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5~07.18
Vladivostok - Irkutsk
시베리아 횡단열차 탔을 때는 인터넷이 오락가락해서 따로 매일 일기를 써 뒀어요!
기록이라는 게 참 신기해서 계속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오늘 일기에는 뭘 쓸까 생각하고 있으면서 하루 이틀 미루기 시작하면 그냥 한 없이 하기 싫어지곤 해요. 그래도 전 아직까지 귀찮지 않은 걸 보니 여행 초반이긴 한가봅니다.
오늘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한 날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씻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마리나는 일어나기 전이라 혼자서 나갔다. 사실 아침 일찍 나온 이유는 오늘이 블라디보스톡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마리나에게 한국 음식을 해준다고 해서 요리 재료를 사러 위해서였다.
마리나 아파트 1층에 있는 마트로 갔다. 동네의 작은 마트였는데 마침 닭고기를 팔고 있어서 원래 만드려고 했던 찜닭 재료를 샀다.
마리나 집에 간장이 있는 걸 저번에 봐서 닭다리랑 감자, 양파만 샀다. 마늘도 샀어야 하는데 까먹어섴ㅋㅋ
다시 가기 귀찮아서 그냥 만들기로 했다.
음식 준비하는데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마리나가 벌써 재료 사왔냐며 도와줄 거 없냐고 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내가 할테니 마리나는 쉬라고 계속ㅋㅋㅋ 사실 마리나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더 못할 것 같아서 계속 쉬고 있으라고 얘기 했다. 휴 힘들었음..
간장찜닭 양념은 마리나 집에 있는 간장이랑 데리야끼 소스랑, 말린 마늘, 후추, 카레가루, 설탕 조금씩 넣고 소스를 만들었다.
닭다리가 조금 익고 나서 감자랑 양파랑 소스 넣고 계속 끓였는데 왠걸 맛보니까 닭에서 피비린내가 났다ㅠㅠ
혼자서 안절부절하며 후추도 좀 더 뿌리고 괜찮아 질거라 혼자 위로 하며 계속 끓였다.
음식 만들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대충 된 것 같아 지난번에 사온 신라면도 끓였다.
음식을 접시에 담고 밥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신라면이랑 같이 먹었다.
마리나가 고맙다고 맛있게 잘 먹어줘서 정말 진짜 너무 고마웠다ㅠㅠ
사실 내가 먹었을 때는 냉동닭이라 그런지 닭피를 제대로 안 빼서 나는 비린내가 느껴졌다.
근데 마리나가 괜찮았다고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ㅠㅠ
재료살 때 한 팩에 닭다리 8개 들어 있는 걸로 샀다. 그래서 찜닭 먹을 때 닭다리 일인당 4개씩 나눴는데 마리나까 한번에 먹기는 너무 많다며 두 개 먹고 라면을 같이 먹었다. 남은 건 저녁에 먹겠다고 했다.
물론 저녁에 먹었다고 인증샷까지 보내줬다. 마리나의 친절함에 또 다시 감탄 ㅠㅠ
점심 먹은지 얼마 안돼서 옆 아파트에 사는 마리나 친구 마리나가 놀러 왔다. 신기하게도 친구끼리 이름이 똑같음ㅋㅋㅋ
마리나가 친구 마리나에게 내가 한국 음식 해줬다며 맛보라고 닭다리 하나 담아 서 친구에게 건냈다.
친구 마리나가 정말 맛있다며 잘 먹어줘서 또 감격ㅠㅠ
마리나가 농담으로 내가 만든 한국 요리 팬이 2명이나 있다며ㅋㅋㅋ 괜히 기분좋았다.
마리나 친구 마리나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쉬면서 차를 마셨다.
원래 커피나 차 마시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마리나가 권할 때 마다 괜찮다고 하면서 몇 번 마셨는데 오늘이 파이널리 티라며 ㅠㅠ 흐규규
그래서 녹차랑 커피 한 잔씩 마셨다.
마리나가 마지막 날이라소 블라디보스톡 엽서까지 챙겨줬다.
는 여기 놀러와서 신세만 많이 지고 간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또 다시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샤워를 하고 배낭을 다시 챙기고 마리나와 인사를 나눴다.
자기는 울지 않을거라며 나도 그렇다고 우리 굿바이 하지말고 씨유라고 하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마리나와 현관 앞에서 포옹하고 또 인사하고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정말 고마웠다고 인사를 나눴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머물렀던 동네를 뒤로 하고 가자니 어찌나 아쉽던지…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곳이기에 마리나와는 한 번식 계속 메세지 주고 받아야 겠다.
