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5
샨리우르파 도착!
어떻게 잘 도착했다
버스에서 잠. 잠. 잠.
와이파이가 잘 됐다가 끊기기를 반복해서 예능 보는 건 일찌감치 때려치우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주로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잠자기 전에 들어도 좋고 그냥 들어도 좋은 나긋나긋한 그의 목소리가 참 좋다. 깨끗하진 않지만 한 없이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버스에서 시간도 잘 보내고 잠도 잘 잘 수 있었다.
아... 이렇게 멀 줄이야.
다이렉트로 가는 게 아니고 여기저기 큰 도시를 거치며 가는 거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았다. 지도를 보니 아주 뱅글뱅글 돌더라. 트라브존도 들렀다가 뭐 시바스에 어디어디 많이도 들리더라ㅋㅋㅋ
그리고 한참 자고 있는데 검문소? 같은 곳이 서더니 갑자기 경찰이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터키 사람들이 주섬주섬 자기 신분증 꺼내길래 나도 여권 꺼냈지. 경찰 아저씨가 여권 보고 나 맞냐고 묻더니 여권은 안 가져 갔다. 사람들 신분증 다 거둬서 버스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을 확인하고 버스회사 직원 아재한테 신분증을 전해줬다.
검사하는 동안 창 밖으로 뭐하는지 봤는데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신분증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군복입은 사람은 총 들고 있었는데 역시 테러 일어났다는 나라는 다르구나 싶었지. 다행히 별 일 없이 버스는 바로 출발!
다시 잠.
잠.
또 잠.
그리고 호파에서 출발해 우르파까지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ㅋㅋㅋ 당연한 게 호파에서 나만 버스를 탔으니깤ㅋㅋㅋ
심지어 샨리우르파 도착 바로 전에 들린 도시에서 기사아저씨랑 승무원 아저씨들 다 퇴근함ㅋㅋㅋ 내가 이 버스에 제일 오래 타고 있었다는 거 아니냐!! 괜히 자부심 들고ㅋㅋㅋ
계속 의자에 앉아 있으니 무릎이 아프더라ㅠㅠ 궁뎅이 보다 무릎이 영 불편해서 다음에는 되도록이면 장시간 버스를 타지 않는 걸로ㅎㅎ
어제 많이 자서 그런지 새벽부터 일어나 해 뜨는 것도 보고 계속 팟캐스트를 들었다. 오늘은 김생민의 영수증! 와이파이 될 ㅋ대 다운 받아두길 잘했다. 들으면 돈 모으고 싶게 만드는 팟캐스트ㅋㅋ
두 도시 정도를 더 들리고 나서야 예정된 오전 8시가 한참이나 지난 오전 10시, 드디어 샨리우르파에 도착했다. 오토가르에 내리자 마자 화장실 갔다. 1리라 내고 시원하게 해결! 여기는 화장실이 다 1리라 받는 듯. 지금까지 다 1리라 냄. 어제 자정 즈음 들렸던 정류장에는 확인하는 사람이 없길래 그냥 썼는데 그 외에는 다 1리라. 화장실 가는 비용으로 벌써 5리라는 쓴 것 같다ㅋㅋㅋ
오토가르에서 가지안텝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랑 가격을 알아봤다. 버스 회사 직원이 친절하게 시간표에 명함도 줌ㅋㅋ 내일 갈 예정이라니까 하루 시간표를 다 적어서 줬다. 티켓은 25리라. 오토가르 아래층에 돌무쉬들이 서 있는 걸 봐서 거기에 가서도 가격을 물어보기로 하고 아래층으로 갔다.
돌무쉬 정류장에도 차들이 한가득! 돌무쉬 이름만 다르지 마슈르카랑 똑같이 생김. 차 내부는 조금씩 달랐다. 내가 가지안텝으로 간다니까 친절한 아저씨가 바로 저 차 타면 된다고 알려줌! 가격은 20리라. 시간도 버스랑 똑같이 두 시간 걸린다고 해서(아마도) 오, 여기가 더 싸니까 돌무쉬 타고 가야지 생각했다. 구글번역기 돌려서 내일 간다고 보여준 후에 혹시 시내로 가는 버스 몇 번 타면 되냐고 물었더니 가지안텝으로 간다는 아저씨가 자기 차 타라고 함ㅋㅋㅋ
그래서 내가 돈 얼마 내면되냐고 물으니 옆에 아재들이 손짓하며 그냥 타라는 것 같았음. 그냥 탔지 뭐ㅋㅋㅋ 내가 시내에 있는 박물관으로 간다니까 가는 길에 세워 준다고 뭐 그러는 것 같아서 탔다.
