쯤! 해질녘이라서 엄청 시원했다. 이미 사람들이 아트 센터 계단 앞에 엄청 많이 모여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노랫소리도 크게 울렸고 춤추는 사람들 주변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구경하다가 같이 춤추고 싶어서 기웃거렸다. 어디 단체에서 춤추러 나온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따로 춤출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노래가 나오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춤추기 시작하면 같이 손잡거나 어깨동무하고 춤을 추면 된다.
매일 저녁에 하는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금,토,일 주말마다 하지 않을까?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금요일 저녁 7시부터 하는 것 같아요!ㅎㅎㅎㅎ
같이 3번 정도 춤 줬는데 너무 힘들었다ㅠㅠ 아르메니아 전통춤인 것 같았는데 스텝이 단순해 보여도 처음 하려니까 발도 꼬이고 나 같은 몸치는 힘들더라. 특히 어깨동무하면서 스텝이 빨라지는 노래의 경우에는 팔이 아파서 더 힘들었음ㅠㅠ
그래서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춤추니까 엄청 신났다. 오랜만에. 클럽춤도 아닌데 클럽 가고 싶게 만들어 주는 춤이었음ㅋㅋ
춤을 추고 나니까 너무 힘들어서 소비에트 기념탑 보러 갈 힘이 나지 않아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렀는데 그 마트는 시내에 있는 마트라 그런지 파워에이드를 발견!! 600드람이라는 거금이지만 하나 샀다. 여행 중에 이온음료 처음으로 마셨다. 오나전 감동ㅠㅠ
꺄아아아 파워에이드!! 포카리스웨트는 산토리니 가면 있으려나ㅋㅋㅋ 없겠지ㅠㅠ
룰루랄라 마지막 날은 숙소에 일찍 들어간다. 오후 9시에 숙소 도착! 최근 이틀 동안은 자정이 다돼서 숙소에 들어갔는데 일찍 들어오니 뭔가 기분이 새로웠다. 마지막 날이니까 일찍 씻고 자야지!!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웬열 변기가 막혀있었다ㅋㅋ 미친ㅋㅋㅋ
리바인이 있어서 변기 막혔다고 말했더니 응, 변기 막혔다고 함ㅋㅋㅋ 아마 저기 있는 같은 방 여자 애가 휴지를 변기에 넣고 물 내린 것 같다고
이 숙소 장기 투숙하는 사람인데 희한하게 침대를 이불로 다 가려 놓고(침대에 가릴 수 있는 커튼 따로 없음) 하루 종일 숙소에 있는 아줌마다. 내가 예레반에 도착한 날부터 숙소에 있었고 숙소 밖으로 오랜 시간 나갔다 오는 걸 본 적이 없다ㅋㅋ 리바인이 걔가 그런 것 같다고 함ㅋㅋ
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리셉션에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얘기했더니 일단 화장실은 방 밖에 있는 걸 이용하고 나중에 고쳐준다고 했다.
마지막 날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ㅋㅋㅋ 그래도 별 일 아니니까.
예레반의 마지막 날도 이렇게 지나간다.
물가도 싸고 저녁에 돌아다니기도 좋고 볼 것도 많은 예레반 막상 떠나려니 아쉽다. 근데 한편으로는 트빌리시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여행지마다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것도 좋겠지.
예레반~ 아르메니아 여행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너란 나라, 너란 도시를 알게 돼서 정말 좋다.
오늘의 하늘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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