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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1] 조지아 여행 | 조지아, 트빌리시에 도착하다!

김나무 2020. 12. 16. 16:42
 2017.7.31. 화요일

 

 

오늘은 모스크바를 떠나는 날! 어제 새벽부터 비가 엄청 많이 왔다. 내가 숙소를 나설 때도 비가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가 그쳤다. 비가 온 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떠나기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아침 7시 30분에 알람 맞춰 놨는데 역시나 상큼하게 씹고 8시에 일어 났다. 씻고 배낭을 싸고 온라인 체크인 티켓 한 번 더 확인하고 숙소를 나섰다. 3일 동안 있었는데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지갑도 잃어버리고 새로 산 이어폰도 잃어버리고(잃어버린지도 몰랐다) 그래도 다시 다 찾은 게 신기하다. 이게 다 러시아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 듯. 겉으로는 겁나 무뚝뚝해 보이는데 잘 챙겨 주는 러시아 사람들. 항상 덜렁이는 나는 오늘도 몇 번이나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떠나는 날까지 나를 감동하게 만드는 러시아.

떠나는 날에 처음으로 모스크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노선을 제외하고는 전부 러시아어만 적혀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역시 러시아어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한 관계로 바로 갈 수 있는 걸 환승해서 가고 환승할 역을 지나쳐서 다시 되돌아 갔다. 그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행히 러시아 지하철은 처음 들어갈 때 55루블 주고 표사면 나올 때는 검사를 안 한다. 응? 그래서 환승을 하던 지하철 내려서 앞뒤로 몇 번을 타던 역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계속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항철도가 있는 기차역에 도착! 역이름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역으로 들어가면 공항철도 타는 곳이라고 잘 표시돼 있으니 화살표 따라가면 된다. 거기서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으로 가는 티켓을 500루블 주고 샀다. 30분 간격으로 기차가 있어서 바로 10시 30분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막상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믿기지 않았다. 트빌리시까지 잘 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보다 러시아를 떠난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찍었던 사진이랑 동영상 만든 걸 봤다. 20일 동안 그냥 잘 쉬고 잘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걸 했구나.

오늘도 예쁜 러시아 하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노래를 들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랫말이 오늘따라 더 기분좋게 느껴졌다.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도모데도보 공항에 잘 도착했다. 공항에 들어 가서 s7 항공가 셀프체크인 기계에  휴대폰으로 받은 코드를 찍고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수하물을 맡기고 나니 점심시간. 남은 루블도 털어야 하니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남은 돈은 349루블. 애매하게 남아서 버거킹 와퍼 하나만 먹을 수 있었다. 와퍼가 300루블(우리 돈으로 6천원 정도! 떠나는 날까지 모스크바 물가는 후덜덜하다.) 그래서 음료수는 못 먹었다ㅠㅠ 하지만 러시아에서 마지막 식사인 만큼 맛있게 먹었다.

온라인 체크인 하면 휴대폰으로 QR코드 확인할 수 있는데 사진에 있는 기계에 코드 찍으면 보딩패스 출력됨!

그리고 수하물 부치러 고고싱

역시 와퍼는 맛있쪄


짐 부치고 직원 언니가 B 탑승구로 가라고 했는데 거기에는 아무리 찾아도 트빌리시행 비행기가 없는 거ㅋㅋㅋ 그래서 A로 확인하고 갔더니 거기가 맞았다. 직원 말 믿지 말고 직접 출발 시간표 확인하고 들어가세요. 그게 훨씬 정확합니다.

분명 B라고 적혀있고 그렇게 얘기해 줬음!!!

그래도 잘 찾아가서 룰루랄라 탑승 시간까지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의 다 러시아 사람들ㅎㅎ 이제 한국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구나. 좋아 좋아.
비행기에 타기 전에 티켓 확인하면서 내 자리 바뀌었다곸ㅋㅋㅋ 바뀐 대로 탔지. 근데 내 옆자리 창가에 앉은 러시아 오빠 키가 겁나 큼 그래서 그분의 롱다리가 자꾸 내 자리를 침범했닼ㅋㅋㅋ
그래도 어찌어찌 잘 타고 트빌리시까지 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고 기내식으로 제공된 샌드위치도 맛있었다.