덕분에 5,6키로 정도 거리를 단번에 감ㅋㅋㅋ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친절한 터키 사람들을 만나고 이렇게 또 차를 얻어타니 터키에 대한 인식이 좋다. 사실 터키 남자들이 많이 추근덕 거린다고 해서 조금 걱전햤는데 그런 일 없었규. 아직 추근덕 거리는 남정네들이 없어서 앞으로도 이렇기만 바라는 중!
큰 쇼핑몰 piazza 건너편에 세워달라고 해서 내렸다. 육교를 건너 쇼핑몰 쪽으로 갔다. 그냥 지나치려가가 구경이나 하지 싶어서 쇼핑몰에 들어갔는데... 그런데... 들어가자 마자 검색대에 배낭 올리고 통과시켰다. 귀찮아 그냥 들어오자 말 걸ㅋㅋ 배낭 매고 가려는데 내 앞에서 폴리스라며 자기 신분증 보여주면서 내 여권 보여달라고 함ㅋㅋ
하도 이런저런 얘기 많이 들어서 줄까말까 하다가 신분증 보고 그냥 내 여권 건내줌ㅋㅋ 검색대 바로 옆에 있었고 몇 년 전인가 여기서 테러 있었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검사하나 싶어서 바로 줬지.
근데 여권이랑 내 얼굴 같이 사진찍으려 하길래 겁나 뚱한 표정으로 있었음ㅋㅋㅋ 찍은 사진 보니까 장난 아니더만ㅋㅋㅋ 내 사진 확인한 경찰 아저씨가 중앙에 문자 보내서 확인해야 한다고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기다렸지 뭐. 쇼핑몰 구경이나 함서
경찰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 직업이 뭐냐 묻길래 한국에서 왔고 에디터라고 함ㅋㅋ 아무도 신경 안 쓰니 외국에서 직업 물어보면 멋있는 걸로 하나 통일 해두라길래 에디터라고 함ㅋㅋㅋ 그 짧은 순간 뭐라 말할지 고민했지만 블로그에 일기 쓰고 있으니 에디터 하는 걸로ㅋㅋㅋ
몇 분을 더 기다리다 아저씨가 가라고 함. 내가 몇 번이나 이제 가도 되냐 물어보니 자기도 귀찮았던듯ㅋㅋㅋ 쇼핑몰에 들어온 아유가 뭐냐고 물어봐서 슈퍼마켓 있으면 갈라고 들렸다니까 아래층에 마트 있다고 알려줌ㅋㅋㅋ 안녕 아저씨! 귀찮아서 다음에는 쇼핑몰에 가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마트에 들러서 콜라 하나를 샀다. 바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다른 경찰아저씨들이 여권 보여 달라고ㅋㅋㅋ 윗층에서 확인했다니까 문자 확인하고 보내줌.
근데 테러 생각하면 이 정도 확인하는 것도 감사한 수준.
건물 밖으로 나오니 덥다 더워. 터키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덥구나ㅠㅠ 맵스미 보고도 길을 헤매고 다녔지만 그래도 일찍 숙소에 도착했닼 이번에는 부킹 닷컴으로 예약 하지 않고 맵스미에 나온 게스트 하우스 보고 거기가 제일 싸길래 갔음ㅋㅋ
가는 길이 엄청 고불고불 골목길을 따라 갔는데 여기 도시 자체가 그런 길이 많다. 시내에 들어서면 그냥 거기가 바로 유적지. 도시 전체가 유적지 느낌. 우리나라로 차면 경주 같다고나 할까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가는 길에 초딩들 학교 마칠 시간이었는지 길에 학생들이 엄청 많았다. 아마도 가는 길 근처에 학교가 있었나 보다. 조지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학교 다니는 애기들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됨.
배낭 매고 헉헉 거리며 가고 있는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와서 투어리스트냐고 인사함ㅋㅋ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뜬금없이 쉬 이즈 뷰티풀ㅋㅋㅋㅋ 나한테 하는 말이냐고 했더니 맞다고ㅋㅋㅋㅋ 그래 내가 삼인칭 시점으로 예쁘구나ㅋㅋㅋㅋ 예쁘다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애기들한테 이름도 물어보고 빠이빠이 함. 물론 이름은 벌써 까먹었댜ㅠㅠㅠ
급 기분 좋아져서 골목길을 돌아돌아 숙소로 가는 발걸음이 즐거워 졌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
근처에 게스트하우스가 여기밖에 없어서 들어왔는데 도미 1박에 30리라ㅠㅠ 만원 정도 예상하고 왔지만 그래도 비싸뮤 아... 조지아 물가가 싸긴 쌌구나. 아침은 10라리 따로 받는다. 일단 하루만 있기로 하고 30라리 먼저 결제했다.
