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1. 토요일
아침부터 무거운 몸을 일으켜 씻었다. 오늘은 트빌리시에서 당일치기로 고리를 가는 날. 잠을 더 잘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더 게을러질 수 없어서 일어났다.
삼촌이 어제 만들어 놓은 비빔국수를 먹고 가라고 해서 한 그릇 가득 담아 아침을 먹었다.
고리 가는 마슈르카를 타러 디두베역으로 갔다. 고리 가는 마슈르카는 디두베역에서 나와 제일 끝 정류장에 있다. 근데 몰라서 계속 물어 물어 찾아갔다. 한 세, 네 번 정도 물어본 것 같다.
디두베역에서 나오면 시장이랑 마슈르카 타는 곳이 있다. 고리로 가는 마슈르카를 타려면 거기로 가지 말고 역에서 나온 후에 바로 우회전하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마슈르카는 사람들이 다 타야 출발한다. 고리까지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슈르카는 금방 찼다. 출발하고 한 시간쯤 달렸을까. 고리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스탈린 박물관이 보이길래 버스터미널까지 안 가고 그 근처에서 내렸다.
가는 길에 전쟁박물관이 있어서 거기에 들어갔다. 입장료는 3라리, 작은 박물관이었다. 사진에만 간단한 영어 제목이 있었고 거의 다 조지아어나 러시아어로 설명이 돼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같아서 잘 보고 나왔다. 최근에 있었던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 사진까지도 다 전시돼 있었다.
박물관이 있네! 그럼 들어가야지
사진 제목이 죽은 소녀를 바라보는 군인이었나. 전쟁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사진만으로도 그 참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붉은 광장! 이렇게 흑백 사진으로 보니 색달랐다. 직접 가서 봤을 때보다 더 웅장한 느낌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전쟁까지. 저 사진은 아마도 참전한 군인 중 부상당한 사람인 듯. 참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ㅠㅠ
박물관은 작아서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세한 설명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보면서 딱 한 가지 들었던 생각은 역시나 전쟁은 너무 무섭다는 것.
아직도 내전 중인 나라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나를 포함해서) 전쟁에 대한 생각 1도 평화롭게 살고 있지만. 끝임 없이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세계 평화가 오기는 할까.
그래도 이런 생각은 한다. 통일해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넘어 중국,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육로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그런 날이 언제쯤 올까.
다 둘러보고 나와서 화장실도 사용하고 나왔다. 작은 박물관이라 사무실 옆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관리자 분이 흔쾌히 사용하라고 해주셨다. 전쟁 박물관에서 스탈린 박물관은 가깝다. 길을 건너 공원을 따라 가면 그 끝에 스탈린 박물관이 있다.
스탈린 박물관 입장료는 10라리(성인기준) 거기에 기차 들어가는 입장료는 5라리 따로 받아서 15라리나 지출했다. 덜덜 15라리라니ㅋㅋㅋㅋ
결론적으로 나는 스탈린 박물관보다 전쟁 박물관이 더 좋았다. 스탈린 박물관이 훨씬 크지만 딱히 스탈린에 관해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사진만 보다가 나오게 된다.(나는 스탈린에 관해서 무식자라^^)
박물관 둘러보다 보면 패키지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 영어로 설명해주는 가이드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무리를 몰래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나는 꼽사리 껴서 한 번 들어봤는데 뭔 말하는지 잘 몰라서 그냥 패스하고 걍 사진 보면서 돌아다녔다.
근데 스탈린도 나이 들고 권위가 생기니 젊었을 때 얼굴이 잘 안 보임. 살이 쪄서 그런지 여튼ㅋㅋ
저기도 들어가서 구경해야 되는데 관리하는 아줌마가 점심 먹으러 가는지 문 잠그고 가버림ㅋㅋㅋ 이따가 다시 가는 걸로ㅋㅋ
박물관에서 나와 고리 요새(Gori Fortress)를 보러갔다.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금방 올라갔다. 올라갔는데 사람은 없고 도마뱀을 만남ㅋㅋ 꼭대기에 지키고 있는 경찰이 있었는데 내려올 때 인사하고 내려옴. 그 아저씨도 참 심심하겠더라. 사람도 없는데 지키고 있으려니.
스탈린에 관해 흥미가 없다면 박물관 가지 말고 고리 요새에 올라가서 경치 보는 걸 추천합니다.
배가 고파서 내려오는 길에 성당 옆에 있는 빵집에서 빵을 샀다. 1라리 하는 감자 파이! 슈퍼에 들러서 환타도 하나 사서 공원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다시 스탈린 박물관으로 갔다. 기차에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갔는데 진짜 볼 거 1도 없음ㅋㅋㅋ
티켓 확인하는 사람이 없길래 그냥 들어 갔는데 저 끝에서 아줌마가 오더니 티켓 어쩌고 그래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됐다면서ㅋㅋㅋㅋ 뭐지 내가 가방 여는 모습만 봐도 티켓을 볼 수 있는 건지ㅋㅋㅋ 여튼 뭔가 마음에 안 들었음 15라리 하는 티켓 요금이 아까워서 그런가.