오렌지주스 주세여!

그리고 트빌리시에 도착!!
생각보다 공항이 크지 않았다. 입국심사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고 러시아에서 들어가는 비행기라서 그런지 따로 입국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나만 한국 사람이었는데 입국 도장 찍어주는 직원이 옆 직원한테 뭐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러고 나서 한참 있다가 별 얘기 없이 도정 찍어주더라ㅋㅋㅋ
그리고 혹시나 수하물 잃어버리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잘 도착함!
50달러만 라리로 환전하고 데이터 유심을 샀는데 웬열... 공항이라 그런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훠어어어얼씬!! 더 비쌌다ㅠㅠㅠ 그래도 2주 동안 5기가 쓸 수 있음...

그리고 숙소 가려고 공항에서 37번 버스를 탔는데 내가 잔돈이 없잖슴ㅠㅠ 그래서 버스에 탄 사람한테 물었더니 2라리 동전은 버스 4번 탈 수 있다고ㅋㅋㅋ그래서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동전 이것밖에 없다고 하니까 아저씨도 자기가 갖고 있는 동전이 모자라서 못 바꿔준다고ㅠㅠ 그래서 내가 공항 가서 다시 바꿔 온다니까 곧 버스 출발이라 그냥 타라는 거 아님!! 말은 안 통하지만 대충 알아먹었다. 버스 타고 사람들이 버스비 내는 거 보니까 기사 아저씨한테 직접 안 주고 그냥 카드나 동전 넣고 영수증 같은 걸 뽑는 게 아닌가. 심지어 버스기사 아저씨는 확인도 안 한다. 버스비 결제 기계는 기사 아저씨 옆에 없고 중간 문 있는 쪽에 있었다. 잘 보니 그냥 무임승차해도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내가 내릴 역에 와서 앞문으로 내리는데 아저씨가 아무 말도 안 해서 돈 안 내고 그냥 내렸다. 뭐지 트빌리시 도착한 첫날부터ㅋㅋㅋ 여튼 감사하게 버스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지하철은 카드 찍은 후에 탈 수 있었다. 근데 내가 카드 없어서 일단 직원 아줌마한테 돈 내고 아줌마가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드 충전하러 온 아재한테 나도 같이 데리고 들어가라고ㅋㅋㅋㅋ 아저씨가 들어갈 때 내 꺼도 같이 찍어줌ㅋㅋ 분명히 내 돈 냈는데 이득인 기분이 들었다.

트빌리시 지하철은 공사하다가 중단한 느낌이다. 그래서 뭔가 깨끗하거나 깔끔한 느낌이 아니라 우중충하지만 시원한 느낌ㅋㅋ 그리고 겁나 놀랐던 게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탔던 에스컬레이터도 엄청 빨랐는데 트빌리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얼마나 빠르던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탈 타이밍 놓치면 사고 날 정도로 빨랐다. 그래도 별 사고 없니 무사히 지하철 타고 숙소에 도착!
숙소가 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오르막 길이라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중간에 환타 사 먹어서 기운 회복!!


숙소는 생각보다 더 깔끔했고 주인아주머니가 엄청 친절해서 좋다. 오자마자 앉으라고 하면서 커피나 차 마실 건지 물어보고 화장실이랑 샤워실. 방도 구경시켜 주고 도미토리 남는 침대 중에 원하는 거 아무거나 쓰면 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이층 침대 겟겟!

그리고 숙소에 왔던 한국 사람들 이야기도 잠깐 듣고 일본인 여행객 2명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눴다. 트빌리시에서 보내는 첫날은 느낌이 좋다. 옆 방 아저씨 코 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긴 하지만 조지아에서 꽤 오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