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Mestia - Kutaisi
쿠타이시 가는 날.
메디코&술리코 게스트하우스!
오늘은 일찍 숙소를 나왔다. 숙소 앞에 쿠타이시 가는 마슈르카가 도착해 있어서 바로 탔다. 어제 나지 아줌마 가게에서 티켓을 샀다니까 기사아저씨가 맞다며 차에 타라고 했다.
배낭을 싣고 언니랑 같이 자리에 앉았다. 시내쪽으로 가서 사람들을 더 태우고 나서야 마슈르카는 메스티아를 떠나 쿠타이시로 출발했다.
안녕, 메스티아!
오전 여덟시에 출발한 마슈르카는 네시간 반을 달려 쿠타이시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있었다. 부킹닷컴 후기를 보고 34번 버스를 타고 메디코 앤 술리코 게스트하우스까지 가기로 했다.
길을 건너 조지아 사람들에게 여기가 버스 타는 곳이 맞는지 물어봤다. 1번 버스도 간다고 했는데 34번도 여기에 선다고 해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버스가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아마도 거기에 버스가 서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걸어서 버스가 서 있는 곳으로 갔다.
가는 중에 34번 버스가 지나가서 그냥 1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는 시내에 정차해 잠깐 쉬었다. 그 사이에 기사아저씨에게 맵스미로 지도를 보여주며 숙소가 있는 쪽으로 가냐고 물어봤는데 간다고 해서 계속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버스는 숙소를 지나 아주 멀리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래서 중간에 내림ㅋㅋㅋ 언니랑 같이 3km 정도를 걸어서 숙소로 갔다.
시원한 메스티아에 있다가 쿠타이시에 오니 얼마나 더운지ㅠㅠ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열심히 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맵스미에 보면 메디코&술리코 게스트 하우스가 바로 옆으로 두 곳이 나온다. 한글로 된 곳 말고 영어로 적힌 집이 게스트하우스니 헷갈리지 마시길!
숙소에 도착하니 아까 같은 마슈르카를 탔던 언니가 앉아 있었다. 아마도 일본 사람이겠지 생각했는데 역시 일본사람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메디코 할머니가 방을 보여줬다.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하고 갔는데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어서 도미토리도 방이 남아 있었다.
언니와 내가 쓸 방은 욕실이 있는 방! 트윈 베드에 1박 40라리. 저녁과 아침은 따로 돈을 내야하는데 얼만지 모르겠다ㅋㅋㅋ
우리는 손님이 없는 날에 가서 돈 안내고 저녁을 먹었다. 와인에 밥도 많이 먹어서 체크아웃할 때 1인당 5라리씩 해서 10라리를 더 냈다. 엄청 잘 챙겨 줬던 메디코, 근데 거동이 불편하다. 수술을 했다는데 그래도 목발 짚고 다니심ㅠㅠ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숙소는 시원했다. 바로 에어컨이 있기 때문! 좋은 숙소구나ㅎㅎ 메디코 집에는 딸과 손녀가 와 있었다. 손녀 이름은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가 요거트 먹으라고 요거트에 잼을 넣어 줬다. 다 메디코가 만들었다고! 요거트에 복숭아에 자두까지 도착하자 마자 숙소에서 아주 잘 먹었다.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다 할머니 집에 온 기분! 자꾸 더 먹어라 더 먹으라 하심ㅋㅋㅋ
언니는 샤워를 하고 나는 어차피 나갔다 올거라서 샤워 안했음ㅋㅋㅋ 좀 쉬다가 다른 방에 묵는 일본 언니는 먼저 시내 구경한다고 먼저 숙소를 나섰다. 우리는 바그라티 성당과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후 3시 정도에 숙소 밖으로 나왔다.
바그라티 성당까지는 걸어서 25-30분 정도 걸렸다. 시내를 지나 다리를 건너 바그라티 성당에 도착했다. 어찌나 덥던지! 시원한 메스티아가 그립구나ㅠㅠ
성당은 오스만 투르크의 침입을 받아 많이 회손된 걸 복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성당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복원된 흔적이 가득하다. 언니는 민트색 지붕색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복원을 하려면 제대로 하지 이게 뭐냐며ㅋㅋ 나는 민트색을 좋아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성당 내외부에 복원 흔적이 어설프게 남아 있다.
그리고 쿠타이시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경치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노란 바지를 입은 일본 언니가 보였다. 이름은 '유카' 왠지 성당에서 만날 것 같았는데 진짜 만났음ㅋㅋ 서로 십자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주고 숙소에서 보자며 빠이빠이 했다.
성당 내부에는 여러 그림과 문화재로 추정되는 것들이 전시돼 있다. 뼈도 있었고 뭔지 모를 전시물도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데 복원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성당에서 나와 시내에 들렀다. 시내 공원에 잠깐 앉아서 쉬었다. 역시 나무가 많은 곳은 그늘이 있어서 시원해!
