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5. 일요일
마지막 날도 역시 늦잠을 잤다. 오늘은 천천히 씻고 짐을 쌌다. 마지막 남은 딸기 요거트를 맛있게 먹고 신서유기를 봤다. 왜 이렇게 웃긴지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웃음 폭발해서 어떻게 떠날 준비를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열두 시쯤 됐을까 잉가가 체크아웃 시간이 됐다고 해서 들고 왔던 짐을 바리바리 들고 숙소를 나섰다.
점심때 맞춰서 나온 이유는 어제 먹었던 샤왈마(shawarma)를 먹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간판 사진 찍어서 이름을 제대로 확인했다! 먼저 마슈르카 정류장에 갔는데 곧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일단 아저씨한테 얼만지 물어봤다. 10라리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확인했더니 아저씨 15라리 부르는 거ㅋㅋㅋ그래서 그냥 안 탄다고 그러고 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정류장 의자에는 조지아 아저씨들이 여러 명 앉아 있었다. 내가 의자에 앉았더니 나보고 트빌리시에 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트빌리시에 간다고 했더니 아까 그 15라리 불렀던 아저씨 차가 간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10라리 밖에 없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트빌리시 가는데 10라리 맞다고 하면서 타라고 얘기했다. 근데 내가 아까 저 아저씨가 15라리 불렀다고 그랬더니 그 아재 불러서 뭐라 뭐라 얘기하는 거 그랬더니 15라리 부른 기사아저씨가 막 소리 지르며 뭐라뭐라 하더니 그냥 감ㅋㅋㅋㅋ 그러고 나서 정류장에 있던 아저씨들이 저 놈 머리 이상하다고 손가락 머리에 대고 그런 느낌의 포즈를 취해주심ㅋㅋㅋ 얼마나 웃기던짘ㅋㅋㅋ
그러고 나서 그 15라리 부른 아재가 1명이면 타라고 했다. 바로 출발한다며 10라리로 간다고 했는데 그냥 기분 나빠서 안 탐ㅋㅋㅋ 그 옆에 있던 새로 온 아재가 왜 안 타냐니까 나랑 같이 있던 아저씨들이 설명해줬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저놈 이상하다곸ㅋㅋㅋ 그래서 그 차 출발하고 다른 차 왔을 때 아저씨가 저거 트빌리시 간다고 타라 해서 그 차를 탔다.
내가 첫 번째 손님이라 사람들 다 차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 식당이 바로 어제저녁으로 먹었던 존맛탱 샤왈마가 있는 곳! 근데 아직 고기가 덜 익었다고 한 20분 뒤에 오라네ㅠㅠ 그래서 기다림ㅋㅋㅋ 20분 뒤에 갔더니 벌써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눈치 보며 7라리 들고 기다렸다.
스탠다드 시켜도 겁나 크다. 근데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아저씨 혼자 일해서 그런지 빵이 덜 구워짐... 그래서 겁나 질겼음ㅠㅠ 어제 처음 먹었던 샤왈마가 더 맛있었지만 오늘도 괜찮았다. 근데 양이 너무 많아서 끄트머리 조금 남겼다. 아까운 거ㅠㅠㅠ 다 먹고 버스를 타니 사람이 거의 다 차서 돈 걷은 후에 바로 출발했다. 이번 버스기사 아저씨는 좋은 아저씨인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10라리를 냈다.
3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카즈베기를 떠났다. 카즈베기에 갈 때는 계속 잠만 잔다고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잠을 조금만 잤기 때문에 갈 때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이게 다 아침에 잠을 많이 자둔 덕분이라 스스로를 칭찬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기사 아저씨가 화장실 간다고 잠깐 차를 세웠다. 근데 거기가 또 핫플레이스! 산에서 내려온 물이 산에 있는 바위 같은 걸 계속 깎았는지 맨들맨들한 증류석이 있었다. 그 왜 동굴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것들! 자세한 명칭은 모르기 때문에 패스ㅋㅋㅋ
사진 몇 컷 찍고 다시 차에 탔다. 일부러 창가 쪽 자리에 탔는데 굿 초이스였다. 대신 창문이 잘 안 닫혀서 계속 바람 맞고 왔다. 햇볕도 가릴 겸 커튼을 쳤는데 별 도움이 안 됨ㅋㅋㅋ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중간에 휴게소 한 번 들렀다가 계속 트빌리시를 향해 갔다.
