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8. 수요일
여행에 정답은 없다.
그래, 여행에 정답은 없다. 근데 내 여행은 너무나 너무나 느긋하다. 조지아 물가가 싸고 볼거리가 많아서 오래 있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하루는 밖에 나가고 하루는 숙소에서 쉬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도 숙소에서 쉬며 빨래하고 음식 만들어 먹고 낮잠을 잤다.숙소에서 아침은 느지막이 시작된다. 요즘 내 기상시간은 빨라도 9시 30분(침대에서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다.
그렇게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서 밖으로 나가는 날이 있는가하면 그냥 숙소에서 쉬는 날도 있다. 카즈베기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온 지도 이제 4일 째. 근데 도착한 날은 늦어서 숙소에서 쉬고 그 다음 날에도 숙소에서 쉬었다. 그리고 3일 째는 밖으로 나가 시내 구경을 했고 4일 째인 오늘은 어제부터 숙소에서 쉬기로 정했기 때문에 또 쉼ㅋㅋㅋ
게으른 여행자는 그냥 이렇게 숙소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여행이 뭐 별거 있나.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잘 쉬는 것 아니겠나. 그 중에서 나는 특히나 잘 먹고 잘 쉬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일어나서 바로 빨래를 돌렸다. 아침으로 시리얼에 우유 말아 먹고 어제 고이 싸온 레몬 원액으로 레몬에이드 만들어 먹었다. 레몬 원액에 설탕+물 이렇게 섞어서 마셨는데 맛이 괜찮았다! 아침도 배부르게 먹고 빨래 널고 쉬었다. 근데 빨래 널 때 보니까 팬티가 없음! 까먹고 같이 안 돌림ㅋㅋㅋㅋ 멘붕쓰... 팬티가 가장 중요한데!!ㅋㅋㅋㅋ그냥 빨래 한 번 더 해야지 생각하고 씻었다.
그러고나서 방에서 쉬려는데 누가 빨래돌리려는 소리가 들렸음!! 그래서 빛의 속도로 주방으로 갔지. 일본인언니가 빨래 하길래 같이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받아줌 ㅠㅠ그렇게 팬티 빨래도 성공시키고 일본인언니랑 인사하고 이름을 물어봤다. 숙소에서 몇 번 마주쳤던 언니인데 오늘 처음 인사함ㅋㅋ
이름은 시오리, 올 4월에 여행 시작해서 1년 정도 여행한 후에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얼마나 멋지던지! 오늘 아르메니아에 갔던 친구들이 돌아오면 같이 카즈베기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 숙소에는 특히나 일본인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장기여행자다. 조지아에는 아시아 사람들 중에 단연 일본인들이 많다. 시오리는 조지아 여행을 마치면 스페인 라 토마티나 축제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우왕와아아!! 나도 라 토마티나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오바하고 싶었지만 못하고 짧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는 올 가을에 까미노 데 산티아고 걸으려고 스페인에 갈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오리 엄마가 배용준을 좋아한다며ㅋㅋㅋ 아직 욘사마 빨이 남아 있나봄ㅋㅋ
팬티 널러 밖에 나갔더니 뜨거운 트빌리시의 햇볕에 아까 널었던 빨래 중 반 이상이 아주 바싹 말랐더라. 그래서 얼른 걷어 와서 빨래를 갰다. 그러고 나서 책 좀 읽다가 시간을 보니 벌써 1시 30분. 어제 사온 감자와 양파를 꺼내 요리를 시작했다. 감자는 채썰어 냄비에 끓이고 양파는 채썰어 소세지와 함께 후라이팬에 투하! 잘 익은 감자는 후라이팬으로 옮겨 기름칠 한 쓰윽 해준 후 소금 간을 했다. 그리고 레몬 원액에 설탕 세 스푼, 이번에는 탄산수를 넣었다.
영화 프로그램에 택시운전사 이야기 있길래 봤는데 흐엉 더 보고싶어 지는 거ㅠㅠ 류준열 왜 이렇게 귀여운 거죠?? 흐규규규 택시운전사 개봉 하면 바로 극장에 가려고 했는데 해외여행 중이라니 흑흑. 네이버 영화에 뜨면 바로 돈 주고 봐야지! 근데 그거 폰으로도 볼 수 있나여 안 해봐서 모르는 바보 1인 입니다ㅋㅋㅋ
그리고 뒹굴거리다 낮잠 타임. 벌써 스페인에 온 줄. 숙소에서 쉬는 날에는 시에스타 아주 잘 지켜주고 있구여.그리고 느지막이일어나서 밀린 웹툰 보고 나면 어김없이 저녁시간ㅋㅋㅋㅋ 밥 때는 왜 이렇게 빨리 찾아 오는지. 빈둥거리며 재밌는 웹툰을 좀 더 본다. 오랜만에 강풀 웹툰 브릿지를 봤는데 미뤘다가 보니 더 꿀잼! 근데 아직 완결 전이라 흑흑 다음화는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해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 저녁은 계란샐러드에 레몬에이드, 빵! 아침에 삶아 둔 계란 두 개를 꺼내 포크로 잘 으깬 후 다진 양파를 그릇에 투하! 근데 양파가 어찌나 맵던지 작은 양파 써는데 눈물이 질질ㅠㅠ 조지아 양파 너무 매워요ㅠㅠ그리고 마요네즈 넣고 쒜킷쉐킷 잘 섞어 주면 저녁 완성! 아까 먹다 남은 탄산수를 레몬원액에 섞고 설탕도 넣어주면 탄산이 아쥬 그냥 뽀글뽀글 맛있는 레몬에이드도 완성!
계란샐러드 양이 많았는데 한 끼에 모두 클리어! 하루 종일 하는 건 없었지만 삼시세끼 모두 잘 챙겨 먹었다.
오늘은 할 거 없으니 숙소 주방을 소개하도록 하겠음!
최신식 전자렌지 있구여
갑자기 숙소 홍보중ㅋㅋㅋ 숙소 홍보 해주고 무료숙박 이런 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같은 방에 일본인 2명 체크인 함! 며칠 전에 봤던 얼굴이라 '곤니치와' 인사함ㅋㅋㅋ 이름이..이름이..아까 물어봤는데 또 까먹음ㅠㅠㅠ아는 일본어 대방출 하고 싶지만 일본인들끼리 계속 얘기하고 있어서 쭈그리 처럼 방에서 일기 쓰고 있는 중이다.
숙소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오늘은 숙소가 사람들로 북적북적. 내일은 밖으로 나가는 날인데 어디를 갈지 잘 모르겠다. 마슈르카 타고 근처인 므츠헤타 갈까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냥 지하철 타고 여기저기 돌아 다닐까 생각 중이다. 근처에 트빌리시 바다 라고 큰 호수가 있는데 거기에 가볼까. 근데 걸어 가기엔 멀어... 날씨가 더우니까... 자꾸 날씨 탓ㅋㅋㅋ
여튼 오늘 하루도 잘 쉬었다!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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