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4.
벌써 여행을 시작한지 4일이나 됐다.
오늘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한 달만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의 일기를 쓴다.
오늘도 늦잠을 잤다. 아침에 엄마가 왓츠앱 깔았다고 바로 전화와서ㅋㅋ
엄마 모닝콜을 받고 일어나 이런저런 얘기 잠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락이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ㅠㅠ 결과적으로 카톡은 복구해서 다시 사용하고 있다.
그 얘기는 조금 이따가 하는 걸로...
오늘 아침도 여전히 창 밖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마리나도 평소와 같이 일어나 씻고 차를 마시고 담배를 폈다.
오늘은 마리나의 한국 친구들이 블라디보스톡에 오는 날이라서 같이 나가기로 했다.
마리나가 러시아로 돌아오기 바로 전에 한국 여행을 일주일 정도 했었는데 그때 만난 친구들이라고 한다.
어제 저녁에 마리나는 친구 집에서 친구가 만들어 준 피자를 먹고 놀다가 왔는데
나 맛보라고 피자를 싸왔더라 감동ㅠㅠ 어제 저녁에 한 조각 먹고 오늘 아점으로 남은 하나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조금 짰지만 피자를 좋아해서 완전 굿굳!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내 이름 러시아어로 어떻게 적냐니까 사진처럼 적어줬다. 싱기방기
오늘도 60번 버스를 타고 나와서 기차역에서 내렸다. 역을 가로 질러 가는 길로 가고 있는데 여기에 도착한 첫날 마리나의 집에서 파티할 때 왔던 친구를 만났다. 이름이 안드레였나 무튼 블라디보스톡도 좁은 동네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혁명광장 쪽으로 걸어갔는데 광장에 시장이 열려있었다. 마리나의 말로는 주말에 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직접 만들거나 농사지은 걸 갖고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말에 시장이 열리는데 사실 마리나는 광장에 시장 열리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며 말이다.
우리는 약속이 있어서 구경은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벗어났다. 혁명광장에 있는 동상 부근에서 마리나의 한국 친구들을 만났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한국 사람이랑 얘기하는 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어찌나 어색하던지... 한국어로 얘기하는 게 편한데도 제대로 말을 못하겠더라ㅋㅋ 바보인증 했지 뭐. 그래도 마리나의 친절한 가이드로 시내 구경도 하고 점심 겸 빵도 먹고 바닷가 근처 놀이공원에서 관람차도 탔다.
이틀 전에 시내 근처 바닷가에 왔었던지라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때 놀이 공원 지나가면서 오늘 탔던 관람차 사진을 찍었다. 그날 집에 돌아 가서 마리나가 오늘 뭐했는지 사진 보여 달라길래 보여줬는데 저 관람차 탈만 하다며 나중에 같이 타러가자고ㅋㅋㅋ 근데 그 날이 바로 오늘! 여튼 저기 관람차가 엄청 높거나 그렇진 않은데 유리창 없고 뻥 뚫린 구조에 안전벨트가 없어서 좀 무서움ㅋㅋㅋ 생각보다 후덜덜하지는 않았지만 꼭대기는 조금 무섭더라. 100루블만 내면 탈 수 있어서 타보는 걸 추천!! 그런데 관람차 타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바닷가도 보고 블라디보스톡 옛 동네도 보러 다녔다. 그냥 혼자 오면 절대 몰랐을 곳들을 마리나가 소개해줬다. 오늘은 뭔가 패키지 여행의 느낌을 물씬 받고 왔는데 나름 괜찮았다. 예술박물관이라는 전시회장에도 갔다.(시내에서 좀 멀지만 입장료가 무료!)
소비에트 디자인이라고 적혀 있던데 그 시대 물건들이 많이 전시돼 있었다.
배경 지식이 없어 마리나가 설명 해줘도 많이 알아 듣지는 못했다. 그래도 미술관이나 전시회 관람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 가볼만 하더라. 거기다 공짜라서 좋았음! 너무 가난한 여행자 티내고 다니나ㅠㅠ
오늘 마리나는 엄마 만나러 엄마집에 간다고해서 박물관에서 나온 후 마트 앞에서 헤어졌다. 마리나 엄마가 근처에 데리러 왔다고 먼저 간다고 해서 빠이빠이하고 한국인 친구들 3명과 함께 마트로 갔다.
한국인 2명은 친구끼리 이제 막 장기여행을 시작했고 다른 한명은 학생인데 방학 이용해서 블라디보스톡으로 혼자 여행왔다고 했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 사람에 2명은 나와 비슷하게 장기여행을 시작했고 몇일 후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곧장 모스크바로 간다고 하니 인연이면 어디 다른 여행지에서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만난 한국인 3명은 같은 비행기 타고 와서 만나게 됐는데 심지어 같은 숙소 같은 방이 라고 했다. 뭐 이런 저런 얘기 하다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역 근처에 도착했다. 며칠 전에 그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가격도 싸고 괜찮다며 그 식당을 추천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거기로 가게 됐다. 나는 지난번이랑 같은 메뉴 하나에 닭고기 하나 추가 했는데 헐 닭고기 겁나 비싼 거... 마늘쫑 볶음도 처음 먹었을 때가 더 맛있었던 듯 했다. 조금 늦게 가서 그랬는지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닭고기는 비싸덥...
저녁 다 먹고 기차역 뒷쪽에 있는 항구로 향했다. 며칠 전에 거기에 가 봤던터라 한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일행 중에 화장실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도 같이 항구 화장실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용료 15루블 받더라ㅋㅋㅋ 내가 여자 화장실 맞는지 보고 있을 때 러시아 아줌마가 나와서 돈내야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안 들어간다고 나왔는데 일행분은 먼저 화장실 들어간 후여서ㅠㅠ 역시나 일행분 볼일보고 나오는데 러시아 아줌마가 뭐라 했다더라. 그래서 손짓발짓하며 휴대폰 맡겨두고 친구한테 돈 받으러 왔다가 다시 가서 주고 왔다고ㅋㅋ 여튼 러시아도 유럽이니 이제 공짜 화장실은 바라면 안되겠지. 내일이 떠나는 날이라 짐정리 하고 빨래도 해야해서 즐거운 여행되라며 인사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타고 돌아 오는 길에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용기를 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아쉬움이 언젠가 다시 블라디보스톡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오늘 용기 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여행이 즐겁길 바라며 나는 다시 내 여행을 준비해야지. 역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만 내가 살갑지 못한 한국인이라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이 지났다.
내일은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오늘은 발 닦고 일찍 자야지. 근데 엄마 집에서 자고 올 줄 알았는데 마리나가 12시 쯤 집으로 돌아온다고 연락와서 아마 더 늦게 잘 것 같다ㅋㅋㅋ 그래도 블라디보스톡 여행의 마지막 밤을 불태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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