그리고 오후 5시쯤 됐을까 트빌리시 디두베에 도착했다. 카즈베기 가는 날에 왔던 정류장인데 다시 오니 더 친근하고 반가웠다. 그리고 바로 역으로 가서 카드 충전하고 ATM기로 돈을 뽑았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니 1라리 당 485원 정도였다. 근데 계산하기 편하게 그냥 500원으로 하는 중ㅋㅋㅋ
지하철을 타고 다시 트빌리시의 숙소 마나나네 집으로 갔다. 한 번 가본 길이라고 지하철도 잘 타고 길도 헷갈리지 않아서 한 번에 숙소까지 잘 찾아갔다. 숙소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일본인들은 모두 떠난 것 같았다.
오늘은 예약이 다 차서 창문 없는 방에 2층 침대 하나만 남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짐을 놔두고 바로 장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 마트랑 과일 가게가 많아서 장보기는 편한데 숙소까지 가는 길이 은근히 계속 오르막이라 더운 날에 밖에 나가기 넘나 싫은 것ㅋㅋㅋ
마트 가서 내가 좋아하는 레몬에이드 3개, 우유 작은 거 1개, 달걀 10개, 요구르트 2개, 마요네즈, 소시지를 사고 과일 가게 가서 오이 2개, 토마토 3개를 샀는데 다 합해서 12라리 정도 나왔다. 우리 돈으로 6천 원 정도... 진짜 조지아 너무나 좋음 장바구니 물가 이렇게 싸도 되는 건가요ㅠㅠ
숙소로 돌아가서 토마토랑 오이, 마요네즈 그리고 삶은 달걀 먹으려고 준비했다. 근데 가스레인지가 안 되는 거ㅋㅋㅋ 마나나를 찾았는데 어디 청소하러 갔는지 안 보여서 계속 기다려도 안 와서 그냥 뜨거운 물에 담궈둔 달걀 2개 깨서 전자레인지에 돌림ㅋㅋㅋ 계란찜 비스무리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토마토를 싫어하던 내가 외국 나와서 이렇게 토마토를 즐겨 먹게 될 줄이야 감격스럽다. 근데 마요네즈 없으면 잘 못먹음ㅋㅋㅋ
카즈베기에서 시켜 먹었던 조지아 샐러드 with 마요네즈가 너무 맛있어서 오늘 한 번 만들어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빠질 수 없는 레몬에이드! 오늘은 레몬맛으로 샀는데 그냥 사이다 맛이다. 한 마디로 맛있음ㅋㅋㅋ
저녁 다 먹고 치우려는데 마나나가 내 이름을 부르더니 창문 있는 방에 가도 된다고ㅋㅋㅋ 아까 5명 정도 되는 가족이 방 보러 왔었다. 근데 그 가족이 호스텔인지 모르고 예약한 거라서 방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갔다고 했다. 그래서 창문 있는 방으로 옮김! 예!!! 오늘도 운이 좋구만!!
오늘은 진짜 한 거 없는데 밥 챙겨 먹고 샤워하고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벌써 9시다. 시간 넘나 빨리 감. 내일은 빨래하고 시내 구경 갈지 아니면 그냥 쉴지 잘 모르겠다.
여행하는 게 이제는 내 일상이다. 한국 가서 한국 음식 먹고 남친도 보고 싶은데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ㅋㅋㅋㅋ 가서 다시 일하기 싫어리...
여행은 좋은 것. 한국에서 돈 너무 펑펑 쓰고 다닌 게 후회스럽다. 그래도 지금 있는 돈 아껴서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 꼭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싶다.
수고했어, 오늘도!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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