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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63] 조지아 여행 | 메스티아 도착!!(트빌리시-주그디디-메스티아)

김나무 2020. 12. 28. 20:13
2017.09.11. 화요일
Jugdidi - Mestia
드디어 메스티아에 도착!

 

 

오랜만에 기차에서 잠을 잤다.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탔을 때 생각이 얼마나 많이 나던지! 그때 목이 언니가 줬던 슬리퍼 아직도 잘 신고 다닌다. 이제 슬리퍼는 여행에 없어서는 안 될 숙소에서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됐다.

덜컹거리는 침대는 러시아의 그것과 같았다. 다만 조지아에서 탄 기차는 2등석으로 4인실에 침대도 조금 더 큰 것 같고 등받이 쿠션도 좋았다.

4인실! 둘 다 일층으로 예약함

어제 기차에 타서 린넨 나눠주기를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직원이 안 오길래 직접 내가 탔던 3호차 직원 칸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직원 아줌마랑 아저씨 데이트 중ㅋㅋ 괜히 미안했지

내가 린넨 안 주냐니까 몇 번 자리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나 자리랑 이름 말했더니 명단에 없다고 티켓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래서 티켓 보여주고 언니랑 내 꺼 린넨을 받아왔다.

근데 받아온 시트는 면이 아니라 그냥 부직포 같은 일회용이었다. 오옹 이건 러시아랑 다르구나.

**조지아 야간기차 타기 전에 팁!!
기차 탈 때 내가 티켓 예매해서 내 여권을 확인했다. 티켓을 산 사람이랑 타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데 티켓에 예약자 정보가 구매한 사람 걸로 티켓에 찍히기 때문에 같이 타는 사람의 여권은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 혹시나 여권을 가져가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창구에서 티켓 구매할 때 직원 언니가 이 점 꼭 확인하라고 해줌!**


에어컨이 나와서 새벽에 추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일회용 이불이 따뜻해서 춥지 않았다.

중간에 잠을 몇 번이나 깼는지 모르겠다. 역시 러시아 기차가 잠이 잘 오는 건가ㅋㅋ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어디쯤 왔는지 지도 확인 후에 잤다. 주그디디 전역에서 한참을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아마 주그디디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정확히 6시 5분 주그디디역에 도착했다. 배낭을 메고 나가니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기차에서 내렸다.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 조지아 아저씨들이 메스티아 가는 차 저기 있다고 방향을 알려준다. 역 바로 앞에 메스티아 가는 마슈르카들이 쫙 서서 대기 중이다.

메스티아로 가는 마슈르카

새벽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차 안에 배낭을 실을 자리가 없어서 차 위에 실었다. 기사 아저씨가 직접 올라가서 가방을 받았다. 언니가 자리를 잡아둬서 바로 탈 수 있었다. 마슈르카는 사람이 전부 다 차면 출발해서 사람이 다 탈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

주그디디에서 메스티아까지 가는 비용은 1인당 20라리. 마슈르카로 더 싸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 20라리로 통일이다. 택시는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ㅋㅋ

돈을 걷고 나서 마슈르카가 출발했다. 기차에서 잠을 좀 설쳐서 그런지 가는 동안 아주 잘 잤다. 중간에 호수에서 한 번, 밥 먹으라고 식당에 한 번 차를 세워준다.

엔구리 호수
호수 색깔이 엄청 예쁨!!

 

식당에서 거의 삼십 분 넘게 있었다. 언니랑 나는 식당에서 시켜 먹지 않고 가져간 과자를 먹었다. 식당에 꼬맹이 한 명이 있었는데 귀여워서 과자랑 젤리를 줬다. 꼬맹이가 귀엽게 마드로바라고 하면서 말하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과자 받고 기분이 좋았는지 아빠인지 할아버지한테 자랑하고ㅋㅋ 웃는 게 엄청 예뻤다. 아침부터 애기한테 심쿵함.

그리고 화장실 갔다가 그 아래에 있는 돼지우리에서 새끼 돼지들 보고 한 번 더 심쿰ㅋㅋ

중간에 들렀던 휴게소
길을 따라가면
여기는 화장실
여기는 귀요미 꼬마 돼지 삼형제
존귀탱ㅠㅠ
식당에서도 호수가 보인다
식당 안에서 한국어도 보고!!
조지아 감자과자 풀릭스 클래식 존맛!!

과자를 먹고 나서 차에 탔다. 다시 메스티아를 향해 출발!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신나게 잤다. 그리고 얼마나 갔을까 메스티아에 다 와갈 때 즈음 앞자리에 앉은 중국인 아줌마가 멀미를 해서 잠깐 차를 새웠다. 그 사이에 사람들 다 내려서 사진 찍음ㅋㅋ 물론 나도 찍었짘ㅋㅋ

메스티아 가는 길은 다른 지역보다 산에 나무도 훨씬 많았고 초록초록 연두연두한 초원과 풍경들이 가득해서 내 눈을 맑게 해 줬다.

