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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3] 러시아 여행 | 블라디보스톡이 더 좋아지는 이유

김나무 2020. 2. 12. 13:00
 2017.07.13.

 

 

블라디보스톡이 더 좋아지는 이유.
내가 영어를 못해서 어버버 해도 잘 설명해주고 여기저기 좋은 곳을 알려주는 마리나가 있어서 좋다.
여행자가 혼자 버스 타고 돌아 다니기 쉽다.
마트 물가가 우리나라 보다 싸다.
항구 도시라서 어디에서든지 바다를 볼 수 있다.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날씨가 좋다.
러시아어 못해도 잘 돌아다닐 수 있다. 구글 번역기만 있으면ㅋㅋ
이정도로 하고 오늘의 일기를 쓴다.

 


어제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온 마리나는 친구랑 새로운 카우치 게스트 1명이랑 같이 돌아왔다.
새로운 게스트의 이름은 알렉스, 러시아 사람이란다. 남자애인데 나이는 안 물어봄ㅋㅋ

나보다 많아 보이게 생겼는데 느낌상 어릴 거 같더라. 영어도 잘하고 백팩부터 모험가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래도 여행 경험은 많지 않다며 이번 러시아 여행이 가장 긴 여행이라고 했다.

 


알렉스는 자기 집에서부터 히치하이킹해서 블라디보스톡까지 왔다고 했는데 여기가 마지막 여행지라고 한다.

곧 있으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 아마 하바롭스크 들렀다가 갈 것 같다던데 확실한 건지는 모르겠다ㅋㅋ
자기 집은 블라디보스톡에서 7,000km정도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이라던데 산이 없고 그냥 작은 언덕이나 평지밖에 없다고ㅋㅋ 한국에는 산이 많은지 물어보더라. 그래서 한국에는 산이 많다고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니까 오오 그렇냐며 신기해 했다.

 


이런저런 얘기 더 하고 싶었는데 여기저기서 말문이 막히니 답답하더랔ㅋㅋㅋ

그리고 마리나랑 마리나 친구가 같이 만들어 준 파스타를 야식으로 먹고 또 얘기 나누다가 잠을 잤다.

늦게 자긴했는데 아침에 겁나 늦게 일어 나서 별로 피곤하진 않았다.

 


알렉스는 어제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하고 나서도 5시간 동안 걸었다고 했다. 겁나 피곤했는지 거의 12시까지 자더라.

나는 아침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10시 쯤 일어나서 씻었다.

모닝 요거트를 먹고 잠깐 책읽고 있으니 12시 다돼서 마리나가 일어났길래

굿모닝 인사하고 가방정리 하러 방으로 고고싱 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마시지 않는데 마리나가 라오스에서 사 온 커피라며 마셔보라길래 연유 듬뿍 넣고 마셨다. 커피향이 진하지 않아서 따뜻하니 마실만 하더라.

아점도 아닌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어제부터 마리나가 같이 가자고 했던 라이트하우스로 향했다.

 


처음에 라이트하우스가 뭐지 하다가 마리나 설명 듣고 아, 등대가 라이트하우스구나 라며 깨달음을 얻었다.
마리나 집은 블라디보스톡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항구쪽이다.

집을 나와 마리나가 시크릿웨이라고 말하며 걸어가는 곳으로 따라갔더니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 높은 산이 아니라서 조금 올라가니 계속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마리나 집에서도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해안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1시쯤 됐을까 해안가에 도착하니 역시나 사람들이 해변을 따라 쉬거나 수영하고 있었다. 바다가 엄청 맑았는데 수영복을 가져 오지 않아서 수영은 못했다ㅠㅠ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 더 아래로 내려가니 작은 등대가 보였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고 매점도 몇군데 있었다.