공원에서 잘 쉬고 쇼핑몰로 들어갔다. 안경줄? 목걸이?가 필요했는데 쇼핑몰 안에 있는 안경집에 팔길래 2라리 주고 하나를 샀다. 잘쓸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시내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했다. 근데 수압이 약해서 물을 받아서 바가지를 사용했다. 오랜만에 바가지로 샤워하니까 좋구만ㅋㅋ 시원하게 샤워하고 나서 쉬고 있었는데 크리스티나가 저녁을 먹으라고 불렀다. 벌써 저녁이라니!
식탁에 차려진 진수성찬! 근데 이게 스몰 디너라니ㅋㅋㅋ
오늘 손님은 일본 언니랑 우리까지 총 세 명. 세 명이서 다 먹을 수 있을까ㅋㅋ
직접 만든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너무 맛있다ㅠㅠ 메디코는 오늘 손님 많이 없어서 스몰 디쉬라 프리라며. 인기 많은 숙소는 이유가 있구만요. 와인도 부드러워서 아주 쭉쭉 많이 마심ㅋㅋ
메디코네 게스트하우스는 운영한지 30년 정도 됐다고 했다. 한국인들이나 일본인들도 많이 오고 유럽인들도 많이 온다고 했다. 매년 여름에 놀러 오는 가족도 있다고! 그리고 숙소에 있는 에어컨을 한국 사람이 사준 거라고 했다. 우왕 싱기방기.
여러 나라 사람들이 머물다간 메디코&술리코 하우스.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아주 잘 먹고 잘 쉬었다.
메디코가 만든 챠챠도 마셨다. 집에서 만든 거라 도수가 60도 정도는 된다고!! 뿔잔에 조금 따라줘서 마셨는데 생각보다 독하지 않았다. 좋았음!!
술 홀짝이며 저녁을 계속 먹었다. 메디코가 모자라지 않냐며 계속 더 갖다줌ㅋㅋ 메디코는 채식주의자는 아닌데 수요일, 금요일마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신기함! 오늘은 금요일이라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ㅠㅠ
원래 부킹닷컴에 식사 포함된 가격으로 올려놨는데 유럽사람들 중에 채식주의자들이 많아서 아침, 저녁 비용을 따로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기네 가족들이랑 조지아 사람들은 다 고기를 좋아한다며ㅋㅋ 나도 고기 좋아한다고 했지ㅋㅋㅋ
그리고 메디코 남편인 술리코가 돌아왔다. 이미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오심ㅋㅋㅋ 메디코가 크레이지 술리코라며ㅋㅋ근데 술 마시는 건 말리지 않더라 메디코랑 술리코가 알콩달콩 하는데 보기 좋았음!
그리고 본격적인 술타임 시작!ㅋㅋㅋㅋ
술리코 할부지 신나서 자기 방에 데려가 줌ㅋㅋ 작업실 겸 자는 방이었는데 뿔잔 컬렉션에 와인이 큰 통에 몇 통이나 있었닼ㅋㅋ
그리고 벽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고 태극기가 달려있다. 술리코 할부지한테 물어보니 한국인이 그림을 그렸다고! 오, 싱기방기 역시 능력자들이 많은 한국.
신나게 구경하고 술 마시고 거실로 돌아갔다. 술리코 할부지가 더 마시자고 했는데 오늘 너무 많이 마셔서 노노노노!하고 유카랑 같이 얘기를 나눴다. 언니는 피곤해서 벌써 자러감ㅋㅋ
유카는 잡 에이전시에서 7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만두고 여행 중인데 장기 여행은 아니고 11월에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엄청 어려보였는데 31살이라고 해서 깜놀!
이런저런 여행 얘기도 하고 내가 예전에 일본 드라마랑 만화 많이 봤다고 하니까자기도 만화 좋아한다며ㅋㅋ
내 어버버한 영어 실력은 술이 조금 들어가니 자신감이 생겨서 그냥 아무말 대잔치ㅋㅋㅋ
나는 한국 돌아가서 취직할 생각이 없고 워킹홀리데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호주에 갔을 때 워킹홀리데이 중인 한국인들이랑 일본인들 많이 봤다고! 아아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돌아가기 싫어라ㅠㅠ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11시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 모두 메스티아에서 마슈르카를 타고 와서 피곤했기 때문에 일찍 잠들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충동적으로 내일 다시 트빌리시에 돌아가기로 정했다.
아마 잠깐 터키를 거쳐 바로 스페인으로 갈 것 같다. 추워지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야지. 배낭에 짐들을 좀 더 비우고 떠나야겠다.
내일은 다시 트빌리시. 조지아에서 떠날 수가 없구나ㅠㅠ
※ 이 여행 일기는 2017-2018년 배낭여행을 하던 당시 실시간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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