쉬는 시간
초록초록연두연듀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아저씨 뭐하세염
파아아란 하늘


메스티아까지 5,6시간 정도 걸린다고 봤는데 7시에 출발해서 11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30분 넘게 쉬었으니 4시간 정도 하면 주그디디에서 메스티아까지 충분히 올 수 있는 시간이다.

도착해서 배낭을 받고 바로 숙소를 찾으러 갔다. 숙소를 예약하고 오지 않아서 일단 오는 길에 봤던 잉가네 게스트 하우스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근데 두둥, 방이 없음ㅠㅠ 그래서 다른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잉가네 보다 더 위쪽으로 올라갔는데 한 집은 방이 없어서 패스.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이름 모를 숙소 방을 구경했다. 처음에 방 안에 욕실 있는 방을 보여주면서 70라리라고 했다. 비싸다고 하면서 다른 방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3층 방을 보여줬다.

오늘 물이 잘 안 나온다고 그랬는데 언니랑 나는 괜찮다고ㅋㅋㅋ 거기서 35라리에 1박 하기로 했다. 근데 숙소 이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름ㅋㅋㅋ

숙소 뷰가 너무너무 좋아서 그냥 다른 거는 신경도 안 썼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그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숙소에서 예쁜 경치 보면서 언니랑 계속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영화 속 한 장면
그렇지만 늘 사진은 실제 보는 것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아ㅠ

주인아줌마가 방청소 다 했다고 언니랑 나를 불렀다. 방에 짐을 옮겨두고 밖으로 나갔다. 메스티아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중심지는 짧은 시간 내에 다 둘러볼 수 있다.

우선 인포메이션에 들어서 지도가 있나 봤는데 별다른 게 없었다. 그리고 우쉬굴리 가는 차편을 물어봤는데 옆에 마트에 가서 티켓 사면 된다네.

그래서 언니랑 마트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물어봤다. 가는 길에 동네 빵집에서 빵도 사 먹었는데 빵이 존맛!! 메스티아 맛집이다!! 이거 말고 겁나 커다란 밀가루 빵 짭짤하니 존맛ㅠㅠ

버섯빵 2.5라리!!


언니가 블로그에서 우쉬굴리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돌아오는 표를 왕복 40라리에 예약했다는 글을 봤다고 했다. 한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아줌마가 그렇게 가능하다고 함!! 그래서 바로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걸로 티켓을 예약했다. 2인에 메스티아-우쉬굴리 왕복 40라리(우쉬굴리에서 1박), 편도는 25라리, 당일치기는 왕복 30라리!

메스티아 인포메이션
표지판, 응 다 머네ㅋㅋㅋ


모레 아침에 아줌마가 자기 폰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서 번호를 받았는데 내 유심에 요금이 없어서ㅋㅋㅋ 아줌마한테 내 번호를 알려줬다. 다행히 아줌마가 영어를 잘하심!!

즐겁게 예약을 마치고 룰루랄라 동네 한 바퀴 산책했다. 성당이랑 박물관에 갔는데 웬열 월요일이라고 박물관 문 닫았음ㅋㅋㅋ 그래서 성당 구경 갔다가 일찍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다.

마트에 들러서 저녁거리를 사기로 했다. 마트 건너편에 ATM이 있어서 돈을 뽑았다. 지갑에 돈이 없더라규ㅋㅋㅋ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고 마트에 들러서 햄이랑 치즈, 물, 음료수를 샀다.

숙소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아직도 물이 졸졸졸 그래서 얼른 샤워를 했다. 그리고 와인이랑 치즈, 햄, 빵 썰어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뷰가 좋으니 그냥 아주 좋았다.

오 드디어 외국에 온 것 같아
티비로  보는 것 같은 뷰
저 멀리 만년설도 보인다
근데 사진은 실제 풍경을 다 담지 못해ㅠㅠ


배부르게 먹고 산책하러 밖으로 나갔다. 메스티아 시내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동네가 작아서 둘러보기 아주 좋다.

해가 진 메스티아
골목길을 따라가면
메스티아의 집집마다 보이는 탑이 나온다
입장료 내고 입장가능! 2라리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집집마다 탑같이 생긴 건물이 많이 보이는데 찾아보니 대피, 감시용으로 지어둔 건물이라고 한다. 이 산골 마을에도 침략을 대비한 준비가 철저했구나.

한 바퀴 돌고 나서 숙소로 돌아갔다. 여전히 물은 안 나옴ㅠㅠ 언니랑 나랑 뷰가 좋으니까 참자고 하면서ㅋㅋㅋㅋ 내일 아침 아홉 시에 미니밴을 예약해둬서 일찍 자기로 했다.

역시 메스티아는 별이 잘 보였다. 다만 쏟아질 정도로 많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내일 우쉬굴리에서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길!


메스티아는 좋다. 경치도 좋고 숙소에서 바로 설산을 볼 수 있고 다만 숙소는 꼭 예약하고 가시길 아니면 물이 잘 나오는지 꼭 확인하기!!

오늘도 맑은 하늘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