근데 마리나 외국친구가 너무 많아서ㅋㅋ 나 기억할런지 모르겠네ㅠㅠ
마지막으로 59번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톡기차역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후 바로 슈퍼마켓으로 고고싱.
3일 동안 먹을 식량과 물을 샀다.
며칠 전에 먼저 사놓은게 있긴했지만 모자랄 거 같아서 컵라면이랑 메쉬포테이토 하나씩 더 샀다.
그리고 고추장아찌 같은 할라피뇨 사려고 했는데 내 기준에는 비싸서ㅠㅠ 상대적으로 싼 오이피클을 샀다.
배낭 제외하고 두 손 가득 식료품과 생필품을 들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티켓을 실물 티켓으로 바꾸고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 1시간 넘게 남아있어서 앉아서 쉬다가 플랫폼 어딘가해서 알아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배낭에 양 손 가득 짐들고 돌아다녔는데 어찌나 덥던지ㅠㅠㅠ 금방 샤워하고 나왔는데 금새 땀으로 흠뻑 젔었다. 대충 사진만 찍고 너무 더워서 다시 의자가 있는 대합실로 들어왔다.
기차 출발 30분 전에 직원 할아버지 한테 플랫폼 어딘지 물으니까 자기도 잘 모르겠다곸ㅋㅋ
러시아어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밖으로 나갔다. 3번 플랫폼이라고 전광판에 적혀있는 걸 보고 나와사 3번 플랫폼을 찾아 다녔다.
계단을 오르고 내려 3번 플랫폼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길래 아, 여기구나 안심했다.
승무원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바로 옆호차 라고 가르쳐 줬다.
그래서 옆 호차인 12호차로 가서 여권이랑 티켓 확인 후에 기차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조금 낡아 보이는 기차였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해서 좋았다.
러시아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사람은 없겠구나 했는데...
웬열! 내 바로 앞자리에 한국인이 캐리어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딱 봐도 한국인 같아서 내가 먼저 한국인이냐고 말을 걸었다. 그랬더니 어찌나 반가워 하던지!
내 앞자리에 탄 한국인은 나보다 2살 많은 언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몇 일 동안 여행 했고 이르쿠츠크까지 간다고 했다.
언니는 이르쿠츠크가 마지막 여행지라서 몇 일 정도 머물다 바로 한국에 돌아 간다고 했다.
어제도 한국인들을 만났고 오늘도 한국 사람 만나다니 역시 한국인들은 어딜 가든 있다.
여행 초반이지만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다 좋은 것 같다.
특히나 기차 안에서 한국인이 내 앞 자리라서 너무 편했다 ㅠㅠ
내 위층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학교를 다니는 러시아 여대생이 탔다. 집이 이르쿠츠크라서 기차를 탔다고 했다.
러시아 여대생의 이름은 이네사라고 했다. 방학이라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근데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영어를 엄청 잘 하는 게 아니라서 손짓발짓 해가며 얘기를 나눴다.
그래도 이런 저런 얘기 잘 하고 내가 챙겨 온 카드게임인 달무티도 하며 놀았다.
기차가 별로일까봐 걱정했는데 냉방칸이라서 금방 시원해졌다.
저녁으로 사온 음식을 간단하게 먹고 이런 저런 얘기하며 러시아 여권도 구경하고 달무티를 하고 나니 해가 졌다.
이네사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가 뭐냐고 물으니 리스트를 보여주는데 정말 많이 봤더라!
이네사가 사온 해바라기씨랑 설탕이랑 등등 섞어서 만든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차랑 먹으면 맛있었던 이름 모를 것도 먹었다.
기차 분위기가 생각보다 안락했고 10시가 넘으면 발은 불은 소등을 한다. 그래서 편하게 잠잘 수 있는 분위기다.
화장실도 나쁘지 않고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컵이랑 스푼도 빌렸다ㅎㅎ
내일은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기차에서 샤워를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앞자리 사람이 한국인 목이 언니인 것도 내 위층이 이네사인 것도 좋다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이 좋으니 여행할 맛이 난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하나 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내 뭐 같은 성격이 어딜 가겠나ㅠㅠ
나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제 양치하고 세수하고 책이나 조금 읽다가 자야지.
근데 러시아는 해가 늦게 지고 빨리떠서ㅋㅋㅋ
내일부터는 일찍 잘까 싶다.
뭐 그럼 오늘은 1시 전에 자는 걸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 간다.
여행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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