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9. 일요일
어제 잠 안 온다고 늦게 잤다니 오늘도 늦잠^^ 나도 참 한결같은 사람이란 말이지.
아점으로 어제 남은 찌개에 밥이랑 라면 넣고 끓여서 배부르게 먹었다. 밥 먹은 후에 엽서를 보내려고 동네 우체국에 갔다. 오늘은 엽서를 6장이나 보내서 총 12라리를 냈다.
이 동네도 내일 저녁이면 떠나는구나
우체국은 토요일에도 연다. 좋움
한국, 캐나다까지 모두 잘 도착하길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더운 날씨지만 그래도 많이 시원해졌다. 내가 처음 트빌리시에 왔을 때는 보통 낮 기온이 37-39도 정도였는데 지금은 30도 정도로 아주 시원하다.
벌써 내가 트빌리시에서 지낸지도 한 달이 됐다. 카즈베기, 예레반 등 다른 곳에서 숙박한 적도 있지만 그런 날들을 제외해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트빌리시에 머물렀다. 그냥 이제는 여기가 우리 집처럼 편하다. 물론 도미토리지만ㅋㅋ
내일은 야간열차를 타고 주그디디에 내려 메스티아로 갈 예정이다.
늘 트빌리시를 거점으로 움직였는데 막산 떠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허전하다. 계획이 없어서 그냥 계속 여기에 있고 싶지만 이러다가는 조지아 무비자 기간인 일 년 채우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떠나기로 결정했다.
우체국 갔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빨래를 했다. 이제는 빨래를 모아 놨다가 세탁기 돌리는 일도 잘 없겠지. 다른 숙소는 세탁기 이용료를 따로 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니까 손빨래하는 날이 늘겠구나 흑흑
지금 생각해보니 꿈만 같던 시간이었다. 아직 트빌리시에서 하루 더 보내지만 내일은 떠나야 한다.
6개월 정도 생각한 여행이 이제 60일 째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간다. 더 많이 보고 싶지만 더 오래 머물고 싶기도 하다.
여행을 한다고 단번에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 낯선 여행지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기도 하지만 내 단점들이 더 잘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참 내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잘 느끼고 있다. 물론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는 게으른 여행자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내가 싫지는 않다.
요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쁜 생활로 가득한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많아질 뿐이다.
집보다 더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던 이 숙소도 이제 내일이면 안녕이구나. 갑자기 감성 포텐 터지네ㅋㅋ
삼촌이랑 늦은 점심을 먹고 다섯 시.
빨래를 개고 배낭을 쌌다. 한 달 만에 배낭을 싼다. 남방 단추 하나가 깨져서 단추를 다시 달았다. 그리고 옷을 정리했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매번 줄이고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배낭은 무겁다. 그래도 아직 버릴 수는 없다. 원래 생각대로 10월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지도 모르니까.
통장잔고를 확인할 때면 초조함이 나를 찾아오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네 여행에 정답은 없으니까. 돈 떨어질 때까지 잘 돌아다녀야지.
배낭 정리를 마치고 오랜만에 배낭을 멨다. 40리터 배낭, 보조가방 하나, 그리고 트빌리시에서 산 숄더백 하나. 갈수록 짐이 많아진다. 언제쯤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아직은 한참 멀었다.
오랜만에 메니 더 무거운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언니가 장을 봐서 숙소에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수육이랑 삼겹살&감자 구이, 그리고 와인! 오늘이 숙소에서 마지막 식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 숙박일이라 엄청 잘 챙겨 먹었다. 물론 평소에도 잘 먹었지만ㅋㅋ
배 터지게 먹고 뒷정리하고 나서 언니랑 같이 동네 산책을 갔다.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 좀 시키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근데 그렇게 걷고 와서도 여전히 배가 안 꺼짐ㅋㅋ 맛있다고 많이 먹긴 했지ㅠㅠ
그리고 미 비포 유 다 읽었다.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 이것도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일까. 내가 이용하는 전자도서관은 소설이 잘 다운로드가 안돼ㅠㅠ 오늘 에세이 두 권 빌렸는데 그건 한 번만에 다운 완료, 뭐지?ㅋㅋㅋ 그래도 전자책 잘 보고 있어요.
이 평화로운 날들 이제는 안녕
이제부터는 빡세게 터키까지 가야지.
오늘 일기를 쓰는 이 시간 기분이 싱숭생숭.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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