신기했던 게 마리나가 말했던 등대는 바다를 건너서 가야하는 곳이었는데 육지랑 이어지는 길

가운데에 바닷물이 얕게 지나고 있었다. 바닷물이 깊지 않고 발목정도 와서 신발을 벗고 걸어 가기로 했다.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 있는 바다였는데 자갈이 작은데 동글동글하지 않아서 발가락이 엄청 따가웠다.

오랜만에 강제 지압해서 혈액순환 잘 되겠지라고 위로하며 바다를 건넜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서 금방 건너갈 수 있었다.



사실 등대는 별로 볼 게 없었다. 그런데 거기 경치와 맑은 바닷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 바람까지

모두 정말 너무 좋았다. 러시아 친구들이랑 셀피도 몇장 찍고 바닷물에 발도 담궜다.

마리나랑 알렉스는 먼저 간다고 해서 바이바이하고 나는 좀 더 해안가에 있기로 했다.



사실 오늘 딱히 일정을 정해둔 게 아니었는데 바닷가가 너무 좋아서 더 있고 싶었다. 그래서 좀 더 바닷바람을 느끼고 싶었으나 갑자기 찾아 온 오줌 신호ㅠㅠ
바다에 들어가서 싸야 하나 했지만 엄청 급한 느낌이 아니었기에 그냥 집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왜 애들 먼저 보냈을까ㅠㅠ

집까지는 30분 남짓 걸렸다. 오는 길이 거의 내리막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오르막! 계속 걷고 또 걷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집에서 마리나랑 알렉스가 스파게티 먹고 있다고 같이 먹을지 물어봤는데 난 됐다고 금방 다시 나갈거라고 말했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잠깐 마리나의 선글라스 고쳐준 후에 집을 나왔다.

안개가 자욱한 동네 maiak


사실 오늘 별다른 일정은 계획해두지 않았는데 블라디보스톡에 신한촌 기념비가 있다고 해서 거길 가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늘도 내가 애정하는 60번 버스 신한촌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린 후 걸어서 한 5-10분 정도 가면 신한촌 기념비가 있다.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아서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은 평범한 러시아 아파트 단지 혹은 주택가인데 사진 찍기 좋았다.




기념비는 딱 말그대로 신한촌이 이 지역에 형성됐었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와 짧은 안내문 정도가 다 였다. 비석에 한글 안내문이 적혀있었는데 기념비 겉에 울타리가 쳐져 있고 들어가지 못하게 잠겨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아쉬워서 사진만 여러장 찍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역사의 바람을 조금 느껴볼까 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지 우산도 들고 오지 않아서 비 피할 곳을 찾았다.

마침 신한촌 기념비 바로 앞에 마트가 있어서 거기로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마트였는데도 불구하고 식료품들이 잘 진열돼 있었다. 강제 마트 구경이 시작됐는데 재밌었다. 역시 여행은 현지 시장, 마트 구경이 짱인 듯!

여기저기 반가운 한국 식료품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러시아 마트는 특이한 게 반찬 코너도 따로 있고 치즈나 햄 종류가 많더라! 살까 말까 고민하긴 했는데 딱히 요리해서 먹을 게 아니므로 오늘도 쿨하게 패스ㅋㅋ
기차에서 먹을 즉석 매쉬포테이토랑 한국인의 힘 신라면랑 육개장, 진라면 하나씩 샀다.

계산 후에도 계속 비가 쏟아 져서 어쩌나 싶었는데 조금 빗줄이가 줄어들었을 때 그냥 나왔다. 한국에 있었으면 어정쩡하게 비 맞는 게 싫어서 엄청 짜증났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비 맞는 것도 좋더라ㅋㅋㅋ  마트에서 애플 파이가 싸길래 하나 집어 왔는데 생각 보다 맛이 괜찮았다. 이걸로 저녁 때워 야지 생각 했는데 다시 빗줄기가 굵어 지길래 근처 햄버거 집으로 들어 갔다.
주묺라 때 어떻게 하면될까 하다가 메뉴판 사진 찍어서 이걸로 하나 달라고 얘기했더니 결제하고 주문 완료!
오, 나 이제 러시아 사람 다 된듯?ㅋㅋ