사실 15라리면(7,500원 정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닌데 조지아 와서 짠돌이 생활하고 있어서 그런가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다른 나라 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ㅠㅠ
대충 둘러보고 화장실 한 번 들렀다가 우플리스치헤(Uplistsikhe, 이름 참 어렵네) 가는 마슈르카 타려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시내를 거쳐서 버스터미널로 가는데 가는 길에 잡화점이 있길래 비누통을 구입! 1라리짜리 비누통 사는데 주인아저씨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봤다. 코리아라니까 당연히 사우스냐 노스냐 물어보더라. 김정은 욕 하길래 허허 그러고 나왔지. 고리에서 산 비누통은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
버스터미널 옆에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있었다. 아까 고리 요새에서 내려다봤을 때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있었는데 그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바로 여기였다. 건물은 고리 퍼블릭 서비스 센터. 트빌리시에 있는 서비스 센터도 버섯모양으로 신기하게 생겼는데 조지아는 퍼블릭 서비스센터 건물들이 다 신기하게 생긴 듯.
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우플리스치헤 가는 마슈르카 뭐냐고 물어 보고 다니면 친절한 아저시가 마슈르카까지 가서 이 거 타면 된다고 알려준다. 마슈르카 타고 사람이 좀 찼다 싶으면 출발.
근데 이 아저씨 그냥 우플리스치헤 근처에 있는 마을까지만 가고 더 이상 안 들어 간다고 함. 다른 사람들은 다 내리고 나만 남아 있었는데 내가 1라리 주니까 이 건너 마을까지 가려면 3라리 달라는 식으로 손가락 3개 펼쳐 놓음. 오늘 나 돈 많이 썼어. 돈이 어딨겠어ㅋㅋ 아저씨한테 노노 하고 1라리만 주고 내림ㅋㅋ
우플리스치헤 마을에서 관광지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서 한 3,40분 정도 걸었다. 걸어가는 것도 나름 괜찮음. 동네 구경도 하고 노래 들으면서 걸어갔다. 그런데 내 이어폰이 또 말썽ㅋㅋ 맨날 한쪽만 연결이 잘 안 되냐 왜... 산지 얼마나 됐다고ㅠㅠ 아이고 정말... 그래도 잘 조절해서 듣고 있는 중ㅋㅋㅋ
자동차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우플리스치헤에 도착한다. 입장료는 5라리. 오늘 입장료만으로 얼마나 쓰는 건지ㅋㅋㅋ 그래도 구경은 잘했다.
진짜 경치 좋고 하늘 예쁘고 근데 그게 다였음. 별다른 감흥이 없다. 여행한 지 얼마나 됐다고ㅠㅠ 우플리스헤는 바위 아래 굴이 정말이나 많은데 아주 먼 옛날 이곳에 마을을 형성해서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고대 동굴 도시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길을 따라 둘러보면 어떻게 사람의 힘으로 바위를 다듬어서 그곳에 정착지를 만들고 종교 활동을 했는 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잘 구경하고 고리로 돌아가는 마슈르카 타러 마을로 나갔다.
삼촌한테 숙소에 한국 분들 2명이나 더 왔다고 오늘 한식 파티를 한다 길래 원래 기차 타고 트빌리시로 돌아가려 했는데 고리 가서 마슈르카 타고 빨리 돌아가기로 했다.
다리를 건너니까 마슈르카 한 대가 섰다. 사람들이 한가득 타고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가 먼저 타라고 손짓을 했다. 고리?라고 물으니까 맞다고 타라며ㅋㅋ 한국에서 왔다니가 신나서 막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ㅋㅋ
마을 안으로 들어가 비포장 길을 달려 차에 탄 사람들을 다 내려주고 난 뒤에 고리로 출발했다. 트빌리시에 있을 대는 잘 몰랐는데 조지아도 아직 개발 안 된 지역이 많구나.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보고. 원래 저 간이역에서 트빌리시 가는 기차 타려고 했는데!
그리고 고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트빌리시까지 가는 차비는 3라리. 마슈르카 타니 사람들이 ㄱㅁ방 찼다. 그리고 바로 트빌리시로 출발. 오늘은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내내 잤다. 눈을 뜨니 디두베 다 와감ㅋㅋ
내려서 숙소까지 쏜살같이 날아갔지. 삼촌이 이미 수육을 끓이고 체크인하신 한국인 두 분도 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인사하고 나서 나는 된장국 끓일 재료 썰고 지난번에 한국인에게 받은 시금치 된장국을 오늘 개봉했다. 오늘 체크인하신 선생님이 갖고 온 라면 스프까지 넣으니 진짜 맛있음ㅠㅠ
오늘 저녁은 수육에 된장국, 그리고 쌈까지 야무지게 싸서 먹으니 오늘 저녁도 행복함.
저녁 먹고 맥주도 마시고 오늘 삼촌이 와인을 또 5리터짜리 큰 걸로 사 와서 와인도 마셨다.
맨날 진수성찬에 술 마시는 중. 어제 삼촌이 술 계속 더 마시려는 거 말린다고ㅋㅋㅋ 계속 자러 들어가자고 하는데 삼촌 안 간다고 그러고ㅋㅋ 결국에는 들어가서 잘 잠^^ 삼촌 제 블로그 눈팅하고 계시니 이 글도 언젠가는 보겠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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