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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71] 조지아 여행 | 트빌리시 근교 루스타비 다녀오기(feat.머리자름ㅋㅋㅋ)

김나무 2021. 1. 10. 22:19

아침에 더 자고 싶었지만 일어났다. 오늘 아침은 생선찌개!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10시 30분쯤 숙소를 나왔다. 어제 트빌리시 근처에 있는 도시 루스타비를 지도에서 보고는 한 번 가보자 싶어서 일찍 나왔다.

마나나에게 물어보니 스테이션 스퀘어에서 마슈르카를 타면 된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갔는데 지하철 타고 가는 게 루스타비 가는 마슈르카를 찾기 쉽다. 나는 버스 타고 가서 역 뒤쪽에 내렸다. 그래서 물어물어 역 근처 한 바퀴 돌았다능ㅋㅋㅋ

스테이션 스퀘어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노란 마슈르카가 보인다. 그게 루스타비 가는 마슈르카인데 타기 전에 기사아저씨한테 루스타비 가는지 물어보면 됨ㅋㅋ

요렇게 생김


루스타비까지 가는 차비는 1.50라리! 내가 제일 먼저 탔는데 금방 사람들이 차서 마슈르카가 바로 출발했다. 루스타비까지는 30-40분 남짓 걸린다. 시내를 벗어나는데 차가 막히면 시간이 조금 걸리고 그 외에는 시내 외곽으로 나가기 때문에 마슈르카가 쌩쌩 달린다.

루스타비 버스정류장 종점 가기 전에 내렸다. 그 근처에 루스타비 요새가 있다고 해서 2km 정도를 걸었다. 근데 진짜 볼 거 없다. 또르르 그래서 다시 아까 내렸던 공원 쪽으로 걸어갔다.

지도를 보니 시청 건물이었다. 시청 앞은 광장처럼 해놔서 차가 지나가지 못한다. 분수대도 있고 전시된 조형물도 있는데 그게 다임ㅋㅋ 딱히 루스타비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 근처만 둘러봤다.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일찍 트빌리시에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도로 사이에 놓인 공원을 지났다. 공원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오랜만에 공원 벤치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손으로 일기도 썼다. 엽서 쓴 거 제외하고 정말 오랜만에 연필을 잡았던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저 멀리 버스정류장 뒤편 건물에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공원에서 조금 더 쉬다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아저씨들한테 트빌리시 마슈르카 물어보니까 친절하게 알려주심ㅋㅋ

아까 타고 왔던 것과 똑같은 노란색 마슈르카가 서 있는 곳으로 가니 트빌리시에 간다고 했다. 알려준 마슈르카에 타고 있으니 몇 사람 더 타자 바로 출발했다. 중간중간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책 좀 보다가 잠 와서 잤는데 아주 꿀잠ㅋㅋ

일어나니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갈 때 스테이션 스퀘어에서 타서 거기로 갈 줄 알았는데 시내를 거쳐 디두베까지 가더라. 디두베가 숙소랑 가까워서 거기에 내렸는데 승객이 다 내리지 않는 걸 보니 거기가 종점이 아닌 듯했다.

여튼 잘 도착해서 디두베역에서 조지아에서 쓸 마지막 현금도 뽑고 숙소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머리를 깎을까 생각하고 오늘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숙소 가는 길에 있는 미용실에 들렀다.

손님이 있어서 한 2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화장실도 쓰고 조지아 아줌마가 말을 걸어서 구글 번역기로 조지아어 못한다는 말도 보여주고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말이 안 통해도 척척 이 정도 길이 잘라서 짧게 해달라고 말했더니 아줌마가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투블럭 하려고 바리깡 위잉~하는 소리내며 깎는 흉내를 내니까 아줌마가 노 머신이라며 가위를 가리킴ㅋㅋㅋ

대충 바리깡 없으니 가위로만 된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근데 뒷쪽에 아저씨 손님 들어오니까 다른 아줌마가 바리깡 사용하기 시작ㅋㅋㅋㅋ뭐지 바리깡 남여차별인가ㅋㅋㅋㅋ

그래도 이미 자르기 시작했으니 아줌마에게 내 머리카락을 맡길 수밖에 없지. 한참을 길이 맞춰 자르던 아줌마. 근데... 왜 안 멈추고 계속 자르는 거죠?? 제 머리 빡빡이 만들 예정?? 내가 스탑!스탑!을 외치자 그제서야 멈춰주심ㅋㅋㅋ

이렇게 짧은 머리는 애기 때 빡빡머리로 밀었던 이후 처음이야ㅋㅋㅋ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5라리에 머리 잘랐는데 뭐 이 정도면ㅋㅋㅋ

안경 끼고 거울을 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짘ㅋㅋㅋ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웃었닼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시원함

충격에 빠질 뻔했는데 숙소에 있는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서ㅌㅋㅋㅋ 산티아고 순례길 걸을 때 머리는 빨리 마르겠다. 좋구여

근데 여기 미용실이 다 그런 건지는 몰라도 머리 자르는데 분무기로 물 겁나 뿌리더라, 머리 감는 줄ㅋㅋㅋ 물론 5라리에 샴푸 서비스는 없습니당. 내가 머리 자르고 숙소에 가니 한국인 커플 남자분도 머리 잘라야 한다며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고 해방군 선생님도 머리 잘라야 한다며 미용실 가심ㅋㅋ

선생님이 미용실 들어가니까 아줌마가 빵 터졌다며ㅋㅋㅋㅋ 하긴 나를 시작으로 오늘 동양인 세 명이나 미용실을 찾았으니 얼마나 신기했겠어ㅋㅋㅋ 이렇게 조지아에서 머리도 자르고

숙소에서 신나게 샤워하고 빨래 돌리고 삼촌이 저녁 준비하길래 저녁 준비를 도왔다. 오늘은 삼촌이 닭백숙 거리를 장 봐서 닭죽을 끓였다. 오늘도 역시나 맛있다ㅠㅠ 늘 그렇듯 두 그릇ㅋㅋㅋ

오늘은 저녁 먹으면서 머리 심은 이야기를 했다. 머리 심으신 분이 있길래 궁금해서 물어봤다. 요즘 아빠가 머리 빠지는 걸로 스트레스 받길래 얼마나 하나 하고 물어봤지ㅋㅋ 기술 많이 좋아졌다고 생생한 후기를 들려주셨다. 근데 아빠한테 얘기하면 나한테 돈 내라고 할 것 같아서ㅋㅋㅋ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얘기해야지. 백수에게 돈이 어디있겠어옇ㅎㅎㅎ

아아 오늘 자면 내일은 떠난다. 정말 오래 머물렀는데 이제 진짜 떠난다. 터키에 대한 여행 정보를 많이 들었는데 내가 직접 찾아보지 않으니 아직 멍한 상태다. 이제부터 짐도 잘 챙기고 정신 차려야지. 너무 느슨해졌다. 이러다가 다 털리고 질질 짜는 건 아닌지 몰라. 말이 씨가 된다고 조심 또 조심해야지.

오늘도 즐거운 하루