스파이시버거인지 모르고 걍 싸고 괜찮아 보이는 걸로 시켰는데 맛있더라.
햄버거 나온지 모르고 겁나 기다리다가 받으러 가니 아까 나왔던 종이백 주면서 스파이시 라고ㅋㅋㅋ 스파시붜 해주고 자리 잡고 앉아서 햄버거를 찹찹 맛있게 먹었다. 얼마만에 먹는 스파이시한 음식인지 맛있더라ㅠㅠ 치킨 버거였는데 빵도 우리나라랑 다르게 맛있고 따뜻하게 잘 구워주고 칠리소스랑 할라피뇨도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맛있게 잘 먹은 이 햄버거는 단돈 126루블(한화 약 2,600원), 맥도날드 행복의 나라는 저리 꺼지셈^^

비오는 길에서 애플파이 냠냠

로얄 버거 맛있습니당!!

배부르게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근처에 마켓플레이스가 있길래 궁금해서 들어가 봤더니 쇼핑몰 건물인데 신기하더라. 식료품 있는 코너에는 한국인 같이 생긴 분들이 김치랑 김밥이랑 장아찌 같은 것도 팔고 있었다. 한인 이주자 후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뭐 산 건 없고 그냥 열심히 구경만 했다. 사진 찍기 조금 쪽팔렸는데 걍 찍고 왔다.

안녕 김밥! 여기서 보니 반갑구나

김치랑 마늘 장아찌도 있음!1



즐겁게 구경하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그래서 그냥 가기 아쉬워 동네 조금 둘러 보고 가기로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작은 골목 입구부터 과일, 채소를 파는 노점들이 있었다. 큰 시장은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이용 하더라.

과일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맨날 그냉 지나침ㅋㅋㅋ 내일은 사서 먹으려나

그리고 계속 걸어가면서 여기 저기 사진찍었다. 그냥 나무도 많고 인도도 잘 정리돼 있어서 걷기 좋았다.


지나가는 멍멍이도 보고 희미한 노을도 보고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러시아에는 백야가 있다고 하더니 블라디보스톡도 8시 넘어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9시는 넘어야 아~ 어둡다 느낄 정도여서 시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니기 편하다. 그렇지만 나는 새나라의 어른이라서 8시 전엔 꼭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마리나가 친구집에 놀러 간 날이라서 집에 혼자 있다. 넓은 집 거실에 혼자 있으려니 심심하지만

매일 한국말 안해도 블로그에 이렇게 주저리 하며 이야기 한보따리 풀어 놓으니 얘기할 공간이 생겨서 좋다.

 


내일은 블라디보스톡을 떠나기 하루 전날!

기차역 있는 시내쪽 말고 좀 더 먼 곳으로 갈 예정이다. 내일도 즐겁게 다녀올 수 있길!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 피곤하다. 블로그 포스팅 하는데 1시간 넘게 걸리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일기 써두면 나중에 내가 보면서

아, 이 때 그랬었지 라며 이 여행을 더 잘 추억할 수 있을테니까 매일 써야지!
사실 여행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딱히 할 거 없다ㅋㅋㅋ

여행자는 그렇게 바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며칠 사이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드디어 안개로 가려졌던 경치가 보인다. 17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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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년 후,

2020.02.12

덧붙이는 이야기

 

 설레는 마음 한가득 안고 떠났던

첫 장기 해외여행의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보니

정말 내가 여행을 다녀온 게 맞나 멍한 기분이 든다.

지금은 한국에서 돈을 벌고 그냥 돈을 버는 생활을 계속하다보니

돈이 없어도 자유롭게 여행하던 그날의 기억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오늘의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생각이 드는 하루.

 

 

2020/01/30 - [여행/1. 배낭여행] - 다시 시작하는 여행, 2017 - 2018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