숙소 겁나 터키식이당
짐풀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빨래를 널었다. 샤워 하면서 손빨래를 했는데 아저씨한테 어디에 빨래 널면 되냐고 물으니 이층에 널면 된다고 함. 그리고 빨래 뭐냐고 묻길래 속옷이라 했지. 사실 티랑 바지도 같이 있지만...허허
이층에 올라 갔는데 이 집도 빨래 널기 겁나 좋음 날씨가 좋아서(엄청 더워서) 금방 마를 것 같았다. 빨래 마를 동안 방에서 뒹굴 거리기로 함. 그래 봤자 한 시 반밖에 드안 됨.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이렇게 시간이 많구나 새삼 느낀 하루.
근데 쉬면서 뭐 하겠노. 와이파이 빵빵해서 인터넷 좀 하다가 낮잠 잠ㅋㅋㅋㅋ
머리 어지러울 때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빨래 걷고 나서 시내 구경하러 밖으로 나갔다. 그때가 벌써 네 시ㅋㅋㅋ
지도 보지 않고 대충 나갔는데 숙소가 시내 근처라서 찾아가기 쉬웠다. 여기는 시간마다(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종교 노래인가 뭐가 방송으로 나온다. 이거 들으면 터키에 왔구나 느낌!
시내에 나오면 옷집들이 한 가득. 나는 반바지 입고 나갔는데 이 동네는 웬만하면 여자들이 다 히잡 쓰고 다닌다. 물론 안 쓰는 사람들도 있음. 근데 다 긴바지 입더라. 반바지 입은 사람들은 거의 없어서 뭔가 눈치 보이구ㅋㅋ 근데 뭐라 하는 사람들을 없어서 좋았다.
곳곳에 모스크. 큰 공원에 들어가서 한 바퀴 돌았다. 곳곳이 공사중이라 제대로 구경은 못했다. 공원 안에 여행자 안내소가 있었는데 영문 안내서가 2리라라고 해서 응, 안 삼ㅋㅋㅋ
배고파서 아까 오는 길에 봤던 케밥집으로 갔다. 아까 눈 마주친 아재가 잘 왔다고ㅋㅋ 다들 영어는 안 통하기 때문에 구글번역기를 열심히 사용해서 손짓 발짓하며 치킨 케밥을 시켰다. 11라리! 아저씨들 엄청 친절하구 감동ㅠㅠ 양고기는 15리라! 그래서 좀 더 싼 치킨으로 시켰쥬.
다른 테이블을 보니 식탁에 뭐가 많음. 보니까 고기 시키면 납작이 빵이랑 양파무침, 피망구이, 레몬 한 조각, 고수, 생양파 거기에 아이란?아이린?(은 가수였나ㅋㅋ) 이라고 하는 요거트 맛나는 음료수를 준다. 이렇게 단돈 11라리라니. 배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식당 들리기 전에 0.5리라 주고 깨빵 하나 사고 1리라 주고 레몬에이드를 마셨다. 레몬에이드는 가루를 얼마나 넣었는지 쌔그러웠지만 달달허니 좋았음ㅋㅋ 깨빵은 내일 아침용!
식당에서 먹은 치킨 케밥은 우어어어 생각보다 많았다. 구운 피망은 생각보다 매워서 좋았고 양파도 엄청 맵더라ㅋㅋㅋ 고기 몇 개 집어 먹고 빵에 채소랑 레몬도 조금 뿌리고 돌돌 말아 먹었다. 근데 조금 싱거움ㅋㅋㅋ 소금 치기 싫어서 그냥 먹음. 양파 절임이랑 같이 먹으면 굳굳.
배터지게 밥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바로 옆에 슈퍼도 있어서 좋구낭. 물이랑 환타 한 병 사서 돌아왔지.
어두우면 위험할 수 있으니 착한 여행자는 일찍 숙소에 들어옴ㅋㅋㅋ 요즘은 여섯시 반 정도가 되니까 해가 진다. 해가 너무 빨리져서 아쉽지만 숙소에 와이파이 빵빵해서 좋다!
내일은 시내 박물관 구경하고 돌아다녀야지.
오랜만에 다시 여행하는 기분.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이 공기가 좋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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